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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 미디어와 한국문학의 경계
근대 미디어와 한국문학의 경계
  • 이지원
  • 승인 2021.10.28 17:4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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배정상 지음 | 소명출판 | 485쪽

 

근대문학에 접속하는 또 하나의 코드, 미디어(media)

이 책은 근대의 문학이 새롭게 형성된 미디어 테크놀로지와 밀접한 연관을 맺으며 이루어졌다는 사실을 근대 시기 원문 자료를 통해 실증적으로 제시하고 있다. 물론 근대 이전에도 문학은 존재했지만, 그것은 방각본이나 필사본, 또는 낭독이나 구술, 가창 등의 방식으로 향유되었다. 하지만 근대 시기 대량 생산과 복제가 가능한 출판·인쇄 시스템의 도입은 소위 근대문학을 형성하는 데 있어 중요한 미디어적 토대가 되었다는 것이 이 책의 주된 관점이다.

한편 신문, 잡지, 책 등은 각기 다른 미디어적 특성을 지니고 있으며, 근대의 문학은 각각의 미디어적 특성과 결합하며 형성되었다는 점을 구체적으로 드러내고자 한다. 미디어의 언어표기, 독자전략, 체제변화, 지면배치, 삽화활용, 광고전략 등은 근대소설의 미디어적 특성을 더욱 입체적으로 드러내기 위한 효과적 장치가 된다. 원문 자료의 이미지를 충실하게 제시하여 독자들의 이해를 돕고자 한 것도 이 책의 미덕이다.

 

‘정전(正典)’ 중심의 문학사를 넘어서

이 책이 근대의 문학, 문단, 문학사의 경계나 그 경계에 놓인 존재들에 주목하고 있다는 점도 특징적이다. 문학적 성격을 지니고 있으면서도 문학이 되지 못했던 경계적 글쓰기, 언론·출판·문단의 경계에서 활동했던 무명의 작가들, 많은 독자들의 선택을 받았지만 문학사 기술에서 배제되었던 대중문학 작품 등이 저자가 주목한 연구의 대상이 된다. 이러한 시도는 오랫동안 지속된 ‘정전(正典)’ 중심의 문학사를 반성하고, 근대문학이 놓인 자리를 균형 있게 복원하기 위한 나름의 전략인 셈이다. 또한 원본 텍스트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의 방법은 텍스트가 놓인 자리를 있는 그대로 복원하는 한편, 이 시기 문학을 당대적인 맥락에서 파악하기 위한 효과적인 전제가 된다. 저자는 문학의 경계를 통해 역설적으로 근대문학의 본질에 대한 질문을 던지고 있다.

 

식민지 서적출판문화와 딱지본 대중소설

근대의 대중소설인 딱지본은 오랫동안 문학 연구의 대상으로 다루어지지 못했다. 하지만 이 책은 식민지 서적출판문화의 장으로 시야를 확장하여 딱지본 대중소설의 특질과 의미를 새롭게 조명하고 있다. 특히, 시류에 편승한 다수의 실용서적 및 다양한 유형의 딱지본 대중소설을 저술한 철혼 박준표, 직접 출판사를 설립하여 다양한 문학적 저술을 시도한 남송 송완식, 언론·출판·문단 사이에 위치한 경계인이자 ‘사회소설’ 연작을 딱지본 대중소설의 장에서 실험한 녹동 최연택에 대한 연구는 그동안 잘 알려지지 않았던 딱지본 대중소설 작가의 모습을 구체적으로 복원하고 있다. 이러한 시도는 한국 대중문학의 기원과 형성을 탐색하기 위한 본격적인 시도라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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