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16 21:35 (화)
[초점]국립대자체발전계획 뜯어보니
[초점]국립대자체발전계획 뜯어보니
  • 안길찬 기자
  • 승인 2001.06.13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001-06-13 14:44:00
국립대 자체발전계획안은 구조조정 수락서인가, 대학간 협력계획서인가.

교육인적자원부가 추진중인 국립대 발전계획에 대한 교수·학생들의 반대여론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지난달 31일까지 각 국립대가 교육인적자원부에 내놓은 자체발전계획안을 둘러싸고 논란이 가열되고 있다.

각 대학 교수협의회는 “대학이 제출한 계획서는 교육부의 재정지원을 한푼이라도 더 받기 위해 급조한 구조조정 수락서이자, 충성 서약서”라며 일제히 비판하고 나섰다. 경북대·금오공대·상주대·안동대 교수회는 소속 대학들이 공동발전계획을 교육부에 제출한 데 반발해, 지난달 31일 성명서를 내고 “총장들은 교육부에 경쟁적인 충성을 포기하고 각성하라”며 “교육과 연구를 수치화해 중앙통제와 경쟁력 만능주의로 대학과 교수들을 길들이려는 발전계획을 받아들여서는 안된다”고 밝혔다.

“발전안은 구조조정 수락서"

이러한 가운데 강릉대, 여수대, 전북대, 제주대, 충북대 등 5개 대학은 마감시한을 1주일 넘긴 7일까지 자체발전계획안을 제출하지 않고 있다. 각 국립대가 적잖은 진통 끝에 완성한 자체발전계획은 지역별 대학간 역할분담과 장기적인 통합계획까지 담아, 계획대로라면 국립대 운영구조의 혁신적인 변화를 예고하고 있다. 그럼에도 각 대학 교협이 이를 ‘충성서약서’로 까지 비난하며 반발하고 나선 이유는 무엇인가.

무엇보다 각 대학이 고안한 계획들이 철저히 교육부가 정한 원칙에 따라서 만들어졌기 때문이다. 각 대학이 제출한 자체발전계획은 △중점육성분야 선정 △유사중복학과 통폐합 등 학사구조 개편 △총장직선제 개편 등 의사결정구조 개혁 △교수업적평가 강화 등 질 관리 확립체제 수립을 골자로 대동소이한 내용을 담고 있다.

강원대(생명공학, 정보통신, 환경) 부산대(기계), 경상대(농·생명), 경북대(정보기술, 생명과학, 설계과학), 안동대(국학·문화관광), 금오공대(자동차 기술), 상주대(첨단유통), 제주대(관광산업, 해양과학, 아열대 농업) 등은 중점육성 분야를 정했다.

특히 경북지역 5개 대학은 2010년까지 ‘대구경북국립대학교’를 구축, 연합대학 총정원제를 도입하고, 중복된 학과를 구조조정한다는 계획까지 내놓았다.

또 각 대학은 교수업적평가제와 연봉제를 도입하고, 총장직선제를 장기적으로 개편하겠다는 내용도 담았다.

이와 관련 강덕식 경북대 교수회장(의학과)은 “말 그대로 자체발전계획이라면 각 대학의 나름의 고민속에서 고유한 발전전략이 수립돼야 한다. 하지만 대학당국은 철저하게 교육부가 내린 지침하에서 실행가능성이 불확실한 그린페이퍼를 만들었다”고 지적했다.
결국 교육부가 대학의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해 진행한 자체발전계획 수립의 의미가 퇴색됐다는 것이다.

고홍석 국교협 회장(전북대 교수회장)은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은 교육부가 낸 과제에 대해 모범답안을 만들어 보고한 것에 다름없다”면서 “자율성을 부여하기 위한 계획이라면, 대학에 맡겨두는 것이 타당하다”고 밝혔다.

구성원 의견수렴 미흡

또한 각 대학의 자체발전계획은 교육부 제출 마감시간에 쫓겨 구성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하지 않고, 대학들이 일방적으로 정한 내용이 많다는 비판을 받고 있다. 경북대의 한 교수는 “학과 의견은 듣지 않고 일방적으로 중점육성 분야로 선정했다”면서 “보고서에 그렇게 적는다고 학과를 중점육성할 수 있을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계획이 급조돼 다른 대학과 합의하지 못한 통합계획이 포함되는가 하면, 실현 가능성이 전혀 없는 계획도 적지않다는 지적이다.

대학들로선 9월 예정된 평가사업에서 일단 좋은 결과를 얻고 보자는 식으로 무턱대고 그린페이퍼 작성에만 열을 올렸다는 얘기이다.

교육부는 이달내로 평가모델을 만들고, 9월부터 본격적인 평가를 진행, 2백50억원의 예산을 결과대로 나눠 줄 계획이다. 그러나 평가자의 입맛에 맞추기 위해 실현가능성이 희박한 안들까지 포함시킨 각 대학의 청사진을 교육부가 어떻게 옥석을 가릴지 의문이다. 안길찬 기자 chan1218@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