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쟁점: 도마 위에 오른 표절 논문들
쟁점: 도마 위에 오른 표절 논문들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7.01 00:00
  • 댓글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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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법 여부 떠나 도덕성과 양식의 문제

교수사회의 표절이 도마 위에 올랐다. 지난 6월 6일, 교수신문 제359호에 서울 소재 ㅈ 대학 ㅎ 교수의 ‘지반환경공학’ 저서의 표절 논란이 게재된 이후 교수신문에는 표절 제보가 빗발쳐 들어왔다. 그간 알음알음으로 표절 의혹이 제기돼 왔던 논문들이었다. 이들 논문들은 같은 학과 교수의 박사논문을 표절했다는 의혹을 받거나 남편의 논문과 유사하다는 논란이 일고, 지도 학생의 논문을 자신의 명의로 발표해 물의를 사는 등 표절의 방식과 유형도 다양했다. 그러나 정작 표절 의혹을 받은 교수들은 “원저자의 동의를 얻었다”라거나 “원 논문을 재구성해 다른 결과를 도출했다”, “학계의 관행이다”라는 등의 이유를 대 “표절이 아니다”라고 주장했다.

표절 논란을 떠나 논문의 질적 측면에서도 같은 내용, 같은 주제의 중복이라는 비판을 자초한 셈이다. 승진 심사 등에서 연구실적을 부풀리기 위해 저급의 논문을 생산하는 것을 넘어서서 표절 논란을 불러일으킬 만큼 동일한 내용의 논문이 유통되고 있었다. 게다가 이러한 논문들이 학회 차원에서 표절 여부를 심사하는 장치 없이 무작위로 실리는 것도 큰 문제로 지적되고 있다.

또, 같은 학과 동료 교수간, 타 대학에 재학 중인 남편과 아내간, 지도교수와 학생간의 표절 논란인 만큼 학자로서의 도덕성에도 심각한 문제가 제기되고 있다. 원저자가 참고나 인용을 동의했다 치더라도 동일 논문을 재가공해서 또 다시 제출하는 것은 ‘관행’이라는 미명을 둘러쓴 ‘표절’에 지나지 않기 때문이다.

△ 같은 학과 교수 박사논문 베껴 학위 논문 제출…지도 교수와 공저로 발표하기도

▲좌측, ㅎ교수의 박사논문 64쪽 그림 5.1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우측 ㅂ교수의 박사논문 55쪽 그림 4.1과 일치한다. ©

경기도 소재 ㅇ 공과대학 ㅂ 교수는 같은 학과 동료 교수의 박사논문을 표절한 의혹을 받고 있다. 2001년 ㅎ 대 박사논문으로 제출한 ‘코딩 모드의 적응적 선택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인코더의 구현’이 같은 학과 ㅎ 교수가 1998년 서울 소재 ㅅ 대 박사논문으로 발표한 ‘매크로 블록 모드와 부호화 방식의 동적 선택을 이용한 부호화기의 구현’을 표절했다는 것.

실제로 두 논문을 살펴보면, 논문 곳곳의 문장들은 물론 그림, 그래프, 심지어는 실험 결과 수치까지 같은 것으로 나타났다.

ㅎ 교수의 논문 6쪽 ‘제2장 H.263 부호화기’가 ㅂ 교수의 논문 14쪽 ‘제2장 H.263 부호화기’의 내용과 일치하며 ‘그림 2.1 비디오 코덱의 블록도’와도 일치하고 있다. 또, 당시 ㅎ 교수가 독창적으로 제시한 ‘진보 예측(Advanced Prediction) 모드’가 ㅂ 교수의 논문에도 같은 그림, 수식, 그래프를 사용해 ‘AP(Advanced Prediction) 코딩 모드’로 똑같이 제시됐다.

또 ㅎ 교수의 박사논문은 2001년 7월 한국컴퓨터산업교육학회 논문지에 ‘H.263 비제한 움직임 벡터 모드의 동적 선택을 이용한 영상 부호화’, 같은 해 12월 전자공학회 논문지에 ‘블록 기반 영상 부호화기의 매크로 블록 모드의 효율적인 선택기법’, 2003년 10월, 한국컴퓨터산업교육학회 논문지에 ‘코딩 모드의 적응적 선택을 기반으로 한 이미지 인코더의 구현’으로 쪼개져 ㅂ 교수 명의로 다시 발표되기도 했다.

이에 대해 표절의혹을 받고 있는 ㅂ 교수는 “ㅎ 교수의 도움을 받아 논문을 작성한 것은 사실이나 ㅎ 교수의 동의를 얻고 지도를 받은 것이기 때문에 표절이라고 말할 수 없다”라고 주장했다. 그러나 ㅎ 교수는 “ㅂ 교수가 박사논문을 쓸 때 도움을 요청해서 자료를 줬으나 표절을 할 줄은 몰랐다”라고 말했다.

 

△ 같은 시기에 남편과 같은 주제 논문 발표…“설문 항목 같으나 대상 달라” 주장도

▲좌측, ㅈ교수의 논문 영어초록이 우측 ㄱ교수의 논문 영어초록과 한 문장을 제외하고 일치한다. ©
ㄱ 교대 ㄱ 교수는 타 대학에 재직 중인 남편과 비슷한 시기에 같은 설문 항목을 사용해 논문을 발표해 표절 의혹을 받고 있다. 표절 논란을 빚고 있는 논문은 2003년 초등과학교육 지에 발표된 ㄱ 교대 ㄱ 교수의 ‘예비 초등 교사들의 환경 인식 조사’와 같은 해 한국지구과학회지에 발표된 대구 소재 ㄷ 대 ㅈ 교수의 ‘지구 환경에 대한 예비 중등 교사의 환경 인식’.

실제로 아내인 ㄱ 교수의 영문 초록이 남편인 ㅈ 교수의 영문 초록과 단 한 문장을 빼고는 같아 표절 논란을 부추기고 있다. 또, 두 논문 모두 ‘환경인식 검사 도구’로 Kuhn과 Jackson(1989)이 개발하고, 노경임(2000)이 번안한 NEP(New Environmental Paradigm) 검사도구를 수정, 보완해 사용했다.

검사 결과도 총 21문항에 대한 전체 평균 점수가 5점 만점에 3.65로 동일하게 나타났다.

표절 의혹을 받고 있는 ㄱ 교수는 “영문 초록과 검사 도구가 같은 것은 인정하지만, 설문 대상이 예비 초등교사와 예비 중등교사로 다르다”라며 “관련 학회에 심사를 의뢰해 ‘표절이 아니다’라는 결과를 얻었다”라고 말했다. 한국초등과학교육학회와 한국환경교육학회 등은 “검사도구는 동일하나 논문의 연구 대상이 다르고 수집·분석된 데이터가 달랐으며, 데이터 해석과 논의 및 제언이 서로 다른 내용으로 전개되었음으로 두 본문은 별개의 독립된 연구물로 판정할 수 있다”라고 밝혔다.

ㄱ 교대측은 서울대, 연세대, 카이스트 등 6개 학회와 대학에 표절 여부 심사를 의뢰해 서울대와 연세대로부터 ‘표절’ 판정을 받고 지난 10월, ㄱ 교수의 조교수 승진을 취소하고 1개월 감봉 조처했다. 이에 대해 ㄱ 교수는 교원징계소청심사위원회에 소송을 제기한 상태이다.

 

△ 제자 박사논문이 지도교수 논문으로 둔갑…공저로 재탕되기도

▲좌측, ㄱ교수의 논문 19쪽 표8. 자기상관관계 분석의 결과가 우측 3인공저 논문 33쪽 표 3-4와 일치한다. ©

같은 논문이 지도교수와 저자에 의해 재탕, 삼탕 돼 표절 논란이 불거지기도 했다. 1999년 서울 소재 ㄱ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한국외환 시장의 효율성에 관한 실증적 연구:원/달러 선물환거래를 중심으로’ 논문이 지도 교수와 동료 교수에 의해 재발표된 것.

위 논문을 지도한 ㄱ 대학 ㄱ 교수는 다른 연구자와 공저로 2000년 5월, 재무연구에 ‘한국선도환 시장의 효율성 검증’이란 제목의 논문을 실었다. 지도학생의 박사논문을 토대로 쓴 것이다. 이에 대해 ㄱ 교수는 “지도교수가 학생의 박사논문을 정리해서 발표하는 것은 관례”라며 “원저자와 공저로 게재해야 하는데, 원저자가 학계에 있지 않다 보니 (원저자의 이름을) 빼고 발표했다”라고 말했다.

이 논문은 2002년과 2003년 각각 한국회계정보학회에서 발행하는 ‘재무와 회계정보저널’, ‘회계정보연구’에 ‘FORWARD 시장의 효율성 검증에 관한 연구’와 ‘선도환 시장의 정보불편성에 관한 연구-한국시장을 중심으로’라는 제목으로도 실렸다. 박사논문의 원저자와 ㄱ 대에서 저자와 동학한 ㅂ 대학 ㄱ 교수, ㄱ 교수의 회계학 지도교수인 서울 소재 ㄱ 대학 ㅇ 교수가 공동 저술로 발표한 것. 두 논문은 요약부터, 1장 서론, 2장 등이 토씨 하나도 틀리지 않고 같다.

특히 2장의 경우 2.1 시장효율성에 관한 이론적 배경 2.2 외환시장 효율성 검증에 관한 기존의 연구 2.2.1 불편성 가설 연구, 2.2.2 편의성 가설 연구 등 목차도 같을뿐더러 내용도 완벽히 일치했다. 같은 저자가 같은 학회의 저널에 논문의 상당부분이 일치하는 논문을 두 번 게재한 것이다. 공저 중 한 명인 서울 소재 ㄱ 대학 ㅇ 교수는 당시 한국회계정보학회의 회장으로 재임 중이었던 것으로 알려져 표절 여부를 떠나 도덕적 지탄을 받고 있다.

박사학위 논문의 원저자인 ㄱ 박사는 “지도교수와 함께 연구하고 발표한 논문이니 만큼 지도교수가 따로 발표하는 것에 동의했다"라고 말했다. 3인 공저 중 ㅂ 대학에 재직 중인 ㄱ 교수는 “원저자와 공저로 발표했기 때문에 표절이 아닐뿐더러 ‘FORWARD 시장의 효율성 검증에 관한 연구’의 경우, 원저자의 박사논문을 회계학적 접근 방법으로 재구성해 작성했다”라고 말하기도 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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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문

상기 기사에서 ㄱ 교대 ㄱ 교수가 남편의 논문을 베낀 것이 확실한 것으로 오해할 수 있는 내용을 보도한 바 있습니다. 사실확인 결과 2개의 기관에서는 표절판정을 하였으나, 한국과학기술원 등 5개 학회 등에서는 표절이 아니라는 판정을 하여 표절여부가 확정된 바 없으며, ㄱ 교수에 대한 징계처분은 교육인적자원부 소청심사위원회에서 절차위반으로 취소되었음이 밝혀졌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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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절 반대 2005-07-19 00:10:56
수년전 S대의 어느 교수는 표절 의혹을 받고 학생들로 부터
수업 거부를 받았을 뿐만 아니라 본의 아니게 외국에 나가 머무는 사태를 보았다.
표절 문제는 해당 교수의 문제이며 동시에 해당 대학의 문제
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의혹을 받는 교수는 철저한 자기 반성
을 해야하고 대학 당국의 징계성 처벌이나 문제처리 방식을 달게 받아야 한다.

의치의학계 2005-07-11 00:03:43
의, 치의학계도 심각합니다. 지난번 의사, 치과의사에 대한 돈 받고 학위장사하는 사건에 대한 수사가 어떻게 되어가고 있는지 모르나 그런일을 하는 교수들이라면 표절 및 중복출판, 다른 교수 이름올려주기 등은 밥먹듯이 할 듯

어는 자연계 교수 2005-07-10 23:54:21
표절, 중복출판 그리고 이름올리기 등은 각단과대학별로 그리고 각 학문별로 검사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각 논문들은 각학회지에서 일차적으로 제출되는 논문이 어딘가에 이미 전부 혹은 일부가 이미 출판된 것이 아닌지 혹은 이미 학회지에 출판된 논문이 나중에 다른 저널에 또 출판되지는 않는지 조사하는 시스템을 구축해야한다.

그리고 각 학교에서는 재계약등을 위하여 제출된 논문이 표절, 중복출판 그리고 이름올리기 행위가 있는지를 조사하는 시스템등을 구축해야 한다. 그래서 발각시에는 그에 상응하는 댓가를 치르도록 해야한다. 특히 이미 교수급에 있는 교수가 그러한 행위로 발각되었을 시에는 그 이름을 공개함과 동시에 처벌을 내려야 한다.

계속 풍토가 이런 식으로 된다면 한국과학의 미래는 없고, 젊고 유능한 교수들은 외국에 자리를 알아볼 것이다.

김교수 2005-07-09 14:50:36
SCI논문에 내기 위하여 한번실험에 3개 논문이 나온다. 어걱을 위해 그림이 중복되어 나오고 약간의 data 수정을 가한다. 이것은 중복논문+자기표절논문+data 조작논문+국가연구비와 관련없는 논문이나 표시하여 연구업적으로 제출(사기논문)=심각하다.
--> "좋은 대학일 수록 심각"

editor 2005-07-07 11:09:55
위의 게시물은 도용된 IP를 이용해서 올린 의견으로 드러나, IP 주인에 의한 항의를 받고 삭제하였음을 알려드립니다.

교수신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