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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많이 보지 말고 제대로 보자"
"많이 보지 말고 제대로 보자"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8.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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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최고 가이드 뽑힌 '답사여행 길잡이' 기획맡은 김효형씨

최고의 여행가이드로 꼽힌 ‘답사여행 길잡이’(돌베개 刊, 전 15권). 지난 1994년 전북편을 시작으로 지난 해 12월 15권째 서울편을 마지막으로 대장정의 막을 내렸다. ‘길잡이’는 문화유적 답사여행의 붐을 불러 일으켰던 베스트셀러 유홍준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에서 담아 내지 못했던 세세한 문화재 설명과 여행정보를 담았다. 유홍준 문화재청장이 대표를 맡고 있는 한국문화유산답사회가 엮은 이 책을 기획하고 실무를 맡은 김효형 눌와출판사 대표를 만났다.

△ 지난 1994년부터 11년 동안 책을 만들어 왔는데 작업과정을 듣고 싶다.
“유 청장의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가 나온 이후 돌베개에서 출판 제의가 왔었다. 나의 문화유산 답사기는 주관적이고 개인적인 이야기가 많았는데 못다한 문화재 설명을 덧붙여서 1~2권정도 내면 좋지 않겠냐는 것이었다.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문화유산 30' 이런 식이었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하면 재미도 없을 것 같고, 전국을 대상으로 제대로 만들어 10권 정도 만들면 좋겠다고 다시 출판사쪽에 제안했다. 한국문화유산답사회 총무를 맡고 있었는데 2~3년이면 끝낼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답사회 회원 중에는 대학강사도 있고, 프리랜드 작가와 사진작가도 있어서 역할을 분담하면 금방 끝나지 않을까 생각했었다. 10년이 넘을 만큼 오래 걸릴 줄 몰랐다.

한번씩은 다 가본 곳인데, 취재목적으로 가면 다시 들춰보고 확인작업을 거쳤다. 보통 3박4일 일정으로 휴가를 내서 주말을 이용해 다녀오기도 했다. 기본적인 취재만 5차례씩 다녀왔다. 원고 초안을 쓰고 나서도 뭔가 부족하다 싶으면 다시 가고...기본 원고만 나오면 확인하러 또 다녀 오기도 했다. 1권을 만드는데 10여차례씩 다녀 온 것 같다.”

△ 계획했던 것 보다 권수나 작업기간이 길어 졌는데.
“전체 10권을 계획했는데 다섯권째 만들고 나니까 독자들의 요구가 많이 들어 왔다. 경북편은 4백~5백 페이지 분량의 두꺼운 책을 만들기도 했다. 10권을 만들 계획에서 좀더 세분화 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독자들의 반응이 없었다면 중간에 포기할 수도 있었을텐데. 독자달의 요구를 듣다보니 13권으로 늘렸다가 다시 15권으로 늘려 완간했다. 다른 여행가이드는 어디가면 뭐가 있고, 간단한 소개와 맛집 소개가 맣았는데 ‘길잡이’는 문화유적지 현장에 들고 가서 ‘자료집’으로 확인하면서 볼 수 있는 책을 만들자고 했다. 1~2권은 책의 형식을 만드는데 공을 들였는데 3권째부터 책의 내용을 충실히 하는데 중점을 뒀다.“

△ 2권째 ‘경주편’이 가장 많이 팔렸는데.
“경주이기 때문에 가장 많이 팔린 것 같다. 예전엔 소비를 위한 여행이 많았는데 언젠가부터 여행은 자기 심신의 재충전이라는 생각의 변화가 있었다. 386세대들이 결혼하고 애를 낳으면서 교육여행을 많이 선호하게 된 것도 한몫을 한것같다. 경주는 누구나 많이 찾고 있는 것이 사실이지만 경주에 관한 자료가 별로 없었다. 경주를 찾는 사람은 많아도 그에 맞는 책이 없어 경주편이 가장 인기를 모은 것 같다.”

△ 가장 애착이 가는 책은.
“‘길잡이’의 구성 형식을 만들었던 1~2권이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런 류의 책이 없었고, 이런 구성을 가진 책이 없던 시절에 처음 만든 책이니까 틀을 갖추느라 애를 많이 썼다. 틀은 잡았지만 사실 내용은 제일 부족한 것 같다.”

△ 형식을 구상할 때 참고할 만한 책이 있었나.
“참고 할려고 다른 여행가이드를 많이 모았다. 6~7월에 여성지에서 나오는 바캉스 특집호 별책부록도 봤다. 그런데 딱히 참고할 만한 책이 없더라. 외국 여행가이드 가운데 ‘론리 플래닛’이 기억에 많이 남는다. 이 책을 보니까 정말 사소한 것도 중요한 정보더라. 이런 내용을 이렇게 까지 신경을 써야 되는구나라고 알게 됐다. 외국 여행가이드를 보면, 정작 여행자들은 낯선 곳에 가면 여행가이드가 등불이고 길잡이가 된다. 누구나 사소하다고 생각하는 부분을 굉장히 중요하게 다루고 있더라. ‘론리 플래닛’ '트래블 가이드'시리즈는 사진도 별로 없는데 세계적으로 유명한 이유가 이런거구나 하고 생각했다.

예를 들면 우리나라 여행가이드에는 호텔이나 여관을 등급을 매겨 이런 이런 좋은 숙박시설이 있다. 전망이 좋다 뭐 이런 식인데 외국 여행가이드는 딱딱한 침대가 있는 여관이다. 부드러운 쿠션의 여관이다 침실이 몇 개나 있고 식사는 저녁은 제공하지만 아침은 제공하지 않는다 는 등의 이런 내용도 담겨 있다. 이런 걸 보니까 기본적인 것을 꼼꼼히 챙겨야 겠다는 것을 많이 배웠다.”

△ 제일 중요하게 생각한 형식은 뭔가.
“제일 중요한 것은 문화재 설명의 객관성과 감성이다. 해당 지역 문화재에 대해 그 지역 전문가의 전문해석을 듣다보면 객관성을 잃을 수 있다. 전체의 시각에서 볼려고 노력했고, 객관적인 내용을 그대로 전달하면 재미가 없으니까 취임새를 넣는 방식으로 느낌을 첨가했다.”

△ 시중에 나와 있는 다른 여행가이드를 평가한다면.
“제 입장에서는 어디에 뭐가 있는지 아니까 잘 안본다. 썩 그렇게 와닿는 책이 없더라. 요즘 트렌드가 영화․드라마 촬영지가 많던데 이런 곳에는 관심이 없다. 국내 여행가이드는 다양한 게 별로 없더라. 여름에는 항상 산과 바다, 영화․드라마 촬영지, 맛집 소개가 중심이다. ‘길잡이’는 문화재 중심인데, 예를 들어 ‘무덤’만 묶어 본다든지, 살림욕 중심의 여행가이드도 괜찮지 않나. 다양한 책이 나와야 하는데 항상 다 포괄할려고 한다. 개인적으로 느끼기에 여행가이드는 무용지물이다. 인터넷을 통해 최신 정보를 알 수 있기 때문이다. 여행가이드는 전자책 개념으로 가는 것도 좋겠다는 생각이다. 인터넷으로 계속 최신 정보, 잘못된 정보를 갱신해 가면서 필요한 부분만 유료로 다운로드 해 받아 보는 건 어떨까. 네이게이션 이런 것도 많이 보급돼 있으니까”

△ 앞으로 여행가이드의 방향을 짚어 본다면.
“내고장 향토 도우미 등의 자원봉사자, 문화유산 해설사, 숲해설가도 많이 양성되고 있다. 여행지에서 이런 제도를 활용하면 많이 배울 수 있다. 그런데 이런 것을 잘 활용하지 못하고 있다. 몰라서 활용 못하는 부분도 많다. 여행하는 사람들이 이런 것을 많이 활용하면 여행가이드도 달라지지 않겠는가.
여행가이드도 여행문화를 따라가기 마련이다. 아직도 여행자들이 막연한 여행을 찾고 있으니까 여행가이드도 종합선물세트다. 어디 가면 멋있고, 어디 가면 맛집이 있고..."

△ ‘길잡이’ 활용법을 알려준다면.
“책 뒤쪽 부록에 답사회가 추천하는 여행코스가 있다. 한번 참고해 보고 자기만의 동선을 꾸며 보는 게 좋을 거 같다. 전라도에 가면 돌장승이 많은데 돌장승만 둘러 본다든지. 여행을 다니는 사람들의 가장 큰 문제는 한번에 가서 많이 볼려고 한다. 모처럼의 여행이 많아서 욕심을 많이 부린다. 그래서 많이 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갔다오면 어디 어디 갔다고 자랑을 하는데. 이런 식의 여행은 주마간산이다. 표피적인 정보만 보고, 사진찍고 오는데 많이 보지 말고, 제대로 보자. 어느 여행지에 갔다면 거기 앉아서 그 동네 사람처럼 시간을 보내 보라. 여행도 모처럼 시간을 내서 간다고 한꺼번에 많이 보기 보다는 하나만 제대로 보고 오자. 뭘 봤는지 주제가 뚜렷해 질것이다. 길잡이 활용법도 자기만의 주제를 만들어서 주제를 활용하는 게 좋을 거 같다. 여행의 주제의식을 갖는 게 중요하다. 소비 여행이 아니라 뭔가 채워줄 수 있는 여행을 하자.”
김봉억 기자 bo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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