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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시의 이미지- 사유와 정동의 시학
한국시의 이미지- 사유와 정동의 시학
  • 이지원
  • 승인 2021.10.28 17:5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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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강석 지음 | 소명출판 | 408쪽

 

문학 텍스트, 이미지를 통한 내부에서 외부로의 전개

2000년대 이후의 문학 연구는 제도 연구와 사상사 연구, 그리고 표상 연구 등이 주류로 자리 잡았다. 이런 현상은 한국문학의 외연과 연구의 대상을 넓히는 효과를 발휘했다. 그러나 한편 텍스트가 문화와 제도, 그리고 사상의 알리바이로서, 주제를 추출하는 데 도움이 되는 단편적 표상으로서만 기능하는 것으로 여겨지게 만들었다.

이 책은 텍스트가 알리바이로 전락하지 않고 그 자체로 자치와 외교를 해나가는 양상을 설명하고자 한다. 고유한 실재로서의 텍스트의 특수성과 그것이 품은 풍부한 함의를 조망하는 경로를 마련하고 이를 통해 우선은 구심적으로, 다음은 원심적으로, 나아가 종합적으로 텍스트를 펼쳐놓기 위한 방법을 찾는데, 여기서의 텍스트 안과 밖의 우군이 바로 ‘이미지-사유’와 ‘정동(情動)’이다.

 

한국시를 통해 바라본 ‘이미지-사유’와 ‘정동’

1부에서는 아비 바르부르크로부터 에르빈 파노프스키를 경유하여 W.J.T. 미첼에 이르기까지의 도상해석학적 연구와 발터 벤야민으로부터 최근의 조르주 디디-위베르만에 이르기까지의 이미지-사유에 관한 연구를 종합적으로 참조한다. 이미지 해석의 형식주의적 한계를 극복하고 텍스트를 내부로부터 외부로 전개시키기 위한 나름의 고투를 담았다. 확장된 이미지 연구를 통해 시 텍스트를 읽는 구체적 과정을 김수영의 시로 제시한다.

2부에서는 문제를 이미지-사유라는 개념으로 재정식화하고 이를 통해 한국시를 읽는 귀납적 사례를 제시한다. 이미지-사유는 이미지를 통해 사유가 표상된다는 것이 아니라 이미지 자체가 사유이고 사유 자체가 이미지라는 것을 보여주기 위해 묶어 놓은 개념이다. 이미지-사유를 통해 문학 텍스트를 범례적으로 들여다보는 시도의 일환으로 김춘수, 김수영, 신동엽의 시를 새롭게 조망한다.

문학 텍스트를 내부로부터 외부로 전개시키기 위한 착수점을 찾기 위해 1부의 문학 이미지 연구 방법론과 2부의 이미지-사유론이 필요했다면, 3부에서는 원심적 접근을 위해 정동 개념에 주목한다. 문학과 세계의 마주침을 정동적 공간이라는 관점을 통해 밝히기 위해 전쟁이 남긴 비언어적, 비표상적 자취를 1950년대와 1960년대의 시를 통해 구해보고자 한 글들이 3부에 실려 있다. 그리고 마지막에 실린 글은 이런 과정을 거쳐 문학에 있어 타자성과 정동적 공간이라는 의제를 다시 펼쳐나가기 위한 과제를 다시 던져놓는 시안이다.

 

이 책은 이미지-사유와 정동을 통해 문학 텍스트를 내부로부터 외부로 전개시키기 위한 방법론과 이를 적용한 구체적 사례들로 구성되어 있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일종의 귀납이자 동시에 연역의 출발이라고 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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