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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가 조언_금강삼매경론, 어떻게 읽을 것인가
전문가 조언_금강삼매경론, 어떻게 읽을 것인가
  • 이평래 충남대
  • 승인 2005.08.17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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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래장사상의 실천성 체계화"

금강삼매경론을 바르게 알려면 그에 얽힌 설화적인 요소와 다른 경론과의 관계성에 관한 바탕을 필요·충분조건으로 한다. 왜냐하면, 그것은 불교가 이상으로 삼는 깨달음을 실현하기 위한 종교서이면서 동시에 그 이론을 체계적으로 서술한 철학서이기 때문이다. 설화적인 요소가 종교성에 관한 것이라면, 다른 경론과의 관계성은 불교라는 커다란 바다 속의 한 사상성을 가늠하게 하는 것이다. 贊寧이란 중국의 스님이 쓴 宋高僧傳의 唐新羅國皇龍寺元曉傳과 일연 스님이 쓴 삼국유사의 元曉不羈를 탐독하면 전자에 관한 궁금함을 어느 정도 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무엇이 우리의 삶에서 가장 아름다울까. 바로 깨달음(解脫)이다. 스스로가 대자유인이 된다. 금강삼매경론은 깨달음으로 인도하는 길을 제시하는 수행지침서이다. 금강삼매경론의 요체는 本覺과 始覺에 관한 두 가지 깨달음이다. 이에 관한 이론은 본디 대승기신론에서 제시한다. 원효는 대승기신론소를 써서 대승기신론을 해석하고, 금강삼매경론을 써서 금강삼매경을 해석한 탁월한 해석학자이기도 하다. 이는 대승기신론?대승기신론소에 관한 이해가 없이는 금강삼매경·금강삼매경론를 제대로 읽을 수 없음을 전제로 하는 대목이라는 것을 꼭 유념해야 한다.

대승기신론소의 불교사상은 금강삼매경과 금강삼매경론의 형성에 커다란 영향을 미친 것이다. 문헌적 사실을 근거로 하여 더욱 구체적으로 서술하면 대승기신론의 여래장사상이 금강삼매경과 금강삼매경론의 모체로 되어 있다는 점이다. 대승기신론은 여래장사상의 이론을 체계화하는 데에 많은 비중을 두고 있다면, 금강삼매경론은 여래장사상의 실천성을 체계화하는 데에서 그 특징을 찾을 수 있다. 이와 같은 종교적·사상적인 흐름을 유추하면서 읽어야 양자 사이의 밀접한 관계성을 명확하게 요해할 수 있다.

원효는, 대승기신론·대승기신론소의 논리구조와 그 속에 담긴 여래장사상을 금강삼매경·금강삼매경론에서 잘 살려가면서 불교에서의 궁극의 목표인 안웃따라쌈약쌈보오디(온전한 깨달음, anuttarasamyaksa?bodhi)를 실현할 수 있는 수행관을 전개한 것이다.

금강삼매경론의 무상법품·무생행품은 주관과 객관의 대립을 지향하기 위한 수순으로서의 주객의 소멸을 서술하고 있다. 본각이품은 대승기신론에서의 심생멸문에서 논술하고 있는 본각과 상응하는 내용이라고 볼 수 있다. 왜냐하면, 이 곳에서의 아알라야식(?laya識)에는 깨달음(覺)과 못 깨달음(不覺)의 두 가지 뜻이 있으며, 또 본각과 시각의 두 가지 깨달음을 체계적으로 서술하기 때문이다. 텍스트이론을 근거로 하는 사유가 요구되는 곳이기도 하다.

입실제품은 금강싸마아디(vajra-upama-sam?dhi)를 닦아 심생멸문에서 심진여문으로 들어와 온전한 붓다(anuttarasamyaksa?buddha)가 된 것을 확인하는 곳이다. 그러므로 다음의 진성공품에서는 글의 짜임새에 따라서 진여의 본질에 관하여 논술하지 않을 수 없다. 진여(tathat?)는 그 본성이 공(??nyat?)이다. 이 품은 대승기신론의 심진여문에서의 말로 표현할 수 없는 진여와 말로 표현된 진여에 상응하는 내용이라는 것을 함께 공부하여야 한다. 여래장품에서는 여래장이란 진제와 속제가 둘이 아닌 하나의 진실이라는 것을 천명하고 있다. 여래장은 다름 아닌 한 마음(ekacitta)이며, 마음을 닦아서 모든 이상을 실현하는 불교의 본연으로 귀결시킬 수 있는 씨아이며 가능 근거이다.

끊임없는 마음 닦기가 불교다. 마음을, 진리 그 자체로 볼 때는 진여라고 하며, 사람이 지니고 있는 인격으로 볼 때는 자성청정심이라고 하고, 번뇌와 인연을 맺으면 여래장이라고 하며, 탐욕·성냄·어리석음의 번뇌를 말끔히 씻어버린 주체를 붓다라고 부른다. 이렇게 금강싸마아디를 닦아 수행을 완성하여 묘각을 이룸으로써 그가 의도하는 바인 여래장사상에 종지부를 찍은 것으로 볼 수 있다.

이평래 / 충남대·인도철학

필자는 일본 코마자와대에서 ‘신라불교여래장사상연구’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여래장설과 원효', '금강삼매경론에서의 여래장설', ‘열반종요에서의 여래장설’ 등의 저서와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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