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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코로나19 팬데믹, 우리에게 보내는 편지
  • 이지원
  • 승인 2021.10.08 12:19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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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학교 출판문화원 (엮음) 지음 | 고려대학교출판문화원 | 388쪽

모든 것은 순식간에 일어났다. 

 

지난 1년여의 코로나 팬데믹 시기 동안 대학 캠퍼스의 구성원들(학생, 졸업생, 직원, 교원)이 느끼고 경험한 바를 서로 공유하는 기회를 만들고자 지난 3~4월에 걸쳐 한 달 동안 원고 공모를 진행하였다. 응모된 원고들을 선별하여 마흔두 편의 이야기를 한 권의 책에 담았으며, 이를 통해 “코로나19로 인해 일상적인 삶과 관계가 단절되고 비대면 접촉이 일상화된 시간들 속에서 겪었을 생활의 단면”(5쪽)을 생생하게 나눌 수 있을 것이다.

거듭되는 대유행과 변이바이러스의 확산으로 비록 완전한 일상의 회복은 요원하지만, 이 책이 힘든 시기를 지나는 모든 이에게 위로가 되기를 바란다.

정말로 순식간이었다. 작년 3월 11일, 세계보건기구에서 코로나19에 대해 6단계 감염병 위험 수준인 ‘팬데믹’을 선언했고, 이후로 우리는 이전과 같지 않게 된 삶을 살아왔다. 우리 중 누군가는 “객체의 질서를 택하며 끝없는 나락으로 침전”(26쪽)했고, 한 유학생은 방학 때 고국으로 돌아가지 못해 “슬픔과 그리움이 더 이상 참을 수 없게 되어 확 북받치”(37쪽)기도 했다. “어느 날 느닷없이 헤어져 가족들을 만나지 못한”(204쪽) 일도 겪었다. “따뜻할 것만 같던 봄날의 그 주말은 우리에게만 따뜻하지 않았던”(272쪽), 현실이라기엔 너무나 가혹한 대비를 겪으며 소중한 가족을 떠나보낸 사연도 있다. 이 편지는 그렇게 달라진 삶을 거치며 생긴 이야기가 차곡히 담겨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또 말한다. 무채색으로 달라진 삶에서도 색조를 찾는 이들의 목소리가 있다. 매일 혼자 집 앞 산책로를 걷다가 “어제는 삭막했던 겨울의 나무였는데 오늘은 갑작스럽게 피어난 벚나무”(65쪽)를 발견하는 즐거움에 눈뜨고, “희망의 길을 자진해서 걸어보려는 사람”(98쪽)이 되자고 자신을 다잡기도 한다. 작년을 “그동안 외면해 왔던 노을 속으로 뛰어들 용기를 낼 수 있었던”(185쪽) 해로 기억할 수 있게 된 이도 있다. “코로나는 아마 사람들의 눈 속에 노란 꽃밭이 가득하다는 사실을 모르”는 것이라는 사색과 함께, “꽃의 군락은 희망과 함께 결코 몰락하지 않을 것”이며, “우리가 눈에 마스크를 쓰지 않는 한, 사람들은 서로를 향한 진심과 공감을 통해 타인에게 힘이 될 수 있”(268-269쪽)을 것이라 나직히 되뇌기도 한다. 절망 속에서 무력하게 있기보다는 삶을 살아낼 이정표를 묵묵히 찾아 나가던 이들의 목소리도 이 편지에는 넉넉히 담겼다.

한 사람마다 한 명분의 우주를 가진 존재라는 담론을 굳이 빌지 않더라도, 우리 각자가 다종多種·다감多感히 경험하고 생각한 전혀 새로운 삶과 새 시대의 지향점을 나누는 것이, 이미 충분히 지쳐있고 앞으로도 지칠 우리를 조금이나마 보듬을 수 있다면 큰 기쁨이겠다. 혹자의 정의대로라면 인간의 창작은 현실의 모순에 대한 집단적이고 무의식적인 반응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 모순투성이인 삶을 지금도 살아가고 있을 우리 모두에게, 이 갈무리된 편지 묶음을 보내며 수줍은 위로를 건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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