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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균형발전 없는 대학정책은 공염불이다"
"국가균형발전 없는 대학정책은 공염불이다"
  • 강일구
  • 승인 2021.10.22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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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교육회의, 22일 고등교육 발전방향 모색 토론회

 

고등교육 발전방향 모색을 위한 토론회
왼쪽부터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안상준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 채창균 직업교육소위원회 위원장, 염민호 전남대 교수, 김기곤 고등·직업교육개혁전문위원회 위원장, 허준 연세대 교수(건설환경공학과), 양성렬 한국사립대학교수회연합회 이사장
반상진 전북대 교수(교육학과), 박거용 대학교육연구소 소장.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국립대 연합체제’, 대학서열화 완화 한계

발제자 세 명이 제시한 목표와 방안을 고려해 보면 하나의 공통된 시각은 모두 대학의 수직적인 서열화를 수평화 체제로 만드는 방식에 대해 고민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수직적 서열화를 수평화 체제로 바꾸기 위해 박거용 소장은 국립대 비율을 40% 정도 높이고 교육재정의 합리적인 분배를 강조하는 것으로 저는 이해했습니다. 반상진 교수는 공유성장형 연합체제를 만들자고 제안했습니다. 양성렬 이사장은 고등교육 기본권 보장이라는 목표를 내세우며 지역의 공유형 대학·대학원 구축을 비롯한 다양한 방안을 제시했습니다.

반상진 교수의 ‘공유성장형 연합체제’와 양성렬 이사장의 ‘지역의 공유형 대학과 공유형 대학원’은 차이가 존재하는 것 같습니다. 대학의 수직적 구조를 수평적 구조로 바꾸는 목표는 동일하나 가는 길은 다른 것처럼 보입니다.

‘공유성장형 연합체제’는 국립대를 권역별로 연합하자는 것입니다. 우리나라 대학서열체제를 해결하기 위해 이 방안을 제한한 것이므로 연합대학 제도가 성공하기 위해서는 국립대의 개별 독립성과 자율성은 허용되기 어려울 것으로 보입니다. 연합대학 제도가 서열화 타파라는 초기 목적을 달성하고 성공하기 위해서는 학생 선발을 공동으로 해야 하고, 대학 간 학점교류만이 아니라 공동 교육과정을 운영해야 합니다.

그러나 이 같은 난관이 모두 해결돼 대학연합체제가 실행되더라도 우리나라 대학 서열화 체제가 해결되기는 어려울 것 같습니다. 대학의 80%가 사립인 상황에서 국립대가 연합대학을 만들어도 대학 서열체제에는 금이 가기 어렵습니다. 또한, 이런 상황에서 국립대가 대학연합체제로 전환될 경우 지방에는 또 다른 서열화가 나타날 수 있습니다. 더불어 학생들 사이에서 연합대학 기피 현상이 생겨 수도권으로 몰려들어 대학이 더 수직적으로 서열화될 수도 있습니다. 결국, 현재 국립대가 학생들이 그 지역에 조금 더 머물러 있도록 하는 최소한의 방어책마저 무너져, 국립대 연합대학의 경쟁력 저하와 함께 수도권 집중화 현상으로 인해 지방 공동화 현상이 발생할 수도 있습니다.

대학의 80%가 사립대라는 것 고려해야

저는 개인적으로 국립대 연합대학 개념이 우리나라 학생들의 인구가 늘어나고 대학 학령인구가 많아지던 1980년대 당시에 실행되었더라면 적절했을 것 같습니다. 그러나 학령인구가 줄어들고 대학마다 신입생 미달이 발생하고 있는 시점에 국립대 연합체제가 적절한지 다양한 의견을 수렴해 보아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우리나라 대학의 극심한 수직적 서열화 현상은 반드시 해결해야 할 문제이지만, 현재의 연합대학 개념은 국가 정책의 장기과제로 하고 부작용을 최소화할 수 있는 노력을 해나가야 합니다.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김용석 대학정책학회 회장(한국기술교육대)

 

국가균형발전 없는 대학정책은 공염불이다

박거용 소장과 양성렬 이사장은 함께 국가박사학위제도와 국가임용교수제도를 도입해 국·사립대의 경쟁력을 높이자는 제안을 했습니다. 이에 대한 구체적 실현 방안이 필요해 보입니다.
 반상진 교수는 대학의 서열화 문제를 거론했습니다. 국립대 합격생이 등록을 포기하는 비율도 급증하고 있습니다. 연합대학체제가 이런 비극을 막고 지방의 대학들이 본질적·수단적 가치를 잘 수행할 수 있을지 의문입니다.

대학평가제도 합리적으로 설계해야

양성렬 이사장은 대학개혁을 주문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을 맞아 대학이 그 역할의 위기를 맞았고, 학령인구의 감소로 생존의 위기에까지 처했다고 진단했습니다. 그러나 대학 위기의 주범을 대학교육의 질적 부진과 시스템으로 지적하며, 교육부의 무능한 대응과 함께 대학과 교수의 무사안일을 질타했습니다. 현재 위기를 극복하는 방법 역시 대학의 주체성에 방점을 찍었습니다. 대학구성원의 반발을 우려하는 측면은 없는지 묻고 싶습니다.

미래의 대학을 만들기 위해 저의 생각을 종합해 보면, 어떤 경우에든 대학 구성원의 변신은 전제돼야 합니다. 사회적 변화를 읽고 교육과정을 수립하는 능력, 대학교수를 기득권 집단으로 보는 사회적 시선을 바꾸는 노력을 구성원 모두가 해야 합니다. 나아가 대학의 위상 회복과 민주적 대학 운영을 위해 주체적 참여가 필요합니다. 교육 당국은 대학이 사회변화에 맞게 본질을 유지하며 기능을 수행할 수 있도록 체계적 지원책을 수립해야 합니다. 대학 설립과 운영에 관한 법적 체계를 확립하고, 대학 일반 재정을 확충하고, 무엇보다 대학평가제도를 합리적으로 재설계해야 합니다.

지역사회와 대학의 연대·협력은 새로운 시대적 과제이기도 합니다. 안동에 안동대가 존재하는 이유, 울산에 울산대가 존재하는 이유를 시민과 함께 만들어가야 합니다. 지방정부의 고등교육 지원 의무를 법령에서 구체적으로 규정해야 합니다. 무엇보다도 국가는 국가균형발전계획의 때를 놓치지 말고 전향적으로 실시하고 양질의 일자리 정책과 병행해 청년이 지역을 지키는 재생산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이 전제 없이 모든 대학정책은 공염불에 그치고 말 것입니다.

안상준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안동대)
안상준 국가중심국공립대교수회연합회 회장(안동대).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국립대 50% 이상 확대… ‘대학법’ 제정을

고등교육의 미래 정책 방향 모색에 도움이 될 의견을 제시해 보겠습니다.

첫 번째는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기관의 목적과 고등교육재정확보에 대한 인식 전환이 먼저 필요합니다. 현재 한국 고등교육의 목적은 개인의 사적 이익을 극대화하는 데 초점이 맞춰져 있습니다. 정부는 고등교육 정책을 수익자부담 원칙에 맞춰 설계하고 시행해 왔습니다. 그러다 보니 고등교육의 중요한 목적인 민주적 형평성과 사회적 효용성에 대한 접근을 무시하거나 소홀했습니다. 이 같은 문제 해소를 위해서는 국립대 비율을 대폭 확대해야 합니다.

장기적으로 국립대 비중은 최소 50% 이상 돼야 합니다. 국립대의 확대는 수도권 사립대 위주의 고등교육체제를 개혁할 수 있는 기반이 될 수 있습니다. 고등교육의 공공성이 낮을 경우 현재와 같은 서열화에 근거한 고등교육체제는 더 견고해질 수밖에 없습니다. 이 외에도 고등교육의 공공성 확보를 위해서는 고등교육재정을 확대해야 합니다. GDP 대비 고등교육지원예산을 1.0% 이상 확대해야 합니다.

두 번째로는 고등교육의 자율성 신장을 위해 고등교육기관의 설치 및 운영체제의 법적 체계를 확립하는 것입니다. 발제자도 언급했던 ‘국립대학법’과 ‘사립대학법’을 제정하는 것입니다. 해당 법은 고등교육 발전의 주체가 누구인가에 대한 문제의식에서 출발한 것입니다. 한국 고등교육의 대중화 과정과 현재 운영 상황을 보면, 정부의 영향력은 막강하며, 시장의 영향력 또한 강해지고 있습니다.

이 과정에서 발전의 주체가 돼야 할 고등교육 기관들은 수동적으로 대응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이는 고등교육기관이 늘 정부와 시장의 통제 대상으로 여겨졌기 때문입니다. 대학 설립과 운영에 공공성을 중시하는 구체적 기준과 의무를 강화하기 위해서는 두 법이 필요합니다. 법의 내용에는 대학의 적정운영에 필요한 최소인력과 시설 기준, 운영원리로서 학문의 자유와 대학의 자치, 대학의 사회적 책임 등이 포함돼야 합니다.

중장기적 고등교육 정책 나와야

세 번째로는 기존 교육부 중심의 고등교육 행정체제를 바꾸는 것입니다. 고등교육에 대한 인식 전환과 장기적 차원의 국가 고등교육정책을 설계해 조율할 수 있는 국가 차원의 새로운 지배구조를 구성하고 현 교육부의 기능을 조정할 필요가 있습니다. 먼저, 국가교육위원회는 기존 교육부 중심의 단기 정책이 초래한 한계를 극복하고, 중장기적인 시각에서 고등교육정책을 설계해 관리할 수 있는 지배구조를 만들어야 합니다.
또한, 교육부 주도의 재정지원사업과 평가기능을 가능한 제한해야 합니다. 그래야 지금까지 중요한 논란이 됐던 대학의 자율성 신장과 책무성 발휘를 위한 고등교육 행정체제의 기반 구성이 가능해질 것입니다.

염민호 전남대 교수(교육학과).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염민호 전남대 교수(교육학과).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대학연합체제보다 구조조정이 현실적 대안

대학연합체제는 한계가 있는 정책으로 보입니다. 국립대 연합체제의 경우, 오랜 기간 진보진영에서 주장해 왔지만 실현되지 못했습니다. 대학연합체제 실현을 제가 어렵다고 보는 이유는 대학 간 내부 구성이 매우 이질적이기 때문입니다. 국립대보다 더욱 내부 구성이 이질적인 사립대의 경우는 이 같은 대학연합체제 구축이 어려울 것입니다. 물론, 다른 국립대들을 서울대 수준으로 투자한다면, 어느 정도 현실성이 제고될 수는 있을 것입니다. 하지만 학생 1인당 교육비를 3배 올려야 하는데, 이는 현실적이지 않습니다.

고교무상화 정책은 일단 시급한 정책으로 보기 힘듭니다. 고등교육 무상화는 국가의 막대한 재원 투자를 요구하지만, 대학 입장에서는 등록금을 내는 주체가 가계에서 국가로 바뀌는 것일 뿐입니다. 대학에 들어오는 재원 자체가 변하는 게 아닙니다. 고등교육 무상화를 위해 소요될 재원을 대학교육의 질 제고를 위해 투자하는 것이 더 시급할 것 같습니다.

‘교육의 질’ 투자가 더 시급

추가적인 재원 확보 없이 고등교육재정을 확보하기 위해서는 과감한 대학 구조조정이 필요합니다. 우리나라의 경우, GDP 대비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는 OECD 평균에 크게 미치지 못합니다. 그러나 GDP 대비 1인당 고등교육 공교육비 비율은 OECD 평균보다 높습니다. 이는 대학생이 너무 많아 학생 1인당 공교육비가 낮기에 생기는 현상입니다. 과감한 구조조정은 1인당 공교육비를 자연스럽게 높일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대학 통폐합과 특성화 추진을 통해서 지역 내에서 규모의 경제가 실현될 수 있게 해야 합니다.

채창균 직업교육소위원회 위원장.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채창균 직업교육소위원회 위원장. 사진=국가교육회의 유튜브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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