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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개혁 세력은 왜 자발적 복종에 빠졌나
민주개혁 세력은 왜 자발적 복종에 빠졌나
  • 유무수
  • 승인 2021.10.15 08:12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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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 『불량 정치』 노정태 지음 | 인물과사상사 | 348쪽

국민의 형편 나아지지 않는 소득주도성장론은 실패
권력자의 내로남불식 책임 전가는 비겁함일 뿐이다

고려대 교수였던(경영학과) 장하성 전 청와대 정책실장이 기획한 ‘소득주도성장론’의 주요 내용은 최저임금의 대폭 인상과 주 52시간 근무제 등이었다. 정부가 근로자의 소득과 근무시간에 개입하면 소비가 증대되면서 경제성장이 이루어지고 저녁 있는 삶을 살게 된다는 학설은 현실적인가? 정책결정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는 사업주들이 불만을 제기하자 “시급을 만 원도 못줄 정도면 그냥 사업 접어라”는 저주가 해당뉴스에 댓글로 달리곤 했다. 

사실 빠듯하게 7천 원 내외로 맞춘 시급을 갑자기 8천 원~1만 원 수준으로 올리는 것은 쉽지 않다. 시간이 흐르면서 골목의 가게들에도 키오스크가 등장하고 대형마트에는 셀프계산대가 도입되는 분위기가 퍼졌다. 일자리가 사라진 광경이었다. 불안정한 저소득활동으로나마 생활비를 보충하던 국민의 형편은 어떻게 되었을까. <신동아> 연재 칼럼을 편집한 이 책은 정부가 인정하지 않는 말을 한다. “소득주도성장이 실패로 돌아간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지역감정과 맞서 싸운 ‘바보 노무현’을 지지했다는 30대 진보논객 노정태 저자의 문재인 정권에 대한 평가는 부정적이다. 지난 4년은 극성지지층만 바라보는 정치, 주먹구구 통계와 막말이 난무하는 정치, 북한을 맹목적으로 바라보는 정치, 태양광 패널 설치로 2백 만 그루 이상의 나무를 베어낸 정치, 소득주도성장론으로 성장잠재력을 깎아먹은 책임자를 영전시키는 무책임의 정치, 180석의 힘으로 법을 일방적으로 통과 시키는 떼법 정치, 진실이 결여된 탈원전 정치 등 한 마디로 ‘불량정치’의 시대였다는 것이다. 

현 정부를 지지하는 한 역사학자는 ‘조국사태’에 대해 “조국의 ‘도덕성’을 둘러싸고 제기된 문제들이… 한국 사회의 상층 엘리트들 사이에서 작동하는 일반적 관행과 도덕성에 비추어보면 대개 ‘상식’ 범위 안에 있는 일이었다”는 궤변으로 “존재와 의식의 불일치”를 옹호했지만 이는 조국이 과잉된 자의식의 늪에 빠지게 하는 ‘자칭 민주개혁 세력의 자발적 복종’이라는 게 저자의 지적이다. 부패한 존재에서 탐욕이 아니라 맑고 밝은 정기가 깃든 개혁이 솟아날 수 있을까. 

정부는 K-방역에 대해 자화자찬 홍보를 했다. 저자의 평가는 다르다. 각국은 자신에게 맞는 최적의 방안을 택했을 뿐이며, 세계는 K-방역에 열광하지 않았다. 현재 여권의 권력에 혹독한 저자는 현재 야당의 권력자인 이준석 대표도 날카롭게 비판한다. 노령연금에서 “지급하는 금액을 낮추더라도 노인 인구 전체에 지급해야 한다”는 이준석의 주장에 대해 “이준석이 말하는 공정은 어째서 이토록 ‘원래 가진 자’의 불만을 달래는 쪽으로만 향하고 있는 걸까?”라고 질문한다. 저자에 의하면 이준석은 자신이 이긴 경쟁을 두고 ‘완벽하게 공정한 경쟁’이라고 자만하지만 자신의 정치적 출세에서 배경이었던 유승민 의원을 인정하고 약자에 대한 배려심을 더 가져야 한다. 

정치판에 기대어 공허감을 우회적으로 극복하려는 정서적 애착, 동일시, 투사에 얽힌 팬덤 의식에 빠지면 편향된 억견과 앞뒤 모순, 역겨운 내로남불로 빠질 수 있다. 진지하게 ‘기회의 평등, 과정의 공정, 결과의 정의’를 통한 대한민국의 건전한 발전을 소망할 때 합리적으로 비판할 수 있을 것이다. 과거가 아니라 현재 정책결정권자들의 선택이 현재를 살아가는 국민의 삶에 더 중대한 작용을 한다. 현재 권력을 휘두르는 자의 남(과거, 외부상황) 탓은 비겁한 책임회피이며 그 지위에 앉을 자격이 없다는 무능의 고백일 뿐이다. 언제나 가장 엄중한 비판의 대상은 현재 권력자들이어야 한다. 그 비판이 침소봉대와 조작을 버무린 생트집 선동이 아니라 객관적 사실에 근거하고 깊은 진실을 추구할수록 정당하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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