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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사람이 사는 법: ① 小食하는 박석 상명대 교수
이 사람이 사는 법: ① 小食하는 박석 상명대 교수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8.1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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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을 가다듬어 거친 감각을 잠재우라

맛있는 음식을 먹는다는 건 인생의 큰 즐거움 가운데 하나지만, 만약 먹는 행위가 때로는 건강을 위협한다면 어떻게 해야할까. 대부분 사람들은 일상에서 맛의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는데, 주위를 살펴봐도 교수들 가운데는 상당수가 大食을 즐기고 있다.

그런데, 거꾸로 제대로 미감을 즐기기 위해 음식을 끊거나, 적게 먹는 이가 있다. 박석 상명대 교수(중국문화학)는 중국의 사상가 노자가 ‘화려한 색은 사람의 눈을 멀게 하고 현란한 소리는 사람의 귀를 멀게 하고 찐하고 자극적인 맛은 사람의 입맛을 상하게 한다’라고 한 말을 되새기며, 제대로 된 쾌락을 느끼기 위해 斷食과 小食을 하곤 한다. 대학때부터 시작했으니 벌써 25년이 다 됐는데, 박 교수는 이런 습관이 자신에게 얼마나 큰 것들을 가져다 주었는지 새삼 되새긴다. 그에 따르면, 몸속의 노폐물이 제거되어 육체를 맑게 만들어주고 몸 전체가 유연하게 되었으며, 또한 가장 강력한 욕구인 식욕을 이겨내는 과정에서 강한 자신감과 자기절제력을 가져다 주었다고 한다. 또 음식일 얼마나 소중한가를 깊게 깨치게 되었으며, 무디어진 입맛도 새록새록 되살아나 감각적인 것에 쉽사리 빠지지 않게 되었고 더 큰 쾌락을 즐기게 되었다고 한다.

▲먹음직스러운 홍합죽 ©
단식이 결코 쉬운 건 아니다. 하지만 맘만 먹으면 쉽게 실천할 수 있다며, 박 교수는 하루 단식을 해볼 것을 권한다. 단식 전날 저녁은 가볍게 먹는다. 그러나 양보다 중요한 건 음식의 ‘담백함’이다. 김치와 고기를 먹지 않고 진밥이나 죽을 꼭꼭 씹어서 먹는다. 이튿날 본격적으로 물만 먹으며 음식을 끊는다. 그는 하루단식은 한달에 한번 하기도 하고 수차례씩 할 때도 있는데, 가령 속이 거북하다거나, 살이 좀 찐 것 같다거나, 사회생활을 하면서 회식자리에서 술과 고기를 먹게 될 경우 다음날은 몸을 가뿐히 하기 위해서 하루단식에 들어가곤 한다.

단식은 그에게 小食이란 습관도 가져다주고, 자연히 식생활의 습관도 변하게 해주었다. 보통 소식을 실천하는 이들은 성인 1일 영양권장량의 8할 정도만을 먹는다. 박 교수는 꼭 8할원칙을 따르는 건 아니지만, 아침은 거르거나 아주 조금만 먹고 점심?저녁도 과식은 물론이고 조금은 적게 먹으려 한다. 아침식사가 두뇌회전에 좋다는 견해가 일반적인 건강정보이긴 하나, 다른 한편에서는 아침식사를 되도록 가볍게 먹는 것이 좋다는 견해가 나오고 있다. 박 교수는 채식주의자는 아니지만, 자연스럽게 단식과 소식을 하면서 육식을 하지 않게 되었다고 한다. 하루에 단 10분이라도 마음 속의 고요를 되찾고 싶어 명상을 즐기게 된 그는 돼지, 소, 닭고기 등은 자연히 구미에 당기지 않게 되었고, 주로 해산물을 먹는다. 그래도 회식자리가 있고 하면 고기를 아예 안먹을 수도 없는 노릇이라, 되도록 적게 먹으려한다. 

▲박 교수가 10일 단식후 회복식으로 먹었던 꿀맛같았던 당근 ©
이따금씩 긴 시간 단식에 들어가기도 한다. 옛날 강원도 깊은 산골에서 10일동안 단식을 했는데, 그걸 마치고 나서 밭에서 갓뽑아온 당근 반쪽을 회복식으로 먹었다. 30분동안 당근을 1백번에서 3백번까지 잘근잘근 씹어먹었던 그는 “황홀한 맛에 감격해서 눈물을 흘려가며 먹었다”고 털어놓는다. 보통 30일 이상 물만 먹고 음식물을 일체 섭취하지 않는 것을 장기단식이라 일컫는데, 박 교수는 최장 48일간 아무 것도 먹지 않은 경험이 있다고 한다. 그러나 “함부로 하면 건강을 해치기 쉽다”라며 장기단식에 주의를 준다.

술과 고기를 접할 회식자리도 많고, 때에 따라 과식도 많이 하는 주변 교수들에게 박 교수는 “결코 실패하지 않을” 단식과 소식의 노하우를 하나 가르쳐 준다. 10분의 명상을 겸하는 게 그 방법. 식욕은 심리상태와 상당한 연관성을 갖기 때문이다. 단지 살을 빼기 위해서, 아니면 건강을 위해서 식단을 조절한다면 쉽사리 실패하지만, 박 교수는 “마음을 고요하게 가다듬는다면, 거칠어져만 있던 감각은 잠재워지고 원래의 깨끗한 감각들이 일깨워지게 된다”라고 조언한다. 그러면 자연히 식습관도 바뀌고 과도한 식욕도 절제하게 된다는 것. 단식과 소식, 새학기를 맞아 새롭게 출발하는 이들이 한번 되돌아볼 만한 라이프 스타일인 듯 하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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