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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 양성과 사회적 차별
전문인 양성과 사회적 차별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7.0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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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고: 전문대학원 체제에 따른 교육비 증대

▲임재홍 영남대 법학 ©교수신문
최근 교육부 정책에서 가장 논란이 되고 있는 것 중 하나가 전문대학원이다. 의학전문대학원 전환을 두고 교육부와 대학이 갈등하고 있다. 몇몇 대학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교육부가 2단계 BK21사업을 비롯해 법학전문대학원 인가와 의학전문대학원을 결부시킴에 따라 대학들이 받아들이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반면 로스쿨 인가를 위해서 대학들은 오히려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수도권과 지방소재 대학들 사이에, 변호사 단체와 법학교수단체 간에 갈등도 심각하다.

그런데 갑자기 우리 사회가 전문대학원을 둘러싸고 왜 이렇게 갈등하는지 그 뚜렷한 이유를 찾기는 쉽지 않다. 기껏해야 대학구조개혁의 한 구석에 대학원 구조개혁이라는 표현이 있을 뿐이며 대학원 규모의 적정화와 대학원 평가시스템의 구축이 그 주요 내용일 뿐이다.

우리 나라의 대학원교육은 고등교육법령상 일반대학원, 전문대학원, 특수대학원으로 구분지워져 있다. 그 중 전문대학원은 전문가를 대학원 수준에서 양성하는 것을 취지로 도입된 것이었다. 그러나 이러한 도입취지와 무관하게 대학원 교육이 이루어졌으며 대학원에 별도의 교원을 두고 있는 경우도 많지 않다.

이러한 전문대학원이 최근 교육부 정책의 중심이 된 계기는 아마도 인적자원 개발이라는 국가 정책과 무관하지 않다. 교육부에 의하면, “개방화 및 고도의 전문성 요구에 부응하는 고급전문 서비스인력 양성제체구축”이라는 목적 하에 전문대학원이 추진되고 있다.

전문대학원을 살려 그 본래의 취지대로 운영하려면, 전문대학원의 졸업을 전문 직업 확보의 필수조건으로 삼아야 한다. 만약 학부 졸업자나 전문대학원 졸업자나 구별 없이 전문 직업을 확보할 수 있는 기회를 동일하게 갖는다면 굳이 전문대학원에 진학할 이유가 없게 된다. 현재 법학전문대학원을 유치하려고 벌어지는 그 엄청난 신경전은 간단히 말해서 법학전문대학원을 졸업해야만이 사법시험에 응시할 수 있다는 것에서 기인한다. 그러나 전문대학원이 전문인력을 배출하는데 도움이 된다는 것만을 부각시킬 경우 놓치는 부분이 있다.

전문대학원 전환은 교육여건의 강화로 인해 교육비 증대를 필연적으로 부른다. 의학전문대학원의 경우는 교육여건 개선이 많지 않았음에도 연 1천7백∼2천만원을 등록으로 책정했다. 로스쿨의 경우에도 의학전문대학원과 비슷한 규모의 등록금이 소요될 것으로 보인다. 그 비용은 최종적으로 수혜자 부담 원칙에 의하여 학생, 학부모에게 전가될 가능성이 높다. 지금까지 누구나에게 고등교육을 접할 수 있는 기회가 보편적으로 주어졌지만 앞으로 그러할 것인지는 의문이다.

아무리 우리나라의 뜨거운 교육열을 인정한다고 하더라도 교육비 지출이 계속 증가하게 될 경우 교육 기회는 재산적 요인에 의하여 규정된다. 누가 그 엄청난 규모의 교육비를 감당할 수 있겠는가. 학부·전문대학원 교육비의 과도한 증대는 전문 직업 교육의 기회를 사회의 일정 유산자 계층에게 한정시키게 된다는 것을 의미한다.

물론 지금도 학생의 학벌이 사교육비의 지출을 매개로 해서 부모의 경제적 지위에 의존하고 있지만, 전문 직업 확보를 전제로 전문대학원에 진학하게 될수록 부모의 사회경제적 지위가 미치는 영향은 더욱더 확대될 것이다. 

경제적 능력에 따른 교육기회의 불평등은 계급재생산을 부르고, 교육 기회는 더 불평등해질 수밖에 없다. 직업 전문대학원은 이 악순환 고리의 한 축으로써 기능할 가능성이 크다.

고급 전문 인력을 배출해야 한다는 데 이견을 두지는 않는다. 그러나 직업 전문 교육이 갖는 사회적 의미를 고려한다면, 단순히 교육부 정책의 차원으로 진행되는 것은 문제가 많다. 오히려 학부교육의 교양교육화 이전에 중등교육의 정상화를 위한 대안 마련이 선행되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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