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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기성찰’로 주체적 의미 다듬기
‘자기성찰’로 주체적 의미 다듬기
  • 유무수
  • 승인 2021.11.05 10:0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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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읽기_『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고려대 출판문화원 엮음 | 고려대 출판문화원 | 388쪽 · 『점』 김현정 지음 | 싱긋 | 304쪽

무용하지 않은 삶은 희생·나눔으로 극복
인생은 무수히 많은 점이 만든 선 같아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는 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의 진취적인 질문에서 시작된 책이다. “(만남과 소통의 기회가 절대적으로 부족하고 침체되어 있는 대학 커뮤니티의 현실 속에서) 무엇을 하는 것이 의미 있을까? 만남은 없더라도 소통의 기회는 만들 수 있지 않을까? 남들도 나와 같은 생각과 느낌일까? 어떻게 지혜롭게 이 난국을 극복하려는 시도를 하고 있을까?” 출판문화원은 캠퍼스 구성원(학생, 졸업생, 직원, 교원)을 대상으로 원고를 모집하여 책으로 엮었다.

사회적 거리두기는 사람들을 불편하고 지치게 했다. 캠퍼스 구성원은 모두 ‘코로나 블루’로부터 크고 작은 영향을 받았다. 개강 준비 중이던 최고위 대학원 과정이 폐지되어 관련 직원의 일자리도 사라졌고, 통학버스를 운영하던 대표는 파산을 신청했다. 모처럼 대면 강의를 할 때 교수와 학생들 모두 마스크를 쓰는 것은 의무였다. 꿈과 열정과 설렘이 넘치던 캠퍼스와 주변의 분위기는 침체됐다. 비대면의 시간과 함께 동시에 늘어난 것은 바로 자신과 함께 하는 고독의 시간이었다. 산책, 독서, 자기성찰의 시간이 늘어났다.

한 학생은 코로나 이전에도 자주 우울했다. 결국 죽어서 무(無)로 귀결되는 삶의 유한성이 무의미했고 허무했다. 외부와 단절되면서 자신에 대한 집중도가 높아졌다. 학생은 코로나19가 우리들부터 앗아간 ‘타인과의 관계’에 주목했다. 언제 닥칠지 모르는 죽음 앞에서 무용하지 않은 것은 “희생과 나눔”이라는 자각이 솟아올랐다. 깊은 자기성찰을 통해 주체적인 의미를 찾은 학생에게 코로나 팬데믹이 강요한 ‘사회적 거리두기’의 상황은 오히려 우울을 극복하는 계기가 되었다.

『점』은 김현정 저자가 ‘나사에서 10년간 배운 100가지 지혜’를 담은 책이다. 저자는 카이스트 박사과정 중 이탈리아 학회에 참석했다가 나사의 제안을 받고 나사 랭글리리서치센터에서 박사후 연구원으로 일하게 되었다. 저자는 타국의 특수한 조직에서 계약직 직원으로 일을 시작했다. 

‘점’은 저자의 어머니가 “인생은 무수히 많은 점이 모여 만들어 낸 선”이라고 한 표현에서 따온 것이며 하루하루 범사에 감사하며 즐거움으로 살라는 의미를 내포했다. 저자는 재정지원을 받아 연구를 진행할 때 단기적으로 성과를 내서 인정받고자 했다. 부서장은 크고 넓게 보라는 의미로 “작은 일들이 모이면 자기도 모르게 어느새 놀라운 결과가 이루어진다”고 조언했다. 어머니의 점 이야기와 일맥상통했다. 

2억 원의 연구비가 지원되는 과제 제안서를 작성할 때였다. 실마리를 잡지 못하여 고민이 깊어졌다. 동료가 “다른 사람의 입장”이 되어보라고 말했다. 저자는 기관의 입장에서 새로운 질문을 제기했다. “이 연구는 2억 원의 가치가 있는가? 이 연구를 지원하면 기관과 미래과학과 국가에 무슨 이득이 되는가?” 저자는 이 질문을 붙잡고 간결하게 핵심만 전달하는 내용으로 제안서를 완성했고 연구비 지원을 받았다. 저자는 10여 년간 일하면서 ‘어제보다 나은 오늘의 나’가 되고자 노력했고 정직원이 되었다. 일상의 활동에서 생소한 상황을 주의 깊게 관찰하고 배울 점을 찾고 기록하는 것이 발전을 이루어가는 방법이었다. 

고려대 학생들과 김현정 저자는 공통적으로 자기성찰을 통해 이전에는 없던 주체적 의미를 다듬었다. 주체적 의미가 풍부해지고 성장할 때 스트레스적인 상황은 긍정적 도전의 디딤돌로 전환됐다. ‘코로나 블루’를 넘어서 ‘코로나 레드’가 소용돌이치는 시점에 이 같은 자기성찰은 널리 권장할 수 있는 정신적 백신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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