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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 쓰는 딸들
글 쓰는 딸들
  • 이지원
  • 승인 2021.11.05 14: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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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피 카르캥 지음 | 임미경 옮김 | 창비 | 424쪽

20세기 프랑스를 대표하는 문학ㆍ지성계의 아이콘이자 시대를 앞서갔던 여성 작가들인 마르그리트 뒤라스, 시몬 드 보부아르, 시도니 가브리엘 콜레트의 삶과 작품을 그들의 어머니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살펴본 의미 있는 저작이 창비에서 출간되었다.

1871년에서 1914년 사이, 세기의 전환기에 태어난 세 사람은 시대에 맞선 저항자라는 점 외에도 덜 알려진 한가지 공통점이 있다. 바로 삶은 물론 작품에까지 강력한 영향을 미친 어머니, 사실상 최초에 이들이 글을 쓰도록 만들었던 ‘빅 마더’를 두었다는 것.

뒤라스의 어머니 마리 도나디외, 보부아르의 어머니 프랑수아즈, 콜레트의 어머니 시도. 이 어머니들은 군림하거나, 지나쳐서 넘치거나, 모든 것을 감싸서 끌어안으려 했다. 그들은 딸을 사랑했다. 무척 사랑하거나, 과도하게 사랑하거나, 잘못된 방식으로 사랑했다. 그리고 세 딸은 그 사랑에 대해, 대개는 견딜 수 없는 사랑인 터라, 각자 글을 썼다. 저자의 말대로 이 책은 그런 세 딸과 어머니의 이야기를 하나로 이어붙인, 거창하게 말해 3부작 전기이다. 

지금까지 정신분석학의 오이디푸스 콤플렉스를 바탕으로 남성 작가와 그 아버지와의 관계를 분석한 시도는 여럿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여성 작가의 삶과 작품에서 어머니의 영향을 추적한 작품은 찾아보기 힘들었다는 점에서, 『글 쓰는 딸들』은 더욱 뜻깊은 작업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세 작가의 소설과 에세이와 편지, 생전의 다양한 인터뷰, 세 작가를 다룬 전기와 평론 등을 총망라해 그 사이에서 어머니와 관련된 내용들을 추출해낸 뒤, 사실의 빈자리들은 가능할 법한 소설적 상상력으로 메워 독자들이 마치 이들의 삶에 들어갔다 나온 듯 느낄 수 있도록 생생히 엮어냈다.

저자가 펼쳐놓은 무대는 뒤라스가 살았던 1910~30년대 인도차이나의 메콩삼각주, 보부아르가 자란 20세기 초 파리의 부르주아 사회, 콜레트가 자연에 대한 사랑을 키운 19세기 말 부르고뉴 들판과 생소뵈르 마을이다. 이렇게 세 딸과 세 어머니, 여섯 사람의 삶과 한 시대를 엮어낸 한권의 매력적인 책이 우리 앞에 놓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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