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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연구 : 왕조에서 제국으로
셰익스피어의 역사극 연구 : 왕조에서 제국으로
  • 이지원
  • 승인 2021.11.04 19:05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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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문규 지음|도서출판 동인|246쪽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은 영국 역사에 등장하는 영국 왕들을 타이틀로 삼은 일련의 극을 지칭하는데, 셰익스피어는 모두 열 편의 역사극을 썼다. 그의 전 극작품이 37편 정도이고, 그중 비극이 모두 열 편인 것을 감안한다면 역사극이 꽤 비중을 차지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셰익스피어가 역사극을 주로 썼던 시기는 무적함대 격파(1588) 이후부터 십여 년 정도였는데, 이 시기는 무적함대 격파 이후 국민들의 조국에 대한 자부심이 드높았고, 전쟁을 승리로 이끈 엘리자베스 여왕의 통치 기반이 다져지던 시기라고 볼 수 있다. 

영국 영웅들의 기억을 보존하고 애국심을 고취할 수 있는 역사극은 국민으로 하여금 그들의 과거에 대한 집단적 기억을 바탕으로 자신들의 시대를 돌아보고 미래를 전망할 수 있게 해줄 수 있었다. 자신의 시대를 누구보다도 역사적 전환기로 인식했던 셰익스피어는 역사극을 통해서 역사적 전환의 모멘텀을 추적한다. 셰익스피어는 무적함대 격파 이후 자신의 나라가 이전 시대와는 다른, 사회 전반에 걸쳐 업그레이드가 되었지만, 그에 따라 새로운 문제와 도전이 제기되고 있음을 의식하면서 그런 자신의 시대에 이르기까지 영국 역사의 도저한 흐름을 역사극을 통해서 포착하려 하였다. 그리하여 그의 역사극은 영국이 낡은 왕조로부터 근대 국민국가를 거쳐 장차 대영제국으로 이행하는 역사를 추적한다.

이 책은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이 영국이라는 나라의 근대화 과정, 즉 중세 왕조로부터 근대 국민국가를 거쳐 제국을 지향하는 이행 과정을 반영하고 있다는 전제하에 그런 이행의 역사적 변화의 성격이 각 역사극에 어떻게 구체적으로 그려져 있는지 파악하고자 한다. 이는 21세기를 사는 한국의 독자가 셰익스피어 역사극을 읽을 때 가질 수 있는 적절한 문제의식이 아닐까 싶다. 때문에 셰익스피어의 역사극을 통해서 영국 근대화 역사를 조망하는 작업은 의미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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