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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2] 작은 새들을 홀려 잡아먹는, 새호리기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82] 작은 새들을 홀려 잡아먹는, 새호리기
  • 권오길
  • 승인 2021.11.02 08:4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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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호라기. 사진=위키미디어
새호리기. 사진=위키미디어

다음은 2021년 8월 25일의 동아일보, 이청아 기자의 “멸종위기 새호리기, 성미산에 둥지… 마포구 ‘녹화사업으로 숲 되살려’란 제목의 간단한 기사이다.

2급 멸종위기 야생동물인 ‘새호리기’(사진)가 서울 마포구 성미산에서 발견됐다. 마포구 관계자는 24일 “이달 초 한 주민의 제보를 받고 확인한 결과 성미산(서울특별시 마포구 성산동에 있는 산)중턱에서 새호리기 한 쌍이 새끼들을 돌보는 모습을 포착했다.”라고 말했다.  새호리기는 몸길이가 35cm 정도인 여름 철새로 맷과의 맹금류로 분류된다. ‘작은 새들을 홀려서 잡는다.’란 뜻에서 이름이 유래했다. 주로 농경지나 도심 숲에 서식하며, 산림 훼손으로 둥지가 소실돼 번식이 어려워지자 1998년 멸종위기 동물로 지정됐다. 유동균 마포구청장은 “과거 땔감용 벌목으로 황폐해졌던 성미산이 녹화사업을 통해 울창한 숲으로 되돌아와 새들이 둥지를 틀 수 있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산에는 새호리기 외에도 천연기념물인 솔부엉이 등 50여 종의 야생동물이 서식하고 있다.

새호리기(새홀리기, eurasianhobby)는 맷과의 맹금류(猛禽類, bird of prey)로 매와 비슷한데 조금 작으며, 통과 철새로 알려져 있었으나 국내에서 번식이 확인된 이후 텃새로도 구분한다. 새호리기는 몸길이 28~31cm이고, 날개편길이(wingspan)는 74~84cm이고, 몸무게는 175~285g인 작고 맵시 나는 매로 암수가 비슷하다. 머리 꼭대기는 검은 갈색이며, 앞이마에서 눈 위로 황갈색의 가는 띠가 지나며, 눈 가장자리는 노란색이다. 가슴·배·옆구리는 연한 갈색 바탕에 짙은 갈색의 세로무늬가 있으며, 몸빛은 누런 흰색이고, 가슴, 옆구리, 배에 검은 점이 많으며, 배와 꽁지는 붉은 갈색이고, 꽁지에는 검은 갈색의 띠가 있다. 

여기서 통과 철새란 나그네새(passage visitor)라고도 하며, 번식은 시베리아 등 고위도 지역에서 하고, 월동은 저위도의 따뜻한 지역에서 보내는 새로 우리나라에서는 봄과 가을에 관찰할 수 있다. 흔히 길잃은 새(vagran)라고도 하는데, 다르게 미조(迷鳥)라 한다. 

그런데 새의 이름이 ‘새호리기(새홀리기)’인 것은 자신이 살아가기 위해 다른 새들을 홀려서 정신을 빼어놓기 때문이다. 새호리기는 나그네새이다 보니 둥지를 제대로 지을 틈이 없어서 버려진 까치둥지를 쓰거나 새롭게 빼앗아야 한다. 새호리기는 몸을 잔뜩 옴츠리고 까치보다 더 작아 보이게 까치를 홀린다. 까치는 새호리기가 다가오면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기다가 접근하는 새의 눈이 천적인 매와 닮았기에 매우 놀란다.

새호리기(Falco subbuteo)는 유라시아, 아프리카에 널리 분포하는 흔한 맹금류지만 국내에서는 희귀하다. 그러나 마릿수는 적지만 전국에 분포하며, 주로 산림, 공항 근방, 도심 부근의 숲, 농경지 등지에 산다. 전체적으로 매나 황조롱이와 닮았으나 배의 아랫부분이 적갈색을 띠어 다른 맹금류와 구별된다.

주로 혼자서 생활하고, 번식기는 5~8월이며, 까치나 큰부리까마귀, 어치 등이 사용하던 둥지를 이용해 번식한다. 앞이 탁 트인 숲에 서식하며, 다른 맹금류와 달리 특이하게 곤충도 잡아먹는다. 한배에 알 2~3개를 낳고, 28일 동안 품으며, 28~32일 동안 기른다. 그리고 뾰족한 날개로 빠르게 날고, 한곳에 머물러 빙빙 선회(돎)도 한다. 먹이로 작은 새나 곤충 따위를 잡아먹고, 소화되지 않은 뼈나 깃털 덩어리인 펠릿(pellet)으로 토해낸다.  

새호리기(europian hobby)는 바람을 타고 높이 나는데 적합한 다른 맹금류와는 달리, 제비처럼 날개가 길고 가늘다. 그래서 장거리 활공보다는 근거리 빠른 방향 전환이 특기이고, 날쌔게 벌레를 잡기에 적합하다. 특히 왕잠자리류를 즐겨 잡아먹으며, 이런 비행 실력으로 제비를 사냥할 수도 있다. 또 작은 새를 공격할 때는 하늘에서 날개를 접고 급강하하여 잡는다. 일반 맹금류가 장거리 비행에 적합한 폭격기라면 새홀리기는 싸움에 능한 전투기라고 할 수 있다.

새호리기는 서로 유전적으로 가까운 근연종(近緣種)인 황조롱이처럼 도심에도 출몰한다. 이따금 국내에서 번식하여 여름 철새로 분류되기도 하며, 겨울철엔 남부지역에서 월동하기도 한다.  한국에서는 대부분 5월 또는 9∼10월에 지나가는 나그네새인데, 1981년 강원도에서 젓나무에 둥지를 틀고 알을 품고 있는 한 쌍이 처음으로 발견되어 여름새라는 사실이 알려지기도 했다. 한국·유럽·아프리카·러시아·중국·일본·만주 등지에 분포한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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