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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컬 오디세이] 지역학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
[글로컬 오디세이] 지역학 전문가가 필요한 시대
  • 임기대
  • 승인 2021.10.21 09: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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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제리와 모로코 간의 서사하라 영토 분쟁으로 살펴본 지역학 연구 필요성
글로컬 오디세이_임기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빗금 친 지역이 알제리와 모로코가 영토 분쟁 중인 서사하라 지역이다.   출처=독일의 소리(Deutsche Welle)

저마다 ‘상생과 공존’을 얘기하고 있지만, 세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는 일은 이와는 얼마나 무관한가. 분쟁과 테러, 사망과 기아, 기후 온난화로 인한 불평등 문제는 ‘상생과 공존’과는 머나먼 얘기들이다. 이런 상황은 코로나19로 더욱 복잡하고 심각해지고 있다. 가장 최근에 벌어진 아프가니스탄 사태는 ‘탈레반’이라는 단어로 귀결할 수 없는 지역 내의 복합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알카에다, 이슬람국가(IS) 등도 마찬가지이며, 북서아프리카에서 벌어지는 분쟁 또한 마찬가지이다. 우리가 처해 있는 상황, 세계 지역의 문제를 논할 때 그 어느 때보다 내재적이고 종합적인 분석을 통한 접근과 이해가 필요한 시점이다.

지난 8월 24일 북아프리카의 알제리와 모로코가 외교 관계 단절을 선언했다. 지난달 22일에는 최소한의 인적·물적 자원 교류를 가능케 한 모로코 민간 및 군용 항공기 영공을 폐쇄해 형제국이라 할 수 있는 알제리와 모로코가 돌이킬 수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이 두 국가는 아랍어와 베르베르어를 공용어로, 프랑스어를 상용어로 사용하며 오랜 기간 역사적 기억을 함께하고 있다. 하지만 ‘서사하라(Western Sahara)’ 영유권 문제로 수십 년 동안 불편한 관계를 유지해왔다. 모로코는 서사하라의 영유권을 주장하는 반면, 알제리는 모로코로부터 독립하려는 서사하라 독립운동 단체 ‘폴리사리오 전선(Polisario Front)’을 지원하고 나섰다. 이런 문제는 양국 간 문제를 넘어 아프리카 연합(African Union)과 유엔(UN) 등 국제기구에서도 대립을 격화시켰다. 지난해 12월 12일 모로코가 이스라엘과 수교를 맺고, 미국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인정해주면서 양국 관계는 극단적인 상황으로 치달았다. 표면상으로 서사하라 문제 때문인 것은 분명하나 그것으로 모든 걸 설명할 수 없을 정도의 복합적인 문제를 담고 있다.

‘서사하라’는 사막이 대부분인 지역이다. 이 황량한 땅이 왜 이리 전략적으로 중요하고, 형제국 간에 원수가 될 정도가 되었을까. 여기에는 정치적 이해관계 이상으로 경제적 이해관계를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모로코 입장에서 서사하라는 이슬람이 아프리카에 온 이래로 모로코 땅이었다고 주장하지만 내심 이 지역의 경제적 가치를 중요시하고 있다. 일차적으로 모로코의 대아프리카에 대한 시장 공략에 있어 서사하라는 전략적으로 중요한 위치에 있다. 모로코는 늘 ‘서아프리카 경제 공동체(ECOWAS)’에 가입하려 해왔고, 서아프리카와 자신들의 땅을 연결하려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서사하라의 자국 영토 편입은 필수적이다. 알제리가 이런 모로코의 야심을 모를 리 없다. 게다가 서사하라는 엄청난 광물자원과 어장이 풍부한 국가다. 잘 알려져 있듯이 모로코는 세계 최대 인광석 수출국이다. 서사하라 또한 인광석 매장량이 매우 풍부해 모로코 경제 발전의 한 축을 견인하고 있다. 서사하라 어장은 모로코 어장의 80%를 차지한다. 서아프리카에서도 서사하라 어장은 풍부하기로 정평이 나 있다. 한때 한국의 원양어업 전진기지이기도 했을 정도로 서사하라 어장은 매우 풍부하다. 모로코는 2019년 유럽연합(EU)과 어업 협정을 체결해 서사하라 어획물의 유럽 반입을 허용하기도 했다. 프랑스를 비롯한 EU 국가들이 모로코의 서사하라 영유권을 은근히 인정해주는 이유다.

알제리의 ‘폴리사리오 전선’ 지원은 모로코 입장에서는 내정 간섭이다. 알제리는 2021년 8월 알제리 내 베르베르어권 지역 대형 산불 화재 주범으로 모로코를 꼽고 있다. 이 지역은 카빌리(Kabylie)라는 곳으로 알제리 내 반정부 투쟁이 활발한 곳인데, 모로코가 이들을 지원하고 있는 것이다. 알제리가 서사하라를 지원하듯이 모로코가 알제리 내 반정부 단체를 지원하는 셈이다. 알제리로서는 가장 예민한 문제를 건드린 용납할 수 없는 사안으로 결국 외교 관계 단절이라는 초강수를 두었다.

그렇다면 양국 간의 문제는 향후 어떻게 될 것이고, 이 지역 문제는 향후 어떤 파문을 불러올 것인가? 당장 모로코는 알제리에서 모로코를 거쳐 유럽으로 가는 가스관(Gazoduc Maghreb-Europe) 차단으로 자국 내 가스 배급 문제에 차질을 빚고, 알제리 내 거주하는 모로코인 30만 명의 문제 등을 고려해야 할 것이다. 또한 양국 갈등이 지중해로 유입되는 난민을 수수방관할 수 있다는 우려까지 낳게 한다. 이미 지난 5월에 모로코는 스페인령 세우타(Ceuta)에 8,000명의 자국 난민을 넘겨 스페인을 비롯한 유럽 국가를 당혹스럽게 하기도 했다. 이런 점에서 알제리, 모로코와 가장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프랑스의 입장은 어떤 식으로든 해결의 시발점이 될 것이다.

이렇듯 한 지역 문제를 바라보는 데에는 당사국 간의 문제는 물론 인접 국가와의 관계, 정치·경제적 이해관계, 난민과 분쟁 문제 등을 복합적으로 바라볼 수 있어야 한다. 최근 국내에서 세계화, 국제화 시대에 부응하여 세계 각 지역에 대한 깊이 있는 정보의 필요성이 요구되고 있다. 지역학도 이런 맥락에서 독자적인 연구 방식을 확보해야함은 너무도 당연한 일이 되었고, 이에 대한 출발점은 지역에 대한 통합적 이해와 접근만이 좋은 해결책이 될 것이다. 이러한 점이 반영될 때 우리는 지역학(Area Sciences)을 본격적으로 논할 수 있을 것이며, 진정한 지역학 전문가 양성 시대를 맞이할 수 있을 것이다.

 

임기대 부산외대 지중해지역원 HK교수
프랑스 파리 제7대학에서 「언어의 역사와 인식론」이란 주제로 박사 학위를 했다. 현재 부산외대 아프리카연구센터장과 한국프랑스학회 편집위원장, 한국아프리카학회 편집위원장, 외교부 아중동 정책자문위원, 법무부 난민위원회 자문위원을 맡고 있다. 대표 저서로 『이주와 불평등』(공동, 2021), 『공공외교 이론과 실제』(공동, 2020),  『지중해문명교류사전』(공저, 2020), 『7인 7색 아프리카』(공동, 2017) 등과 다수의 논문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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