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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설문조사로 ‘종합평가’는 무리
노벨상·설문조사로 ‘종합평가’는 무리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9.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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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세계대학순위, 어떻게 볼 것인가

한국대학의 경쟁력을 이야기할 때 세계 1백위에 드는 대학이 한 곳도 없다는 ‘세계대학순위’ 평가 결과가 곧잘 등장한다. 하지만, 기관마다 평가기준과 가중치가 다르기 때문에 특성별로 이해할 필요가 있다. 평가지표의 합리성과 신뢰성도 재고의 여지가 있다. /편집자주

중국 상하이 교통대 고등교육연구소(이하 상하이 교통대)와 영국 ‘더 타임스’ 고등교육섹션(이하 더 타임즈)은 해마다 세계대학순위를 발표하고 있다.

상하이 교통대는 지난 2003년부터 유럽연합 산하 행정기관인 유럽위원회의 발주로 교육·연구 성과를 조사해 ‘세계 5백대 대학’을 발표하고 있다. 지난 8월 발표된 올해 세계대학순위에서 서울대는 101위~152권에 올라, 지난 해 보다 한 단계 상위평가를 받았다. 서울대를 비롯 8개 대학이 세계 5백대 대학에 올랐다. 지난 해 11월 세계2백대 대학 순위를 발표한 ‘더 타임스’ 결과에서는 서울대가 118위로 나타났고, 카이스트와 포스텍이 각각 160위와 163위를 차지했다. 여전히 “미국대학의 경쟁력이 최고이며, 한국의 대학들은 세계적인 경쟁력이 부족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교통대 ‘노벨상’-더 타임스 ‘동료평가’ 중시”
□ 평가 기준은 뭔가 = 문제는 종합순위 발표에 ‘일희 일비’ 할 것이 아니라 제대로 된 ‘평가 안목’을 갖출 필요가 있다는 점이다.

상하이 교통대 세계대학평가는 노벨상·필즈상 수상 실적(30%)과 ‘이공계’ 연구실적을 강조하는 것이 특징이다. 교수진의 질과 연구 성과는 네이처와 사이언스지에 게재된 논문수(20%)와 생명과학·의학·물리학·공학·사회과학에서 인용도가 높은 우수 연구자수(20%)로 따진다. 노벨상 실적을 따지면 한국의 대학들은 항상 0점으로 처리되고, 대학병원을 갖고 있지 않은 대학은 불리할 수 밖에 없다.

‘더 타임스’는 대학의 기본 역할과 발전방향을 제시하는 평가지표를 마련했다. 나름의 ‘질적평가’를 강조하고, 대학의 국제화를 중시한다. 가장 두드러진 특징은 세계 88개국 1천3백명 학자들의 동료 평가가 평가점수의 절반을 차지한다는 점이다. 1천3백명의 학자들에게 해당 전문분야의 ‘최고 대학’을 선정하도록 설문조사를 실시한다. 여기에 교수당 논문 인용도 평가(20%)와 교수 대 학생 비율(20%), 국제화(10%, 외국인 교수·학생 비율)평가가 포함된다.

“문화·인종·국가에 대한 편견은 없나”
□ 무엇이 문제인가 = 김형순 인하대 교수(신소재공학부)는 “상하이 교통대 평가가 이공계·의학계의 연구실적을 강조하는 반면, ‘더 타임스'는 상대적으로 이공계를 비롯해 인문사회계를 포함한 교육·연구분야의 종합적인 평가를 지향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김 교수는 더 타임스의 ‘동료 평가’에 대해 “학자들이 매긴 대학평가가 50%를 차지할 만큼 높은 비중을 차지하고 있는데, 평가자 구성에 있어서 문화·인종·국가에 대한 편견을 전혀 배제할 수 없고, 연령별 선택도 최근 학문경향을 파악하는 변수가 될 수 있다”고 지적했다.

김 교수는 상하이 교통대 평가에 대해서는 “노벨상 실적은 부자 국가, 부자 대학일수록 유리한데다, 네이처와 사이언스 게재 여부를 따지는 것은 상업성과 홍보성이 짙어 보인다”고 덧붙였다.

“과거 명성에 치중…이공계 중심 평가”
서울대 교수협의회도 두 기관의 세계대학평가에 대한 의견을 밝힌 바 있다. 서울대 교협은 “상하이 교통대 평가는 노벨상 수상 실적을 강조해 과거 명성에 지나치게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이공계가 강한 대학에 상대적으로 높은 평가를 부여하고 있고, 대학의 규모를 고려하는 방법도 합리적이지 못하다”라고 평했다. ‘더 타임스’ 평가에 대해서는 “대학의 명성에 대해 상대 평가시켜 나온 결과를 대치했다”며 “1천3백명의 세계 각국의 전문분야 학자군에 대한 객관성이 입증되지 못했다”라고 지적했다. 하지만 서울대 교협은 “세계 최고 수준의 연구자가 많지 않다는 점과 교수 대 학생 비율이 불리한 점, 외국인 학자들과 학생들에게 대학이 좀 더 개방되야 한다는 점은 되새길만 하다”고 덧붙였다.

□ 어떻게 받아 들일 것인가 = 이외에도 특성화한 대학보다는 대규모 종합대학에 유리한 평가기준과 객관성을 지키기 위해 연구실적을 주되게 평가하는 방법도 평가의 신뢰성과 합리성을 떨어 뜨리는 요인으로 지적됐다. 이와 함께 평가대상 대학의 자료수집에서도 문제점이 드러나기도 했다. 카이스트는 지난 해 ‘더 타임스’ 평가에서 연구논문 피인용 현황에서 0점 처리된 경우도 있었다.

전도영 서강대 교수(기계공학과)는 “세계대학평가에서도 대규모 대학이 훨씬 유리하다”며 “가장 입학하기가 어렵고 논문도 뛰어난 학교가 규모가 작고 분야가 좁다보니 종합평가에서 불리하게 작용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전 교수는 미국의 칼텍은 많은 과학자들이 세계 최고로 꼽고 있지만 미국 대학평가에서도 10위권 밖으로 평가받는 사례를 들었다.

정민근 포스텍 교수(산업공학과)는 “종합순위에 연연할 것이 아니라 학문분야별로 벤치마킹 대상을 정해 대학의 특성화를 촉진시키는게 중요하다”고 전했다.

오세정 서울대 자연과학대학장(물리학과)은 “엉성한 기준으로 종합순위를 매기는 데는 신뢰할 수 없다”면서 “‘스타급 교수가 부족하다’든지, ‘인지도가 낮아 세계 전문가들에게 위상을 높여야 겠다’는 식의 참고는 가능하다”고 말했다.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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