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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계연 최초 여성과학자…연구부장 보직도 여성이 처음 맡아
기계연 최초 여성과학자…연구부장 보직도 여성이 처음 맡아
  • 김재호
  • 승인 2021.10.07 08:5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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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과학기술인 이야기_②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부장

한국여성과학기술인육성재단(WISET)은 더 나은 세상을 만들어 나가는 이 시대 여성과학인 소개 캠페인 ‘She Did it’을 펼치고 있다. <교수신문>은 여성과학기술인이 본인의 능력을 충분히 발휘하고 경력 성장을 하기 위한 다양한 이야기를 공동으로 소개한다. 여성과학기술인이 현장에서 겪고 있는 생생한 목소리가 교수사회에 전달되길 기대한다. 두 번째는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부장이다. 

기계공학 분야에는 여성과학기술인이 드물다. 한국기계연구원 최초의 여성과학기술인이 바로 임현의 연구부장이다. 그는 “그나마 나노분야는 학문의 특성상 기계연내에서 여성연구원의 비율이 높은 편이지만 15%가 못 된다. 하지만 지금은 기계공학분야 대학원에 여학생이 늘어나고 있어 곧 계속 증가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라고 말했다.  

임현의 한국기계연구원 연구부장은 여성과학기술인으로 첫 보직을 맡아 나노융합장비연구실을 총괄하고 있다. 사진=WISET

임현의 부장은 여성과학기술인의 앞길을 가로막는 가장 큰 장애요소로 출산과 육아를 꼽았다. “일과 가정 양립 때문에 고민하는 후배들이 많은데, 기회가 왔을 때 그 기회를 잘 잡는 게 중요하다고 꼭 이야기 해주고 싶다. 어떤 쪽이든 본인의 선택이지만 조금만 넓게, 길게 생각한다면 후회하지 않을 선택을 할 수 있을 것이다.” 인생에도 ‘총량의 법칙’이 적용되기 때문에 선택의 갈림길에서 ‘나’로 우뚝 서기 위해 자신이 진심으로 원하는 쪽을 선택하는 것이 결국 후회를 남기지 않는 지혜가 될 것이라는 선험자로서의 조언이다. 

한국기계연구원 나노융합장비연구부장이 임현의 부장의 공식 직함이다. 나노공정장비연구실과 나노역학장비연구실, 인쇄전자연구실, 자연모사응용연구실이 모두 그의 책임 아래 있다. 한국기계연구원의 이런 보직도 여성연구원으로서는 최초다. “모든 것들이 사용할 수 있게 되려면 기계나 장비를 통해서 만들어져야 한다. 기계기술은 모든 분야의 기반기술이기 때문에 소재·부품·장비와 기후변화대응(탄소중립) 관련 연구도 함께 진행 중이다.”

임현의 부장은 감성과 이성의 균형과 조화를 추구하는 과정에서 이성에 좀 더 방향성을 두었다. “어릴 적 헤르만헤세의 『지와 사랑』을 읽고 감성(골드문트)과 이성(나르치스)적인 삶에 대한 고민을 많이 했다. 나는 어떤 사람이며 어떤 인생을 살고 싶은가? 결국은 조화와 균형을 추구해야겠지만 이성적인 삶이 조금 더 나와 맞겠다는 생각을 했던 기억이 있다.” 그런 고민 끝에 임현의 부장은 ‘딱 맞아 떨어지는’ 수학과 과학을 더 좋아하게 되었고, 그 이후의 진로도 자연스럽게 그쪽으로 결정되었다고 한다. 

감성보단 수학·과학의 이성적 사고 좋아해

청소년기부터의 이러한 주체적인 사고는 임현의 부장의 오늘을 만든 원동력이다. 그는 “인생에는 터닝 포인트가 되는 기회가 있는데, 그때마다의 결정이 지금의 나를 만들었다”라고 이야기한다. 주기율표가 좋아서 화학과를 선택했고, 드러나지 않지만 강력한 표면의 힘에 매력을 느껴 표면화학으로 학위를 받았다. UC버클리에서 포닥 과정을 밟으며 기계공학을 접하게 되었는데, 당시 지도교수가 기계와 공학의 듀얼 융합연구를 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여기서 표면이 중요한 나노기술 연구를 접하게 된 것은 인생의 또 다른 터닝 포인트였다.

나노자연모사라는 생소한 분야에 뛰어들게 된 것도 미국에서의 경험이 토대가 되었다. “자연모사는 생체모방이라고 더 많이 알려져 있다. 2005년 기계연에서 차세대 먹거리를 위해 ‘미래기술연구’를 시작했는데, 그때 자연을 보고 배우면 공학적 난제 해결에 도움이 많을 거라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생체모방은 살아있는 생물만을 보고 배우는 것이기에 그보다 범위를 넓혀 자연으로 확대하면 더 많은 것들을 보고 배울 수 있겠다는 판단에서 ‘자연모사’라는 새로운 용어가 나왔다. 

고도로 최적화돼 있는 자연을 과학적으로 벤치마킹하여 산업과 일상생활에 적용하려는 자연모사공학에 대한 관심은 선진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있어 왔다. 독일의 경우는 그 역사가 300년을 넘어섰다고 한다. 임현의 부장의 연구 욕구를 부추기는 자극제이다. “나노자연모사는 자연에 있는 나노기술을 이해하고 이를 공학적으로 응용하여 우리 삶을 좀 더 윤택하고 편하면서도 지속가능하게 만들고자하는 기술이다. 연잎, 나방눈, 이끼, 딱정벌레 등의 지혜를 배워 나노공정으로 신기한 기능성 표면을 만들고 있다.”

임현의 부장이 도전 중인 제품들은 다양하다. 초발수 기능을 가진 연잎 구조를 응용해 비가 오면 저절로 청소되는 유리창, 나방 눈을 응용해 빛 흡수가 뛰어나고 반사가 거의 없는 렌즈, 대기 중의 수분을 응축시켜 물을 만드는 사막 딱정벌레를 응용한 물 수집기, 사람의 피부를 모사한 촉각센서 집합체 등을 자기조립기술과 3D 프린팅 기술을 이용하여 만드는 중이다. 여기에는 에너지와 자원을 덜 소비함으로써 친환경적이라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다.

 

자연계의 고도 나노기술을 벤치마킹하다

발전을 위한 발전만이 아닌 우리의 지속가능한 삶을 위한 발전을 추구해야 한다는 것이 임현의 부장의 생각이다. 자연의 기능을 완벽하게 재현하는 것은 쉽지 않을 것이다. 하지만 자연을 소모하는 것이 아니라 함께하고자 하는 임현의 부장의 과학적 호기심과 또 다른 최초에의 도전은 지속가능한 미래를 위해 오늘도 현재진행형으로 이어지고 있다. 

임현의 부장은 1세대 나노자연모사기술 연구자로서의 지식과 자연공존 철학을 후배들에게 전수하는 노력도 게을리 하지 않는다. 자연모사공학은 미래 유망 과학기술 분야지만, 우리나라에는 아직 전문적인 연구·교육 기관이 많지 않다. 걸음마 단계를 뛰어넘으려면 우수 인재를 기르기 위한 시스템 구축이 시급하다. 2011년부터 UST 나노메카트로닉스공학과 교수로 활동 중인 임현의 부장은 후학 양성에도 열정을 쏟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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