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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시리뷰: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展
전시리뷰: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展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6.2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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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 옆에서 작아진 현대

이화여대에서 열리고 있는 ‘시간을 넘어선 울림-전통과 현대’ 展은 전통예술과 현대예술을 像, 物, 劃의 세가지 소주제로 나눠서 배치해 “현대 미술의 제 경향 속에 면면히 이어지는 전통미학을 재발견”하려는 의도를 담고 있다. 전통산수, 서예, 도자기, 목공예품, 복식 등에 걸쳐 30여점의 전통유물과 40여명의 작가들의 작품이 선보인다. 이응노, 박수근, 서세옥 같은 1세대와 원로부터 한기창, 우선옥 같은 젊은 작가들에 이르기까지 전통을 계승하려는 사람, 전통적 소재를 활용하는 화가, 전통을 패러디하고 파괴하고 변형하는 다양한 작품들이 선보였다.

백자기법으로 빚은 사이보그를 깨뜨려서, 그걸 전통백자의 깨어진 조각들 위에 널부러뜨린 작품, 철사로 그물망처럼 이어서 텅빈 항아리를 만들어 놓은 것, 천과 수묵을 결합시켜 신윤복의 미인도를 재현한 것, 텅 빈 병풍에 빔 프로젝트로 빛을 쏘고 지우기를 반복하는 작품, 쌀알로 그린 부처의 얼굴, 건축골재로 쓰이는 쇠심으로 만든 대나무 작품이 옛 선비들의 산수화와 백자와 청자, 조선후기 선비의 초상화 곁에서 나란히 서 있다.


만약 이들 현대작품들이 그들끼리 모여있었다면, 전통의 계승이 강하게 느껴졌을 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유물들과 함께 놓이니 둘 사이의 ‘차이’가 훨씬 실감나게 다가왔다. 대형빌딩 앞에 있으면 우아하게 세련돼 보일, 철심으로 용접한 대나무는 그 조형적 아름다움에 앞서 으스스한 냉기를 뿜어냈으며, 철사를 엮어서 만든 달항아리는 달빛에 비친 앙상한 골조를 건사하고 있었다.


과거의 유물들이 생활에 직접 쓰였던 연적, 술병, 병풍들이라면, 현대의 작품들은 이런 일상성과는 너무나 동떨어진 전위성과 일회성을 구축하고 있었다. 작가의 창작의도가 작품에 스며든 것이 아니라, 작품 외곽을 도배하여 답답한 느낌을 주는 것도 전통유물 옆에서 더욱 실감하게 되는 현대예술의 경직된 초상이라고 할까. 김호득의 한줄 죽 그어내린 墨線, 入자 두 개를 겹쳐놓은 듯한 서세욱 화백의 ‘두 사람’은 그 자체로는 선의 상징성과 여백이 아름다움을 생각게할만한 작품들이지만, 꽉 짜여진 이광사의 초서 대련 옆에서는 여백이 운동장처럼 넓어보였으며, 따라서 무언가 빈약해보였다. 이응노의 붓글씨 대신에 잘 보이지도 않는 조그만 컴퍼지션을 배치한 것은 정말 아쉬웠다. 차라리 이응노의 잘 된 붓글씨를 걸어놓았다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이 남는다. 현대의 필치와 과거의 필치가 만나서 만들어내는 풍경, 즉 의도된 유사함보다는 작가도 모르게 내재화된 유사함과, 시공간의 이동이 만들어낸 자연스러운 '차이'를 발견하게 만드는 것이 진정한 전통과 현대의 만남이 아니었을까.


전시회 측이 전통의 '정신'을 추구하려는 이전의 시도들과는 다르게 직접 '느끼는' 것을 위주로 전통의 '육체'를 다양하게 강조하고 싶었다고 말하는 것을 볼 때 어색한 어깨동무는 필연에 가까우리라.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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