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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정년트랙 낳은 계약임용제, ‘저임금·단기계약’ 차별을 키웠다
비정년트랙 낳은 계약임용제, ‘저임금·단기계약’ 차별을 키웠다
  • 홍성학
  • 승인 2021.11.23 11:3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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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5년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현황’을 보고 ②

많은 대학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을 임용하는 이유가 저임금과 단기계약으로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는데 있다는 것은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이다. 그만큼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노동조건은 열악하고 신분은 불안하다. 실제 윤영덕 의원실의 연봉과 계약기간 현황 자료가 잘 보여주고 있다. 사립 일반대학과 사립 전문대학에는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모두가 연봉 2천만 원 미만인 대학이 있다. 전반적으로는 3천만 원 이상 4천만 원 이하의 연봉을 받는 경우가 많았다. 

계약기간은 2년이 가장 많았지만 1년 계약기간도 높은 비율을 보여 단기계약이 여실히 드러나고 있다. 더욱이 임용계약과 관련해 법을 위반하는 사례가 나타나고 있다. 충북의 D대학은 “재계약조건에서 총 4년을 초과할 수 없고, 단 총장이 필요하다고 인정되면 임용재계약을 할 수 있다”고 해 전임교원의 재임용기대권을 침해하고 적법한 재임용심사 절차를 이행하지 않는 위법을 행하고 있다. 

많은 대학이 1~3년 단위로 횟수 제한 없이 재계약하고 있어 「교육공무원임용령」을 위반하고 있기도 하다. 「교육공무원임용령」 제5조의2(대학교원의 계약제 임용 등)에 따르면 조교수와 달리 부교수는 정년까지의 기간을 보장받을 수도 있고, 교수 직급에서는 정년까지의 기간을 규정하고 있음에도 직급과 상관없이 재계약을 반복해 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이다. 

이러한 현상들은 수많은 대학들이 계약임용제도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임용에 대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악용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달리 다양하게 차별받고 있는 현상들도 너무나 많다. 

비정년트랙, 소속감 잃은 허탈함과 소외감 

전국교수노동조합이 지난 8월 말 조사한 바에 따르면, 근무 연수와 직급에 따른 연봉 상향 조정이 이루어지지 않거나, 정년트랙 전임교원보다 책임시수가 더 많으면서도 연봉은 적은 경우, 학과장을 비롯해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동일한 업무를 하면서도 연봉이 적은 경우도 있었다. 이외에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에 한해 3~4인 공동연구실을 사용하게 하고, 재임용심사에서 학과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부터 평가를 받도록 해 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눈치를 보게 하는 일도 벌어지고 있다. 

더욱이 정년트랙 전임교원이 위계적·일방적으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강의를 배정하고, 승진제도가 없거나 승진제도가 있어도 승진기간이 정년트랙 전임교원과 다른 경우도 있었다. 또한, 연구비와 연구년 등 학문·연구 활동에 대한 지원을 비롯해 각종 수당에서 차별을 받고, 정년트랙 전임교원으로만 교수회를 구성해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참여를 배제하는 일도 있으며, 학과회의에 참여하지 못하고 지도교수 배정에서도 배제하는 등 다양한 차별이 대학 현장에서 벌어지고 있다. 이러한 상황 속에서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은 때로는 불공정함에 대한 분노감을, 때로는 소속감을 잃은 허탈함과 소외감을 갖게 된다. 

‘블랙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문제를 방치한 상태에서 대학교육 경쟁력과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실하게 키워 나갈 수는 없다. 블랙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교육부와 대학 운영진, 그리고 대학의 전임교원 모두가 문제해결에 적극 나서야 한다. 

교육부가 가장 먼저 나서야 한다.  「고등교육법」 제60조(시정 또는 변경 명령 등) 제1항은 “교육부장관은 학교가 시설, 설비, 수업, 학사(學事), 그 밖의 사항에 관하여 교육 관계 법령 또는 이에 따른 명령이나 학칙을 위반하면 기간을 정하여 학교의 설립자·경영자 또는 학교의 장에게 그 시정이나 변경을 명할 수 있다”라고 규정하고 있다. 

그리고 「교육기본법」 제14조와 「교원의 지위 향상 및 교육활동 보호를 위한 특별법」 (약칭 교원지위법) 제2조는 국가, 지방자치단체, 그 밖의 공공단체가 교원의 전문성 존중과 사회적 신분 보장을 위해 노력하고 배려해야 한다고 명시하고 있다. 따라서 블랙대학의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문제를 방치해서는 안 된다. 앞에서 언급한 법률 위반 대학에 적극 대처하는 것은 물론이고, 교원에 대한 전문성 존중과 사회적 신분 보장의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관련 법률을 개정하고 제도 개선에 적극 나서야 한다.  

계약임용제 ‘악용’ 막고 고등교육재정 늘려야 

무엇보다도 교육부는 계약임용제에 대한 원천적인 재검토를 해야 한다. 교육부는 대학현장에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이 등장하게 하는 단초가 된 계약임용제를 적극 도입하도록 해 2002년부터 시행하게 한 책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 

계약임용제 도입을 적극 추진하던 당시 교육부(당시 명칭은 교육인적자원부)의 모 과장은 “계약임용제는 우수한 대학교수들을 우대하고, 대학교수의 임용의 자율성을 대폭 확대함으로써 교육·연구의 질을 향상시켜 우리 대학 교육의 수준을 한 단계 높이려는 의도를 가지고 있다”고 했다. 하지만 실제 대학현장에서는 우수한 대학 교원을 우대하는 방향이 아니라 저임금·단기계약의 전임교원을 임용하는데 악용하고 법률을 위반하기까지도 하고 있다. 

전임교원 간 트랙차이에 따른 갈등이 심화되고 있다. 「교육기본법」과 「교원지위법」 에서는 국가와 지방자치단체, 그리고 공공단체의 노력을 명시했고, 헌법 제31조 제6항에서 “교원의 지위에 관한 기본적인 사항은 법률로 정한다”고 규정했음에도 계약임용제의 세부 운영을 ‘대학의 자율’이라는 미명하에 악용하게 한 결과이다. 2018년 8월 30일 헌법재판소의 결정문에서도 “계약임용제 도입은 대학 교원들 간의 경쟁을 통해 능력을 발휘 하도록 하고 우수한 대학 교원을 임용할 수 있는 장점이 있는 반면, 대학 교원의 신분을 불안하게 하고 대학 경영진들의 대학 교원 통제수단으로 악용될 가능성도 상존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계약임용제가 더 이상 악용되지 않도록 법률 보완에 즉각 나서야 한다. 

다음으로 교육부는 대학 교원의 임금을 정부(중앙과 지방)에서 지원할 수 있도록 고등교육 재원 마련에 나서야 한다. 현재와 같이 대학의 등록금을 동결하면서 정부의 적은 재정지원금을 대학평가에 따라 지원하는 것은 결국 각 대학으로 하여금 저임금 교원을 임용해 전임교원 확보율을 높이도록 하는 빌미를 제공하는 셈이 된다. 각 대학의 공공성을 살리고 상향평준화를 이루어 대학의 질과 격을 높이기 위해서는 먼저 교원 간 노동조건을 초·중등교원처럼 평등하게 만들어가는 것이 필요하다. 등록금은 동결에서 더 나아가 점차 줄여 등록금 의존도를 낮춰가되, 그 만큼 정부의 재정지원을 늘려 대학의 공공성을 살리면서 교원의 신분을 안정화시키도록 해야 한다. 정부 재정지원을 OECD 평균인 1.1%로 늘려야 한다. 

대학의 운영진과 전임교원도 대학의 공공성을 높이고 정부의 재정지원 확충에 적극 나서야 한다. 그리고 대학의 민주화를 바탕으로 대학의 전임교원 간 불평등·불공정한 노동여건을 해소시켜가야 한다.

대학의 교육경쟁력을 향상시키고 고등교육 생태계를 건실화시키기 위해서는 블랙대학이 존재하지 않도록 해야 하고, 무엇보다도 비정년트랙 전임교원의 문제해결이 절실하다는 점을 분명히 인식하고 교육부, 대학 운영진, 대학 교원 모두 적극 나서야 한다. 

홍성학 
전국교수노동조합 비정년트랙전임교원 차별철폐특별위원회 위원장
충북보건과학대 교수·산업경영공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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