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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가철학 50년 연구사 정리...철학사 방법론 토론
도가철학 50년 연구사 정리...철학사 방법론 토론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6.20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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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술대회 리뷰_동양철학 연합학술대회(6월 18일, 성균관대)

지난 18일 성균관대에서 국내의 동양철학 관련학회들이 총집결해 처음으로 연합학술대회(회장 송영배 서울대)를 개최했다. ‘동양철학, 과거와 미래’라는 주제로 12편의 논문이 발표됐다.

첫 연합인만큼 발표와 토론은 동양철학의 과거를 꼼꼼히 짚어보며 비판도 가감없이 가하는 자리였다. 그중 도가철학회 3명의 연구원들이 차례로 ‘한국에서의 5, 60년대 도가연구’(심의용 충북대), ‘7, 80년대 도가연구’(안재호 중앙대), ‘90년대 도가연구의 경향 비교’(정륜 전북대)를 발표해 국내 도가철학 연구사를 한줄에 꿰는 성과를 거뒀다. 50~60년대에는 유영모와 함석헌을 중심으로, 70~80년대는 철학자 11명의 저술과 논문을 중심으로, 90년대 이후는 박사논문 26편을 중심으로 연구내용이 살펴졌다. 해방이후, 특히 80년대부터 본격적으로 가열된 도가철학연구는 그러나 아직 미진한 점이 많은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80년대 초반 연구들은 “주석서들을 직접 해석하거나 대만이나 일본학자들의 글들을 두서없이 번역나열하여 논리를 세우지 못하거나 심지어 비문이 되는 경우가 있었”으며, 90년대전반까지도 “노장사상의 중요한 문제인 ‘상반상성’과 ‘安命’이 제대로 검토되지 않았다”라는 비판이 제기됐다. 90년대이후에는 "노장과 현학사이의 연계성이 제대로 밝혀지지 않았“으며, 독창성이 없는 논문, 원문과 번역문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 해석이 잘못된 부분, 서양철학 용어를 남발하는 경우가 많았다는 비판이 제기됐다.

동양철학연구회에서도 성리학의 현재와 성리학사를 검토하는 중요한 문제들이 제기됐다. ‘성리학의 현재성에 대한 재검토’를 발표한 손영식 울산대 교수는 “현재 성리학은 신화적 상상력으로 퇴화하고 있다”라며, 성리학의 논리성 결여를 심각한 문제로 꼽았다. 특히 그 원인으로 원문을 있는 그대로 받아들이는 ‘실증주의’, ‘구절주의’를 들었다. 또한 "대부분의 성리학 논문들이 사소설이고 성장소설이다“라며, 단지 자기가 이해하는 것만큼을 논문으로 내놓는 현 학계를 비판했다. 즉 남의 논문을 읽지 않는 학계의 고질을 짚으며, 학자들이 자신의 성 안에서 나올 것을 촉구했다.

현재 ‘호+학’으로 되어 있는 주자학, 양명학, 퇴계학, 율곡학, 남명학, 다산학 등에 대해서도 “올바르지 않다”라며, 사상의 핵심을 규정하는, 이를테면 ‘성리학’, ‘심학’과 같은 용어를 사용할 것을 주장했다. 최영성 전통문화학교 교수는 ‘한국철학사로서의 조선시대 유학사 및 성리학사 서술방법의 탐색’이란 발표를 통해 기존의 유학사와 성리학사 전반을 검토했다. 최 교수는 1970년대 이래 한국철학에 대한 연구는 데이터뱅크를 운영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엄청난 연구축적을 이뤘지만, 몇몇 유학통사를 제외하고는 “철학사나 사상사에서 완전한 통사가 출현하는 것은 요원해 보인다”라고 지적했다. 그 이유로 학계의 고정관념을 꼽았는데, 국내에 동양철학전공자 중 철학사나 사상사 전공자가 전무하다는 것. 즉, 철학사나 사상사는 역사학전공자의 임무로 생각한다는 인식이 팽배해있다는 것이다. 이 외에도 ‘返本開新의 관점에서 본 한국유학의 과거와 미래’(김기현 전남대), ‘다카하시의 한국유학 연구의 특성과 장점’(김기주 계명대), ‘주역연구의 회고와 전망’(김학권 원광대), ‘철학사상의 비교연구 방법론 시론’(홍정근 성균관대, 김영건 서강대) 등의 논문이 발표됐다.

2백여명의 동양철학자들이 모인 연합회는 향후 춘계학술대회를 함께 할 예정이다. 여기서 동양철학의 과거를 함께 반성하고, 나아가 2008년 한국에서 개최될 세계철학자대회에 선보일 한국철학의 내용들도 같이 고민하며 준비해갈 것이라고 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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