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4-04-20 13:15 (토)
왜 죽음을 얘기하는가
왜 죽음을 얘기하는가
  • 강성민 기자
  • 승인 2005.06.14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리뷰: 죽음학회 창립기념 학술대회

지난 4일 이화여대 포스코관에서 ‘죽음’에 대한 논의가 한창 이어졌다. ‘죽음학’을 일궈나가겠다는 한국죽음학회(회장 최준식 이화여대 교수)가 연 창립 기념 학술대회였다. 과연 죽음이라는 미지의 영역이 학문으로 정립될 수 있는 것일까.

정진홍 한림대 특임교수(종교학), 최준식 교수, 정재현 연세대 교수, 김성례 서강대 교수, 송위지 서울보건대 교수 등 종교학, 신학, 사회복지학, 보건학 관련 분야의 전문가들이 나름대로 죽음에 대한 생각들을 쏟아놓았다.

학회가 내놓은 가장 큰 질문은 죽음학이 왜 필요하고, 어떻게 이뤄질 수 있는가이다. 이에 대해선 정진홍 교수가 인상적으로 답변하고 있다.

“죽음은 산문의 논리에 자신을 싣지 못했다. 그 논리를 뒷받침할 실증을 확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 하지만 죽음은 불가피하고 우리는 그것을 접하고, 느끼고, 예상하고 상상한다. 그래서 죽음은 시적 상상력의 언어로 다듬어지곤 했다. 어쩌면 고백의 언어에 담길 수 있을 뿐이라든지, 그래야 한다고 주장할 수 있을 그러한 현상으로 죽음담론은 펼쳐졌다. 그러나 바로 그렇기 때문에 그러한 상상력의 언어에 의한 죽음진술은 금기를 깨뜨리는 듯하면서도 그 금기의 울 밖에 서 있는 그런 모습으로 죽음을 만나곤 했다.”

하지만 죽음을 시적으로 초월하는 것은 막상 ‘그’와 만나면 쉽지 않다. 인간에게 죽음은 생리현상일 수밖에 없고, 경제현상일 수밖에 없으며 정치적이고 사회적이며 이를 모두 포함한 문화현상일 수밖에 없다. 정 교수는 “죽음 문화 자체를 묻는 일, 정치·경제·과학적인 죽음담론의 개념과 논리, 그리고 그것이 담고 있는 규범적 가치에 대한” 탐구가 필요하다고 말을 잇는다.

정 교수는 죽음이라는 것이 ‘짐작된 것’일 수밖에 없는 것에서 비롯되는 것은 죽음학을 위해 근원적으로 요구되는 格率이라고 강조하며, “어쩌면 죽음은 애초에 인식의 객체가 아니라 해석의 객체인지도 모른다”라고 말한다. 죽음학이 해석학이 되어야 하는 이유인데, 죽음의 해석학은 모든 죽음담론의 기초를 제공할 수 있어야 한다는 말로 죽음학의 추구사항을 밝혀놓는다.

이에 비하면 한국인의 죽음관을 유교, 불교, 무교 등으로 나눠서 짚고 ‘근사체험’에 입각한 새로운 죽음관을 정립해야 한다는 주장을 펼친 최준식 교수는 뭔가 확고한 믿음이 있는 듯하다. 그에게 죽음은 “죽음 이후의 세계로 열린 사건”이다.

1981년 ‘근사학회’가 창립돼 사후세계 연구가 이뤄진 것을 토대로 그는 죽음 뒤의 세계가 존재하고 그것이 어떤 원리로 움직이고 있는 지를 파악한다면 죽음 이전의 삶이 한층 의미있으리라는 진단을 내린다.

근사체험을 한 이들에게 그것은 불안한 것이 아니라 ‘평온’한 것이었다는 최 교수의 진단은 분명 논쟁적이다. 모든 사람이 근사체험을 하는 것은 아니다. 극히 일부 사람들의 사례를 어떻게 일반화시킬 수 있을 지에 대한 설득작업이 기다리고 있는 셈이다.
 강성민 기자 smkang@kyosu.net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