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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기 잃은 대학교육개발센터, 어디로 가나
활기 잃은 대학교육개발센터, 어디로 가나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8.1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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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육마인드부족이 교육개발센터 죽여…필요성 증명해야 생존 가능


대학교육의 ‘중핵’ 역할을 해야 할 대학교육개발센터(이하 센터)가 요즘 심상치 않다. 1997년 인하대에서 처음으로 설립된 이후 2005년 7월 현재 85개에 이를 정도로 양적팽창을 이루었지만, 그 실상은 안타깝기만 하다.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 측에서 파악한 바에 따르면, 2005년 7월 현재 35개 센터를 제외한 나머지 센터들은 활동내역이 미미하거나 조직만 구성돼 있는 상태다.

후발 센터들의 모델이 돼왔던, 덩치 큰 대학의 센터들은 움직임이 많이 느려졌다. 그간 교수법 전파, 강의 촬영 및 분석, 학습 스터디 등 다양한 프로그램을 선도적으로 소개해 왔지만, 최근 1년 넘게 참신한 프로그램을 내놓지 못하는 실정이다.

□후발센터 ‘퇴보’, 왜?=가장 큰 문제는 많은 대학들이 센터가 대학교육 질 향상의 ‘키 플레이어’임을 깨닫지 못한다는 점이다. 센터는 다만 대학종합평가에서 점수를 높여 받기 위한  동원 요소일 뿐이라는 게 이들 대학에 팽배해 있는 인식이다.


ㅈ대는 이를 극명하게 보여주는 사례. ㅈ대 센터는 최근 센터의 존망이 걱정될 정도로 위험한 행보를 보이고 있다. 2년 전 센터를 교무연구처 소속으로 전환하면서 명칭을 ‘교무지원팀’으로 바꾸었는데, 이때 센터를 실질적으로 이끄는 교무지원팀장에 교육학을 전공한 박사급이 아니라 행정직원을 앉히는 ‘파격’을 보였다. 그러면서도 책임연구원은 박사급 연구원을 두었는데, 이마저도 책임연구원 3명 중 2명은 ‘학사급 연구원’이었다. 사실상 센터의 활동영역을 협소화 시킨 것. 행정직원인 교무지원팀장이 센터를 이끌 수도 없고, 박사급 연구원이 독자적으로 프로그램을 개발하거나 진행할 수도 없게 된 것이다. 그럼에도 ㅈ대는 실질적으로 어떠한 산출물도 내놓지 못하는 센터를 존속시켰다. 이유는 단 하나. 센터가 대학 종합평가에서 가산 요인이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은 ㅈ대 뿐만이 아니다. ㅅ대 센터 소장의 경우 지난 6월 춘천에서 개최된 대학교육개발센터협의회 리더십캠프에서 “대학종합평가가 끝나면 우리 대학의 센터는 곧바로 없어질 것”이라고 말해 참가자들에게 충격을 줬다. 소장부터 센터에 몸을 던질 생각이 없었던 것.

센터가 현실적인 이유로 투자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상황도 센터 부진의 큰 원인이다. 지방대의 경우에는 당장의 입학정원도 채우지 못하기 때문에 센터 운영의 내실화는 배부른 소리에 가깝다. 최호성 경남대 교수(前 교육개발센터소장)는 “장기적으로는 센터에 투자를 해서 교육의 질을 강화해야 입학정원 미충원 현상을 극복할 수 있겠지만, 당장의 어려운 현실이 어떤 장기적 전망도 세울 수 없게 한다”라고 말한다. 대학교육의 질 저하와 이로 인한 신입생 미충원의 악순환 구조는 깨질 수 없는 것이다.

결국 이러한 이유로 센터는 언제나 빈곤하게 돌아간다. 소장과 행정직원 한 명이 센터를 운영하고, 기껏해야 조벽 교수의 교수법 책자를 인용해 홈페이지에 겨우 올린다. 강의촬영 분석 서비스, 학습상담 자료의 개발과 보급은 언감생심이다.

□활기 잃은 ‘리딩그룹’, 왜?=여건이 좋은, 덩치 큰 센터의 관계자들은 최근 센터들이 ‘매너리즘에 빠졌다’는 평가에 극히 조심스러워한다. 이제 설립된 지 겨우 4~5년 정도가 된 상황이기 때문에 매너리즘이라는 말은 시기상조라는 것이다. 그보다, 한 단계 도약하기 위한 ‘휴지기’ 정도로 봐야 한다고 입을 모은다. 하지만 현재 상황을 무엇으로 규정하든, 최근 1년 사이 리딩 그룹 센터들이 활기를 잃은 게 사실이다. 예를 들어 최근 1년 동안 연세대, 한양대 등의 센터에서는 교수법과 관련한 참신한 프로그램이 생산되지 못하고 있다.


이에 대해 김지일 한림대 교육개발센터 부장교수는 “그동안은 교육학 전공자들이 센터에서 대학 석·박사 과정에서 배운 내용이나 해외 사례를 적용해보는 것에 불과했다”라고 평가한다. 연구의 토대 없이 몇 년간 서로 비슷한 프로그램을 제공하는 가운데, 어느덧 더 이상 보여줄 것이 없는 ‘한계 상태’에 이르렀다는 것. 김 교수는 “초반 리딩 그룹들이 외국 모델을 배우는 단계였다면, 이젠 응용해서 창의력 있는 프로그램을 만들어야 한다”라고 덧붙인다.

이와 함께 4~5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음에도 교수들 사이에서 여전히 그리 큰 호응을 받지 못하는 이유는 센터의 교육공학적 사고방식이 한 몫을 했다는 지적도 일고 있다. 어느 센터 관계자는 제3자적 입장을 전제하면서, “교육공학의 기술적인 내용들, 예를 들어 ‘티칭 팁스(Teaching Tips)’와 같은 교육이 주류를 이루고 있어 교수들이 이 같은 내용이 ‘실질적으로’ 도움이 되지 않는다는 것을 눈치 챈 것 같다”라고 분석했다.


□센터 ‘업그레이드’의 조건=지방대 센터의 경우 대학 측의 교육마인드 부족과 지원 부족으로 ‘퇴보’에 가까운 모습을 보이지만 이를 여건 탓으로 돌릴 수만은 없다. 센터의 존재 이유를 스스로 증명하는 수밖에 없다. 그런 점에서 동의대, 동서대, 순천향대는 모범 사례다.


특히 동의대 센터는 열악한 현실에서도 내실 있는 운영으로, 학내외에서 입지를 탄탄히 굳혀 가고 있는 중이다. 동의대 센터에는 그 흔한 교육학 전공 연구자도 없다. 센터는 사학과 교수인 소장과 5명의 행정직원, 2명의 조교로 움직여질 뿐이다.
동의대 센터가 주력하는 부분은 교수들의 자발적인 참여. 예컨대 티칭카페를 통해 교수들 사이에서 교육에 대한 이야기를 자연스럽게 나누도록 한다거나, 교수법 개발을 적극 지원한다. 아직 모든 교수들이 적극적으로 참여하지는 않지만, 매 학기 자료개발과 강사교육을 겸해서 교수법 개발 세미나를 적극 이용하는 학과가 생겨날 정도다.

또, 교수들의 ‘필요’를 파악해, 이를 적극적으로 채워주기도 한다. 최근 각 대학 센터들이 파워포인트 교육을 워크샵 방식으로 진행하는 것에 비해, 동의대 센터는 ‘개인교습’ 방식을 채택했다. 교수마다 가용 시간대가 다르다는 점에 착안, 교수 개인에게 튜터를 붙인 것. 튜터는 각 학과에서 파워포인트를 잘하는 학생들이며, 교육 투입 전 센터에서 간단한 교육을 받는다. 센터는 이를 통해 교수들에게 시간절약과 학습효과 배가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을 수 있도록 했다.

박순준 동의대 교수학습개발센터 소장은 “지방대 센터는 학교 지원이 많지 않은 경우가 대부분”이라고 말하고, “하지만 교수들의 필요를 적극 찾아내고 참여를 유도한다면 학내에서 센터의 필요성은 더욱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리딩 그룹 센터들에게는 협동 연구 및 프로그램 개발의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최근 성균관대 등 일부 대학에서 전공별 교수법 개발을 시도하는 등 정력적인 활동을 하고 있지만, 한 사람만으로는 힘에 부치는 게 사실. 세부 전공 교수들뿐만 아니라, 센터 관계자들끼리의 상호 협력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심미자 연세대 교육개발센터 교육자료개발부장은 “앞으로 협동연구나 새로운 프로그램 개발을 대학교육개발센터 전문가협의회를 통해서 해결할 생각이다”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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