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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조선 사회주의자 열전
  • 이지원
  • 승인 2021.10.22 13:2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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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노자 지음 | 나무연필 | 312쪽

세계를 자신의 시야에 두고 

조선의 대안적 근대를 고민한 선구자들

그간 찾아보기 어려웠던 이들의 이야기

일본의 식민지 출신으로 조선의 독립과 사회주의 실현을 위해 몸을 던지고 생각을 펼쳤던 이들의 열전이라니, 지금과는 자못 다른 시대의 소수파 이야기로 들릴지 모르겠다. 오래전 역사의 뒤안길에 있던 이들의 발굴로만 보일지도 모르겠다.

물론 그런 지점이 없지 않다. 하지만 책을 읽다보면 알게 될 것이다. 이들의 고민이 대안적 근대의 정초를 마련하는 데 기반이 되었으며, 그것이 현재까지 유효하게 고민해봐야 할 지점이라는 것을 말이다. 이들은 우리보다 앞선 시대를 살았지만 우리와 마찬가지로 근대인이었다. 달리 말하면 지금의 우리에게도 여전히 논쟁적인 사안들을 앞서 고민한 이들이었다.

이들이 주로 활동한 시대는 세계사적으로 보면 매우 특별한 시기였다. 제1차 세계대전이 끝나고 제2차 세계대전이 발발하기 전까지인 1918~1939년 사이, 일명 전간기(戰間期)로 불리는 때다.

이 시기는 세계 자본주의 역사상 최대의 위기였던바, 전쟁 후의 혼란이 잦아들 무렵 세계 대공황이 밀려왔으며 불평등, 빈곤, 제국주의적 침략, 차별 등의 문제가 터져 나와 거의 전 세계가 혁명과 반란, 각종 독립운동의 화염에 휩싸이던 때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은 미래를 고민하던 이들에게 그만큼 세상을 바꿀 꿈을 꾸는 기회로 여겨지기도 했다. 

그러나 선구자의 운명은 이러한 것일까. 냉혹한 현실 가운데서 미래를 바라보고 살았던 이들의 삶은 지독한 고난의 연속이었다. 정작 본인들의 미래는 대부분 고통과 때 이른 처참한 죽음이었다.

그럼에도 이들은 사적으로든 공적으로든 그야말로 당대의 최첨단에 서 있었다. 몸은 식민 치하의 조선에 있을지언정 시야를 넓혀 머나먼 서구 세계의 움직임과 이론에도 기민하게 반응하며 자신의 현실을 들여다보았다. 일본의 도쿄, 중국의 상해와 연안, 소련의 모스크바 등 한반도를 넘어선 곳들에서 활약하기도 했다. 혹독한 위기의 시대에 선구적으로 미래를 내다보려 했던 열 명의 사회주의자, 그들의 이야기를 따라가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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