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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려대 최동호 명예교수, 제18회 제니마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고려대 최동호 명예교수, 제18회 제니마 문학상 수상자로 선정
  • 하영 기자
  • 승인 2021.10.05 13: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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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 출간한 영문 시선집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로 수상

 한국 문단의 중진 최동호 시인(고려대학교 국어국문학과 명예교수)이 2021년 출간한 영문 시선집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로 제18회 제니마 문학상(The Gjenima prize for literature) 수상자로 선정됐다.

▲제18회 제니마 문학상 시상식에서 제니마 문학상 위원회 잭 마리나이(Gjeke Marinaj, 왼쪽) 의장이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오른쪽)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제18회 제니마 문학상 시상식에서 제니마 문학상 위원회 잭 마리나이(Gjeke Marinaj, 왼쪽) 의장이 최동호 고려대 명예교수(오른쪽)에게 상장을 수여하고 있다.

 수상 시집 '제왕나비'에는 1976년부터 2019년까지 시력 50년에 가까운 성과를 집약시킨 51편의 시가 수록되어 있다. 이를 두고 심사위원회는 “우리에게 그 무엇과도 비교할 수 없는 마음과 영혼을 감동시키는 아름다움의 순간을 떠올리게 하며, 그 아름다움을 문화와 일상, 그리고 진실 그 자체와 분리하지 않고 포착하는 대가로서의 면모를 보여주었다.”고 평했다.
 
 제니마 문학상은 ‘인류를 위해 쓰여진 말의 장엄한 정신에 대한 감사의 표시’로 2004년부터 전 세계의 작가를 대상으로 수여하는 상으로서 올해 18회째를 맞이했다. 제니마 문학상 위원회에는 현재 잭 마리나이(Gjeke Marinaj) 시인과 마리 예(Dr. Mary Yeh) 박사가 의장을 맡고 있다. 활발한 국제문학 번역가이자 학자인 잭 마리나이는 알바니아계 미국 시인이자 작가이며 문학 평론가이다. 철학자이자 평론가로서 그는 평화와 긍정적인 사고를 고취시키고자 창안한 문학비평의 한 형식인 ‘프로토니즘 이론(Protonism Theory)’의 창시자이기도 하다. 
 
 시상식은 10월 5일(화) 오전 11시 고려대 본관에서 열렸다. 이날 행사에는 정진택 고려대 총장의 축사, 잭 마리나이 시인의 시상에 이어 정병호 고려대 문과대학장과 유성호 한양대 인문대학장이 시인 최동호 명예교수에 대해 소개하는 시간을 가졌다. 
 
 최동호 명예교수는 1966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에 입학 후 석사, 박사과정을 졸업했다. 경남대, 경희대를 거쳐 1988년 고려대 국어국문학과 교수로 부임했으며 대학에 재직하면서 60여명의 시인, 평론가와 30여명의 교수를 배출하여 학계와 문학계 발전에 크게 기여했다.
정년퇴임 후에도 한국 시단을 대표하는 문학단체인 한국시인협회장 및 (사)시사랑문화인협의회장 등을 역임하고 현재 호암재단 이사로 재임하고 있다. 대학 일선에서 물러나 시 창작에 전념하며 미국, 러시아, 몽골, 루마니아 등에서 번역 시집을 간행했으며 2019년 몰도바공화국에서 예술원명예회원으로 추대되면서 작가연맹문학상을 수상하여 국제적 명성을 얻었다. 2019년에는 대한민국예술원 문학분과 회원에 선출되어 문학적 활동을 더욱 심화, 확장하고 있다.

 최 명예교수는 지난 40년 비평가로도 왕성하게 활동하여 문명을 얻은 바 있지만 최근 시에 전념하며 시인으로 독자적 길을 개척하고 있다. 이미 2018년에는 러시아에서 시집 『병 속의 바다』가 출간되자 초판이 매진되는 커다란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최동호 명예교수는 한국현대시의 아버지라 불리는 정지용, 조지훈 시인으로부터 전해오는 한국 서정시의 정통성을 이어받아 단형의 짧은 시 극서정시 운동을 전개했다. 이는 한국문단에 광범위하게 유행하던 해체시 운동의 부정적 징후를 비판하고 이의 대안으로 제시된 것이다. 최동호 명예교수 시의 중심은 불교적 생명사상이며 그는 생의 근원에 대한 천착으로 이를 구체화시켜 유려한 서정시로 표현한 한국시단의 대표적인 시인 중의 한 사람으로 평가된다.

 영문시선집 '제왕나비'(Monarch Butterfly)는 대산재단의 후원으로 미국의 텍사스대학교 연계 출판부인 ”문두스 아르티움 출판사(Mundus Artium Press)“에서 2021년 7월 출간됐다. 
 미국 현지에서의 평가 역시 매우 고차적이고 우호적이었다. 미국 비평가 제임스 맨티스(James Manteith)는 이 시집의 영어판 서문에서 블라디미르 나보코프의 표현을 인용하여  “문학과 나비가 인간이 알고 있는 두 개의 가장 감미로운 열정이라면, 최동호는 열정적인 감미로움을 전파하고 이를 함께 나누는 자신만의 방법을 발견했다. 나비는 최동호 시인이 자신의 문학 스타일이자 소명이라 정의한, ‘극 서정시’의 추구를 구현한다. 그는 나비를 쫓는 것이 아니라—이 황홀한 생명체가 된다.”라며 최동호 시인의 시에 나타나는 생명의 황홀경에 먼저 주목했다. 이어서 그는 “이 시인의 요새는 나비들, 소금쟁이, 버림받은 돌고래, 법당, 그리고 절 그 자체를 이루는 나뭇잎이 하나의 왕국을 이루는 성채”라고 지적하며, “최동호에게 시는 플라톤이 말한 바, 철학자 왕들이 지배하는 권좌에 극 서정을 보완하여, 이 왕좌에 오르는 길잡이 역할을 한다.”고 평했다. “제왕나비는 저명한 문학 권위자의 영적 탐험을 보여준다. 최동호의 선구적인 ‘극 서정시’의 시각으로 볼 때, 나비의 자기 초월의 단계들은 빛을 찾아가는 인간과 자연의 전형을 보여준다.”고 평했다. 

 일간지 「데일리 프레스」(“Daily Press”)에 게재된 서평에는 “최동호는 ‘극서정시’라는 용어를 사용하여 그의 작품의 특징적 면모를 보여준다. 그의 시가 지닌 간명하고 환기적인 강렬성은 숙련된 정신적 집중으로부터 나오는 것으로, 이는 의도적으로 종래의 관습을 벗어난 새로운 인식의 길로 독자를 안내한다.”고 언급하면서 다른[기독교적] 신앙의 전통에도 울림을 주는 불교시인 최동호에게 자유와 조화는 자기 의지를 극복하는데 있다. 제왕나비에 수록된 「명검」은 이것을 잘 보여주는데, 그것은 ‘낡은 칼집 속의 검’과 같은 “생명력”을 휘두름으로써 “살생과 세상의 무질서를 중단시키는” 일에 본질적으로 헌신하게 한다.”고 말하고 있다. 궁극적으로 “이 중요한 시인의 시적 증거는 오늘날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에 대한 결정적인 질문을 던져준다.”고 결론짓고 있다. 이는 그의 시가 인간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를 천착하고 추구했으며 불교적 상상을 기반으로 독자적인 세계를 보여준다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집의 번역은 시인이며 영문학자인 협성대 명예교수인 김구슬 교수와 영화 「기생충」의 번역자인 달시 파켓이 담당했다. 이 번역 작업을 추진하기 위해 저자인 최동호 시인과 합동으로 넉 달에 걸쳐 매주 한 번씩 만나 초고를 비교 검토하고 부정확한 부분을 교정하는 과정을 통해 확정되었다. 시에 대한 번역자들의 이해가 깊어서 뛰어난 언어 감각으로 번역의 완성도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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