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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에 모든 권한 맡겨야 경쟁력 는다”
“대학에 모든 권한 맡겨야 경쟁력 는다”
  • 김봉억 기자
  • 승인 2005.06.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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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정창영 연세대 총장

올해 개교 1백20주년을 맞은 연세대. 지난달 14일 개교기념식에서 ‘연세비전2020’을 발표하고 한국학, 의생명분야, 천문우주분야 등 5개 분야는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진입한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정창영 연세대 총장은 “대학이 더욱 발전하기 위해서는 국민들의 전폭적인 신뢰와 격려가 필요하다”며 “기회가 날때마다 폄하되는 대학수준을 바로 알리려고 노력한다”고 말했다. 정 총장은 특히 “대학에 모든 권한을 맡겨야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대담 : 이영수 발행인(경기대) ●일시 : 2005년 5월 30일 오전 10시 50분 ●장소 : 연세대 총장실 ●기록·정리 : 김봉억 기자 ●사진 : 이민선 기자

“스위스 IMD 대학평가 통계는 형평성 잃어…
여건 미비해도 도약하고 있는 대학 현실 바로 알아야…
미시간대나 UC버클리처럼 학부가 강하게 뒷받침되는 연구중심대학 지향…
앞으로 ‘의생명분야’연구 중요해질 것”

▲정창영 연세대 총장 © 이민선 기자
△개교 1백20주년을 맞아 최근 ‘연세비전2020’을 발표했다.
“지금 SCI논문수를 따져 이공계열의 경쟁력을 살펴보면 세계 1백32위인데 5년후 2010년에는 세계 50위안에 들 수 있을 것으로 믿고 있다. 한국학, 천문우주분야, 이동통신분야, 의생명분야, 의공학분야 등 5개분야는 2010년까지 세계 10위권에 들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다. 무엇보다 의생명분야에 대한 기대가 크다. 본교에 의생명분야 연구자들이 참 많은데 세계수준의 임상병원이 바로 옆에 있어 ‘바이오 메디컬’분야의 전망이 밝다. 특히 전 세계적으로 건강산업이 3조3천억달러에 달한다. 지금은 IT분야가 제일 중요한 산업분야로 여겨지고 있지만 앞으로 국가적으로도 의생명분야의 연구가 굉장히 중요해질 것이다.”

△학교가 추구하는 목표에 대해 교수를 비롯한 구성원들의 의지, 참여도는 어느정도 된다고 보나.
“전임교수만 1천6백명인데, 연세대가 갖고 있는 여러 장점 가운데서도 최대 강점은 ‘사람’이다. 교수들은 여건이 미비한 가운데서도 네이처나 사이언스 등 유력 학술지에 출판이 계속 이어지고 있다. 기독교 대학이라 그런지 학교 구성원들의 헌신도, 자기일에 대한 열정, 소명감이 뛰어나다. 이런게 연대발전의 진정한 원천이라고 굳게 믿고 있다. 이런면에서는 연대가 구성원들의 뜻을 모으기가 수월한 대학이 아닌가 싶다”

△대학과 교수에 대한 신뢰가 높지 않은 것 같다.
“대학들이 지금 연구를 하느니, 안하느니 지적을 많이 하고, 세계 100대 대학에 드는 대학이 없다고도 한다. 최근에 교육부총리를 만나서도 말씀드렸지만 평가기준에 노벨상 받은 수까지 포함하면 그럴지도 모르지만 서울대도 내가 보기에 SCI논문수로 보면 세계 30위 안에 들고, 서울대 중에서도 몇몇 학과는 세계 10위권에 드는 학과도 있다.

대학의 현실을 교육부가 앞장서서 바로 알려줄 필요가 있다. 대학이 지난 10여년 동안 얼마나 발전했는지 제대로 알려야 된다. 지난해 스위스 IMD가 조사대상 전체 60개국 가운데 한국대학의 경쟁력이 59위라고 밝혔다. 기업체를 인터뷰해서 얻은 잘못된 통계를 갖고 신문마다 인용하고 많이 알려졌다.

 만일 우리나라 대학의 경쟁력이 정말 이런 수준이라면 오늘날의 한국이 어떻게 가능했겠느냐. 이렇게 대학을 폄하하면 안된다. 세계 100위에 드는 대학이 하나도 없다는 것은 말이 안된다. 포항공대나 카이스트를 보면 얼마나 잘합니까. 이 대학들은 세계 20~30위에 드는 대학이다.

대학이 얼마나 미비한 여건에서도 잘하고 있는지, 국민들로부터 신뢰를 받을 수 있도록 교육부도 노력해야 한다. 국민들이 전폭적으로 신뢰하고 격려하는 분위기가 우리나라에서는 꼭 필요하다”

▲ © 이민선 기자
△연세대는 재정기반이 튼튼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제 생각에도 연세대의 재정기반이 참 안정돼 있다. 또 재단이 살림을 굉장히 건실히 해왔다. 예를 들면, 최근에 완공된 새 병원은 어마어마한 공사규모였는데 외부 차입이 한푼도 없다. 제 생각에는 국내에서 이렇게 할 수 있는 기관은 아마 없을 것이다. 다른 대학에 비해 상대적으로 안정적인 재정기반을 갖추고 있지만 세계적인 수준으로 가기 위해 필요한 재원규모에 비하면 아직도 많이 부족하다. 사립대학이 거의 다 재정이 취약한데 지금보다 훨씬 건실해져야 국제경쟁력을 키울 수 있다.”

△이런 튼튼한 재정기반에서 학부 학생들의 교육을 위해 얼마나 쓰고 있나.
“지난 2~3년동안 학부대학에서 1학년을 대상으로 한 ‘2배이상 공부시키기’ 프로그램에 온 정성을 기울이고 있다. 심화반을 만들고, 분반수를 더 늘리고, 명저 읽기 과목을 개설해 왔는데 이런게 다 재정부담을 수반하게 된다. 연세대에 들어오면 4년동안 제대로 공부하고 세계무대 어떤 분야에 진출해도 선진국 학생들보다 미흡하지 않은 손색이 없는 연세인을 키우겠다는 것이 학교의 강한 의지다. 올해는 처음으로 연세 예비대학도 개설했다. 대학 4년의 성패는 1학년때 결정되고, 1학년의 성패는 처음 몇주에 의해 전체 대학생활이 지배를 받는다. 그래서 처음 몇주를 잘 관리하기 위해 모든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대학경쟁력은 어디서 비롯된다고 보십니까.
“21세기 디지털 정보화시대는 지금까지 우리끼리 오손 도손 살아 온 아날로그 시대의 생각과 가치관으로는 더 이상 살아갈 수 없는 시대이다. 세계적인 경쟁의 파고가 더 이상 우리의 설 자리를 남겨 놓지 않기 때문이다. 세계 대학과의 경쟁속에서 수월성을 확보하지 못하면 더 이상 대학으로서의 존립 가치가 없는 시대가 바로 오늘 우리대학이 처한 현주소다. 통계수치를 들지 않더라도 하바드나 스탠포드와 같은 대학들의 기금은 우리의 상상을 초월하는 천문학적인 숫자이다. 이들 대학의 교육과 연구의 수월성은 바로 여기서 나온다.

현실적인 여러가지 제약이 있지만 우리도 앞으로 이들 대학과의 경쟁에서 뒤지지 않기 위해 교육재원 확보에 최선의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우선은 재단의 든든한 후원이 가장 큰 힘이 된다. 학부모 및 동문과 기업 나아가 사회 각계각층에서 연세대에 대한 기대와 관심이 크다. 저는 이러한 연세사랑의 힘을 한데 묶는 일에 최선을 다하고 있다. 

대학의 경쟁력은 수월성에서 판가름 난다. 평등주의로는 수월성을 확보할 수 없다. 우리대학은 두 가지 목표를 가지고 있다. 적어도 2010년까지 과학, 공학 및 의학계통의 국제적인 평가 기준인 SCI는 세계 50위권 안에 드는 것이다. 나아가 글로벌 5-5-10을 목표로 5년 내 5개 분야는 세계 10위권 수준으로 올려놓는 것이다. 실제 이미 몇몇 분야는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는 것으로 평가하고 있다."

△‘3불정책’에 대한 의견은.
“3불정책이라는 용어 자체가 거부감으로 다가온다. 교육부가 대학에 이래라 저래라 해가지고는 세계적인 경쟁력을 확보할 수 없다. 대학교육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 집단은 바로 대학자신이다. 교육부는 획일적으로 모든 대학을 규제하고 통제하려는 생각을 버리고 대학의 설립이념과 교육목표의 다양성을 인정해 대학에 모든 권한을 맡겨야 한다.

이것이 국가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는 한발 앞선 자율화라고 볼 수 있다. 본고사를 보려는 대학은 보게 하고 수능에 비중을 두거나 또 다른 다양한 전형을 실시하려는 대학은 대학인의 이성과 양심에 맡겨야 한다. 우리나라는 입시가 대학에 관한 관심사의 전부인 것 같다. 입시는 대학에서 하는 기능의 작은 일부분에 불과하다. 언론과 정부에서 대학에 대해 실제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교육시스템과 연구의 수월성이다.

고교등급제라고 하는 것도 현존하는 차이에 대한 인식차원에서 접근하는 것이 필요하지요. 대학은 학생 개개인에 관심이 있다. 집단적 개념인 고교등급제라는 자극적이고 획일적인 용어는 정부 스스로 사용하지 않는 것이 바람직하다.

우리나라는 입시가 대학에 관한 관심사의 전부인 것 같다. 입시는 대학에서 하는 기능의 작은 부분에 불과하다. 언론과 정부에서 대학에 대해 실제로 관심을 가져야 할 일은 교육의 내실과 연구의 수월성입니다.”

△학생정원 감축에 대한 요구가 많은데 연세대의 구조개혁방향은.
“구조조정도 자율기능에 맡겨 놓는 것이 가장 좋은 방법이다. 사실 오늘날 우리대학이 안고 있는 공급과잉의 상당한 부분은 정부의 책임이 크다고 볼 수 있다. 벤치마킹에 있어서도 우리나라 대학은 하버드나 스탠포드대 같은 고비용 모델이 아니라 우리나라 경제발전단계에 알맞은 미시간이나 UC버클리와 같은 대학처럼 비교적 저비용으로 실현할 수 있는 세계적인 수준의 연구중심대학 모델이다.”

▲ © 이민선 기자
△ 신입생을 모집할 때 선호하는 학생상이 있나.
“신입생 구성을 봤을때 공부만 잘하는 학생들로 구성되는 것을 원치 않는다. 다양성이 생명이다. 여러 배경을 가진 다양한 학생들이 서로 어울려 배우기를 바란다. 50%는 학문후속세대나 연구기관 같은 곳에서 연구활동을 할 사람은 세계적으로 어디에 내놔도 조금도 손색이 없는 학생을 뽑지만 30%는 과학, 수학, 컴퓨터 등 특수한 재능을 가진 학생들이다. 20%는 형평성을 고려해 소외계층을 배려한다든가, 지역적으로 낙후된 지역의 학생들을 선발한다.

1990년대 중반에 소외계층에 대해 배려를 처음 시작한게 연세대다. 대학의 창학정신을 구현하는 차원에서 봤을때 입학정책도 한 구현방법이 된다. 내년부터 ‘연세 한마음 입학전형’으로 1백20명을 뽑는다. 학업성적은 우수하지만 경제적으로 가난한 학생들에게 학교가 전액 장학금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다.”

△어떤 교육관을 갖고 있나.
“제가 늘 연대 졸업생들은 다른 대학 졸업생들과 달라야 한다고 얘기한다. 엘리트 교육기관이지만, ‘우리는 국민위에 군림하는 엘리트를 교육해서는 안된다’고 늘 강조한다. 너무 자기 자신만을 위해 공부 잘하는 학생들 보다는 국민을 정말 하늘처럼 섬기고, 떠받드는 엘리트를 길러내야 나라에 도움이 되고, 통일 선진한국을 이끌수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이런 교육을 위해 애를 많이 쓴다.”

△총장선출제도에 대한 의견은.
“모든 대학이 다 똑같은 방법으로 대학총장을 선출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 대학구성원의 의견과 자율성을 존중하는 시스템을 마련하도록 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대학을 정부의 종속적인 틀안에 가두려는 어떠한 시도도 바람직하지 못하다. 다만 각 대학의 현실에 맞게 직선제를 할 수도 있고, 간선제를 할 수는 있으나 본질적인 문제는 대학구성원의 역량을 최대한 통합해서 대학발전에 기여할 수 있는 틀을 짜나가는 것이 필요하다.”

△지난 2002년 연세대가 처음 ‘비정년트랙’전임교원제도를 도입했다. 어떻게 평가하고 있나.
“아무리 좋은 제도라도 장점과 단점의 양면성을 지니고 있다. 문제는 제도를 본래의 취제에 맞게 잘 활용해야 한다. 일부에서는 단순한 교수학생비율 조정차원에서 활용하는 사례도 있는 것 같다. 원래 이 제도는 사회 각 분야의 실무적 전문성을 대학 내에 가장 유연성 있게 접목하여 대학교육의 실용성을 높이기 위해 채택한 제도다. 우리대학은 본교에 18명 내외로 정예화 해 운용하고 있다. 실제로 학생들에게서 매우 좋은 평가를 받고 있어 유용한 제도라고 생각한다.”

[약력소개] 1943년 生. 연세대 경제학과 졸업, 미국 남캘리포니아대 경제학 박사. 1971년~현재 연세대 경제학과 교수. 한국개발연구원 초청연구원, 연세대 경영대학원 교학과장․재무처장․기획실장․행정대외부총장, 한국산업은행 비상근이사, 한국국제경제학회장, 한국경제학회장. 현재 농업협동조합중앙회 이사, 코리아 오토포럼 회장을 맡고 있음. 저서로 ‘정교수의 경제교실’(1993), ‘IMF 고통인가 축복인가’(1998), ‘경제학원론’(2003) 외 다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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