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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 『하바드 燕京圖書館 한국귀중본 해제(전5권)』 발간돼
화제: 『하바드 燕京圖書館 한국귀중본 해제(전5권)』 발간돼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9.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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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천8백여권 기초서지 수록…文集 자료가 60% 넘어

하바드 옌칭도서관의 한국 고서들 가운데 귀중본만을 따로 분류해 해제를 단 자료집이 출간돼 관련 학계의 화제가 되고 있다.

하버드 한국학연구소(소장)와 옌칭연구소의 후원으로 지난 2000년 시작해 5년 만에 마무리 된 이 자료집에는 지난 반세기 하버드대에서 수집한 3천8백50여건의 한국귀중본의 서지학적인 1차적 분석과 해제가 실려 있다. 이들은 경학, 철학, 종교, 역사, 문집, 총서 등으로 옌칭도서관 초대 관장인 주가이밍 박사가 고안한 분류법에 의해 정리돼 있다. 특징은 귀중본 중 문집이 1천8백41건으로 가장 많다는 점인데, 한국고서들을 모은 주인공인 故 와그너 교수의 연구방향과 밀접한 관련이 있는 것이다.

자료집에 실린 한국귀중본들은 자료명, 저자명, 간행사항, 권책수, 판본 및 간략한 해제로 나누어 구성돼 있다. 향후 관련 분야의 연구에 적극 활용될 자료들도 적지않게 포함돼 있다. 고려시대 간행된 문집 중 하나인 임춘의 ‘서하선생집’(1222)과 조선 초기 대표적 학자인 권근의 ‘양촌선생문집’ 등은 소장자료 중 가장 古本에 속하는 자료들이고, 조선 여류문학을 대표하는 허난설헌과 이계생의 ‘난설헌시’(1608), ‘매창집’(1668) 등도 현전하는 자료 중 가장 선본으로 평가되고 있다. 또 필사본으로 蔭仕 출신자들의 정보를 알 수 있는 ‘蔭譜’류, 문과 출신자들의 자료인 ‘文譜’류, 무과 출신자들의 자료인 ‘무진신팔세보’ 등의 ‘무보’류, ‘민시영전’(1899), ‘김원젼’(1894), ‘김윤전’(1902) 등 50여건에 달하는 한글 소설류 등도 주목할 만하다.

고려시대 불경류로는 ‘신집장경음의수함록’, ‘대반야바라밀다경’, ‘선문염송집’ 등이 있고, 1585년부터 1894년까지 311년 간 구례 계사리에 세거하던 남원 양씨 문중의 준호구 자료인 ‘역세적편’과 1672년 김화현 호구장적인 ‘강희11년9월일 원양도김화현임자장’, 조선 고문서의 사진촬영본인 ‘하합문서’, 조선 후기 충청도 일대의 보부상단의 운영 실태를 살펴볼 수 있는 자료인 ‘부상소임좌목’과 ‘행상청절목’ 등도 앞으로 연구되어야 할 고문서이다.

일기류로는 1655년 조형이 正使로 일본을 다녀온 일기 ‘부상일기’와 1621년 안경이 사은사 최응허의 서장관으로 연행하면서 쓴 ‘가해조천록’, 이응협이 1735년 등관 이후 1757년까지의 일들을 기록한 ‘학암수록’, 1881년 신사유람단의 일원으로 일본 외무성을 시찰하고 돌아온 민종묵이 외무성의 연혁 및 직제·사무규정·조약내용 등을 정리한 보고서인 ‘일본외무성사무’ 등이 있다. 조선 후기 김여가 엮인 야사집으로 최선본으로 평가되는 ‘한고관외사’ 140권 65책과 한말 황성신문의 논설을 모은 필사본 ‘황성신문논설’도 주목할 만한 자료이다.

이번 해제 작업은 한국관의 중요한 고서들을 일반 자료와 분리시켜 귀중본실에 따로 격리시켜 보관하는 과정에서 함께 이뤄진 것이다. 일본·중국의 고서들은 이미 1975년부터 귀중본만 따로 보관해왔지만, 한국 책들은 지금에야 온전한 보전이 가능하게 됐다. 현재 지하에 위치한 한국관은 온도와 습도가 적당치 않고, 비가 많이 오면 물이 새기도 하고 보관이 좋지 않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자료집을 책임편집한 옌칭도서관 윤충남 한국관장에게는 고서들의 책임자로서 절박한 소망을 이뤄낸 셈이다. 그는 2000년 옌칭도서관 소장인 뚜웨이밍 교수를 만나 도움을 요청했고, ‘율곡집’과 ‘퇴계집’을 읽고 그 가치를 숙지하고 있던 뚜웨이밍 교수의 흔쾌한 지원으로 작업은 시작될 수 있었다. 가장 중요한 “한국 고서의 귀중본을 정의하는 일”이었는데, 많은 중요한 저작들이 식민지시기에 필사된 것이 많아 1945년 이전의 도서들을 대상으로 삼았다고 윤 관장은 밝히고 있다. 자료 정리와 해제작업에는 한국에서 교환연구원으로 간 이순구 국사편찬위원회 편사연구사(2000~2001), 한미경 경기대 강사(2001~2002), 김성환 경기도박물관 학예연구관(2003~2005)가 서로 바통을 이어받으면서 해나갔다.

이번 자료집 출간으로 하버드 옌칭도서관에는 원문 복사 요구가 빗발칠 것으로 예상된다. 옌칭도서관 고서들에 대한 연구로는 현재 허경진 연세대 교수의 ‘옌칭도서관의 고서들’(2003), 윤충남 관장의 ‘하바드 옌칭한국관 자료연구(2004) 등이 나와 있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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