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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절의 독서
시절의 독서
  • 이지원
  • 승인 2021.10.28 17: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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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란 지음 | 창비 | 280쪽

나는 책에서

세상을 납득하기 위한 도구를 얻었다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 김영란의 책읽기

한국 최초의 여성 대법관이자 ‘소수자의 대법관’ 김영란이 자신의 삶을 구성했던 독서의 경로를 담은 책 『시절의 독서』를 펴냈다. 김영란은 1981년부터 판사로 일했고 2004년부터는 6년간 대법관으로 재직하면서 우리 사회의 정의 확립과 민주주의의 가치를 지키는 데 앞장서왔다. 그는 30년 가까이 한국사회의 최전선에서 법률가로 살아왔으면서도 평생 유일하게 계속해온 것이 책읽기뿐이라고 말할 정도로 열정적인 애독가다.

이 책에서는 특히 문학작품에 대한 그의 해박한 지식과 작가에 대한 다정한 관심, 텍스트를 사회현실과의 긴밀한 연관 속에서 바라보는 통찰력을 엿볼 수 있다. 어린 시절 탐독한 『작은 아씨들』과 브론테 자매의 소설, 일과 가정에서의 의무를 동시에 요구받았던 여성의 입장에서 읽은 도리스 레싱, 직업적 법률가라는 정체성과 경험을 통해 해석한 카프카, 6월항쟁 직후의 정치적 상황 속에서 읽은 쿤데라 등을 대상으로 작가와 문학의 관계, 문학과 현실의 관계에 대한 깊이 있는 분석과 사색을 담았다.

한편 이 책은 삶에서 부딪히는 상처를 극복하기 위해, 미로 같아 보이는 세상을 납득하기 위해 책읽기에 열렬히 빠져들었던 김영란의 내밀한 고백으로도 읽힌다. 일생 내내 자유를 꿈꾸기 힘든 시대를 살았던 그에게 문학은 다른 세상을 꿈꾸게 해주는 유일한 탈출구였다. 김영란에게 문학은 ‘거짓으로의 도피’가 아니라 ‘거짓으로부터의 도피’였으며, 그가 책으로부터 얻은 위로와 격렬한 현실 인식이 이 책을 통해 독자들에게도 전해지리라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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