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합리적 공동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합리적 공동체는 꿈이 아니라 현실이다
  • 유무수
  • 승인 2021.10.15 08: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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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제의 책_『모두를 위한 경제』 마저리 켈리 외 1명 지음 | 홍기빈 옮김 | 학고재 | 300쪽

자본이 최상의 권리 누리는 추출적 경제 보다
지속가능한 행복 누리는 민주적 경제가 해답

한 때 ‘왕권신수설’이 득세했지만 오늘날에는 마치 ‘자본 권리 신수설’에 의한 시스템이 득세하고 있는 듯하다. 이는 잘못됐다는 것이 비영리 단체인 ‘협력하는 민주주의’ 연구소에서 함께 활동하는 저자들의 주장이다. 

카네기, 밴더빌트, 모건, 록펠러 등은 19세기에 억만장자였던 인물들이며 그 배경에 인디언학살과 노동자 착취, 자연파괴가 있었을지라도 탁월한 성취의 결과는 현대 자본주의 사회에서 동경의 대상이다. 자본이 최상의 권리를 누리는 ‘추출적 경제’ 시스템이 작동하고 있기 때문이다. 

오늘날 미국 내 일자리의 40퍼센트는 자동화와 외주화의 확장과 함께 파트타임이나 계약제로 일하는 긱경제(Gig economy) 유형이다. 노동자들의 삶이 불안정한 것은 그들의 노력이 모자란 탓이며, 이러한 시스템에서 대박을 치는 상위 1퍼센트 부자는 삶의 모델이 되는 능력자로 평가된다. 이런 추세 속에서 합리적 성취의 기회는 축소될 수밖에 없기에 미래 세대의 삶은 점점 고달파질 가능성이 높다. 현실에 발을 디딘 급진주의자를 자처하는 저자들은 함께 지속가능한 행복을 누릴 수 있으려면 ‘추출적 경제’와 대비되는 ‘민주적 경제’의 시스템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저자들은 민주적 경제의 일곱 가지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제안한다. 첫째, 자기 이익의 최적화가 아니라 공공선을 우선하는 ‘공동체의 원칙’이다. 둘째, 일할 의지가 있지만 기회에서 배제되고 있는 이들을 배려하는 ‘포용의 원칙’이다. 셋째, 지역 주민과 마을 이익의 활성화를 이루어가는 ‘장소의 원칙’이다. 넷째, 자본이 추출해가는 몫이 계속 늘어나게 하기보다 회사에서 일하는 노동자의 노동을 우대하는 ‘좋은 노동의 원칙’이다. 다섯째, 기업을 소유하고 매각할 수 있는 여러 조각의 소유물이 아니라 살아 있는 시스템으로 보게 할 ‘민주적 소유권의 원칙’이다. 여섯째, 추출적 경제 시스템처럼 자본이 극대의 부를 가져갈 수 있다는 탐욕의 논리를 절제하고 생태계를 존중하는 ‘지속 가능성의 원칙’이다. 일곱째, 특정 소수 엘리트 집단의 금전 수익 최대화가 아니라 사회적·생태적 이익을 목표로 하는 ‘윤리적 금융의 원칙’이다.

저자들은 민주적 경제의 아이디어를 얘기할 때마다 사람들이 “좋은 생각이야, 하지만 그게 될까?”하는 의문을 표했다고 한다. 그러나 저자들은 이 책에서 파인 리지 인디언 보호구역 재생적 공동체, 포틀랜드 개발위원회의 경제적 공정성 지원 정책, 클리블랜드의 앵커기관(지역 핵심기관)과 주민공동체 협력 사업, 브롱크스의 방문 간호 협동조합, 메릴랜드에서 노동자 소유의 EA엔지니어링, 영국 프레스턴 시의회의 새로운 은행업 모델 등 민주적 경제의 원칙을 이미 실천하며 합리적인 공동체를 가꾸고 있는 사례들을 제시했다. 저자들에 의하면 도덕적 정당성과 상상력, 그리고 협동이 혁신적인 희망의 도구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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