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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정론: 디지털문화의 폐해와 과제
대학정론: 디지털문화의 폐해와 과제
  • 김사헌 경기대
  • 승인 2005.07.02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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요사이 ‘디지털 증후군’이 사회 도처에 팽배하고 있어 몹시 우려스럽다. 얼마 전 전방 감시초소에서 전우들을 향해 수류탄을 던지고 총을 난사한, ‘전자게임’을 죽어라 좋아했던 ‘김일병’ 사건이 크게 부각된 바 있지만, 사실은 이런 디지털 세대 사건은 빙산의 일각에 지나지 않는다. 지금도 끊임없이 사이버 명예훼손과 테러, 마녀사냥식의 집단 인신공격이 사회 도처에서 난무하고 있다. 김일병 가족들에 대한 사이버 테러, 전철 안에서 개똥을 치우지 않은 여대생에 대한 디지털 인민재판인 소위 ‘개똥녀’ 사건이 그랬고, 도둑으로 몰아 자살케 한 가해학생들에 대한 사이버 테러 등이 그 작은 예이다. 정보통신 윤리위원회 사이버 명예훼손 및 성폭력 상담센터에 따르면 그런 사이버상의 명예훼손이나 모욕이 최근 부쩍 증가하고 있다고 한다. 

오늘날 신구세대를 비유하는 말 중에 ‘아날로그’, ‘디지털’ 세대라는 표현이 있다. 아날로그(analog)란 ‘비슷하다’, ‘유사하다’란 뜻을 가진 말로 전압, 전류, 길이, 온도, 습도, 압력 등과 같이 자연에서 생성된 현상을 가능한 자연의 모습 그대로 재현하는 것을 뜻한다. 반면에 디지털(digital)은 손발가락 혹은 한 자리 숫자를 뜻하는 디지트(digit)에서 나온 말로 자연현상의 데이터를 모두 0과 1이라는 신호 체계로 바꾸어 나타내는, 단속적이고 계수적인 것을 지칭한다. 바늘이 돌아가는 태엽시계는 아날로그 시계, 숫자로만 나타나는 시계는 디지털 시계이다. 각종 전자 제어장치는 말할 것도 없고 요즈음 젊은이들이 많이 애용하는 휴대폰, 카메라, 콤팩트 디스크, 컴퓨터, 게임기 등은 모두 디지털 방식이다.

오늘날 디지털세대로 지칭되는 신세대들은 대부분 공통적으로 인터넷게임이나 사이트에 푹 빠져 있다. 휴대전화와 인터넷으로 무장한 요즘 신세대들은 온라인 게임에서와 같이 자유분방하고 거침없이 행동한다. 언어도 기존의 문법과는 다르게 사용하고 절제되지 않은 직선적 표현을 좋아한다. 게임 속의 가상현실과 진짜 현실을 착각하고 자신의 게임 우상을 죽였다고 실제로 찾아가 당사자에게 폭력을 휘두르기도 한다. 김일병 사건도 현실 상황을 온라인 상황으로 착각한 대표적 대형 사고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이제 디지털 시대화에 대한 부작용을 교육계도 중시하고 그 대책을 세워야 할 때이다. 디지털의 좋은 면은 장려하되 나쁜 면은 억제시키거나 저감시키는 어떤 방안, 이를 테면 인간의 존엄성과 가치를 일깨우는 아날로그식 교육도 대학에서 더욱 강조되어야 할 때라고 본다. 각각은 다 나름대로의 장단점이 있으므로 어느 것도 무시하지 말아야 할 것이다.

논설위원 / 경기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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