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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생들이 웹캠을 켜지 않는다면
학생들이 웹캠을 켜지 않는다면
  • 윤정민
  • 승인 2021.09.23 09: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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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기로운 비대면 수업
'온라인 팀 학습'에 도전한 박수정 충남대 교수
팀 규칙 스스로 정하기와 충실한 사전학습이 핵심

 

“수업 시간이 너무 즐거웠고 머리에 많이 남는 수업이었다.”, “새로운 수업 방식이 신선했다.”, “학생 스스로 공부하게 만드는 능동적인 학습이었다.”

박수정 충남대 교수(교육학과)의 강의 수강생들이 남긴 강의 평가 내용이다. 대학과 교수가 온라인 강의의 단점을 보완하기 위해 애쓰는 지금, 학생들로부터 꾸준히 호평받는 교육학자 박 교수의 비결이 궁금하다.

박 교수는 최근 펴낸 『온라인 수업에서 팀 학습 어떻게 할까』에서 상호작용과 협력 중심의 수업인 ‘팀 학습’이 해법이라고 말했다. 저서에는 그가 팀 학습과 관련한 교수법을 연구하며 발굴한, 그만의 노하우가 담겨있다. 예를 들어 △수업 참여자 간의 상호 신뢰관계 형성 △플립 러닝(역진행 수업) 등을 활용한 팀 학습 설계 △사전학습 활용법 등이 있다.

보통 대학생들은 '팀플', 즉 팀 활동에 부정적이다. 모든 팀원이 역할을 골고루 맡지 않거나, 무임승차자도 발생하기 때문이다. 또, 본인이 상대적으로 많이 노력했으나 저조한 평가를 받을까 우려한다. 학생들의 이러한 불만은 강의 평가로 이어지니, 저항이 두려운 교수는 팀 학습을 진행하고 싶어도 일반적인 설명형 강의법, 즉 '직접교수법'을 택하는 경우가 많다.

박 교수는 교수자가 저항이 두렵다고 팀 학습을 주저해선 안 되며, 교수와 학생 모두 팀 학습의 트라우마를 벗어나야 한다고 조언했다. 역할 분배 등 팀 학습 운영과 적절한 팀 과제, 명확한 평가 방법을 안내해야 한다는 것이다.

 

교수자가 팀 학습의 장점을 분명히 제시해야

박 교수는 지난 14일 <교수신문>과 서면 인터뷰에서 “강의 초반에 ‘팀 학습이 왜 필요한지’ 열심히 설명하고 설득하고 있다”며, 팀 구성 후 30분에서 1시간 동안 팀별로 ‘팀 빌딩(team-building)’ 시간을 가져 상호 신뢰관계를 만들 것을 추천했다. 팀 빌딩은 예를 들어, 자기소개, 팀 이름, 팀 구호, 팀 규칙 정하기 등을 말한다.

그는 팀 빌딩 단계 중에 '팀원이 지켜야 할 팀 규칙을 스스로 정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교수자는 이때, 팀 활동이 어떻게 진행되고, 팀 활동 결과물은 무엇인지 설명해야 학생들이 적합한 팀 규칙을 제안하고 합의할 수 있다. 예를 들어, 토의형 수업이면 학생들은 ‘서로 의견 존중하기’, ‘리액션 잘해주기’ 등 수업 태도, 참여에 관한 규칙을 정하게 될 것이다. 이를 통해 학생들은 서로 지켜야 할 것들을 확인하고 계속 주의하게 된다. 한편, 박 교수는 함께 정한 팀 규칙을 팀 활동 중반 정도에 함께 성찰하는 시간을 가지는 것도 좋은 방법이라고 말했다.

 

학생이 설명을 듣기만 한다면, 왜 얼굴을 보여줘야 할까 

비대면 실시간 수업에서 학생들이 웹캠 켜는 것에도 교수의 적극적인 설득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그는 “의외로 많은 교수자가 실시간 화상 수업에서 ‘학생들이 화면을 켜지 않는다’고 어려움을 토로한다”며, “몇 번 말해도 켜지 않고, 이런저런 이유로 켜고 싶지 않다고들 하니 (교수들은) 그냥 둔다. 실시간 온라인 수업도 엄연히 ‘수업’이다. ‘준비’하고 수업에 참여하는 것도 가르쳐야 한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수업 규칙에서 학생의 '화면 On'을 의무로 하고 있다. 쌍방향의 실시간 수업이 되기 위한 최소한의 규칙이기 때문이다. 또, 그는 “교수자의 ‘일방적 강의(직접교수법)’ 시간에는 (학생이) 굳이 화면을 켤 필요가 없다. 사실 ‘장시간의 설명’은 동영상 자료 제공 방식이 더 낫다”라며, “학생들이 불만을 느끼는 지점은 ‘교수자의 설명을 듣기만 하는데 왜 얼굴을 보여주어야 하나?’다. 교수자가 서로의 얼굴을 볼 필요가 있는 수업을 진행한다면, 학생들은 화면을 켜는데 불만을 갖지 않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박 교수는 팀 학습이 진행되려면 본인 강의에 적합한 팀 학습 모형을 설계해야 한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박 교수가 진행한 플립 러닝은 교재를 예습하고, 실시간 수업에서 심화학습을 하는 방식이다. 사실 사전학습을 해오는 학생은 많지 않다. 예습하지 않아도 교수가 수업 시간에 모두 설명하거나, 예습 여부를 확인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래서 박 교수는 다양한 사전학습 강화안을 제시했다. 예를 들어, 사전학습한 내용을 요약해 제출하거나, 공부하면서 배운 점 말하기 또는 질문을 하도록 한다. 또, 수업 중 진행할 토의 내용을 사전학습과 연관 지어 설계하거나 기말시험 때 자율 요약한 것을 가져와 참고할 수 있도록 하는 방법도 있다.

박수정 충남대 교수는 서울대 역사교육과를 졸업하고, 같은 대학 대학원 교육학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다. 팀 학습은 수업과 조직 개발의 방법 차원에서 연구하고 있으며, 교사 전문성 개발, 학교 변화, 교육 거버넌스가 주된 연구 분야다. 2015년 충남대학교 우수교육자상을 수상하였고, 2021년 한국연구재단의 인문사회 우수학자지원사업에 선정되었다. 사진=박수정

 

박 교수는 많은 학생이 자신의 교수법에 잘 따르는 모습에 뿌듯함을 느낀다고 말했다. 그는 “‘강의 방식과 수업 규칙을 들었을 때 첫 느낌은 대학생으로서 하기 싫은 모든 것의 총집합이었다’는 한 학생의 솔직한 수업 소감문을 보고 웃음이 났다”라며, “이 학생은 필수 과목이 아니었으면 수강 철회했을지도 모른다. 다행히도 ‘강의를 마치면서 이 모든 것을 해냈고, 괜찮은 팀 활동을 경험했다는 점에서 뿌듯함을 느낀다’는 반응에 힘이 났다”고 말했다.

박 교수는 그가 경험한 ‘온라인 수업에서의 팀 학습 도전기’를 담은 이 책이 더 좋은 대학 수업을 고민하고 노력하는 교수들에게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었으면 한다고 말했다. 그는 “등교수업을 본격적으로 시도하고 있는 초·중등학교에 비해, 대학 강의실은 오랫동안 비어 있다”라며, “기왕 해야 하는 원격교육이라면 슬기로운 비대면 수업이 이루어져야 한다”고 조언했다. 특히 "이 책에서 수업 규칙, 팀 빌딩, 팀 과제, 팀 평가 부분을 읽어보면 지금 바로 수업에 적용하는 구체적인 팁을 얻고 활용할 수 있을 것이다"라고 말했다.

윤정민 기자 lucas@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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