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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이스트, '총장 리더십' 논란
카이스트, '총장 리더십' 논란
  • 이민선 기자
  • 승인 2005.06.18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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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석사 연계과정 폐지 내홍…'변화 위한 변화' 비판

로버트 러플린 한국과학기술원(이하 카이스트) 총장의 강력한 리더십 경영에 대한 학내 구성원들의 반발이 표면화되고 있다.

지난 달 23일 카이스트 교무처는 학교 홈페이지 학생공지 게시판에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 경영공학전공 학·석사연계과정 폐지를 전격 공지했다. 그동안 KAIST는 학부생을 무학과로 선발하고 2학년 때 학생들에게 전공을 선택케 해서, 매년 스무 명 정도의 학생들을 경영공학전공자로 인정해왔다. 하지만 ‘카이스트 비전안’에 따라 더 많은 학생들이 경영 관련 수업을 수강해야 한다는 취지 하에 경영공학 전공 학·석사 연계과정을 폐지하고, 2천5백명의 학부생들에게 경영공학을 부전공으로 공부시키기로 결정했다.

하지만 이 같은 결정에 대해 경영공학 전공 희망 학생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나서며 사태가 복잡해졌다. 이들 학생들이 모집요강 시 경영공학 전공을 명시해 놓고 학생을 선발하지 않는 것은 부당하다고 지적하고 나선 것. 또 이사회의 결정을 거치지 않았기 때문에 적절한 과정도 거치지 못했다는 점을 꼬집었다. 최세훈 경영공학전공 학사과정 폐지 비상대책위원장은 “애초 입시요강대로 최소한 2005년도 신입생까지는 경영공학전공에 지원할 수 있어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이에 대해 강창원 교무처장(생명과학과)은 “피해학생들은 방치되는 것이 아니라 새로운 프로그램 제시로 구제받을 것”이라며, “자문변호사가 이번 안건을 이사회 결정사항이 아닌 것으로 해석해 절차상의 문제는 없다”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이번 사태를 두고 학내 교수들은 러플린 총장의 리더십에 대해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고 있다. 올해 초 KAIST 사립화 논쟁부터 시작해 경영공학전공 학·석사 연계과정 논란까지, 러플린 총장이 학내 구성원의 목소리를 담아내려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는 것.

박오옥 前 기획처장(생명화학공학과)은 “러플린 총장은 하나의 조직이 시스템과 여러 사람에 의해서 움직인다는 사실을 무시하고 있다”라고 비판하고, “이는 사립화 논쟁 이전부터 계속돼온 문제”라고 덧붙였다.

실제로 총장자문기구인 학사연구심의위원회에서 경영공학 전공 학·석사 연계과정을 원래대로 2006년까지 실시하기로 의결했지만, 러플린 총장은 이를 무시하고 폐지할 것을 지시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성주 KAIST 테크노경영대학원장 역시 “학교 방침에 반대하지는 않지만 기존에 입학한 학생들의 권익은 보호해줘야 한다”라는 뜻을 러플린 총장에게 전달했었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일각에서는 러플린 총장이 가시적인 성과에 조급하게 집착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이름을 밝히기를 거부한 어느 교수는 “50만 달러라는 고액연봉과 노벨상 급에 해당하는 결과물을 내놓으려고 하다보니 무리수를 두고 있다”라며, “결국 이는 변화를 위한 변화밖에 되지 않을 것이다”라고 꼬집었다.

한편 지난 3일 박찬모 포항공대 총장은 학부 총학생회가 마련한 ‘총장님과의 대화’에 참여해 대학정책·교육·학생활동·주거·복지·교육시설 등에 대해 대화를 나눠, 묘한 대조를 이루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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