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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제처·교육부, 로스쿨 案 반대해
법제처·교육부, 로스쿨 案 반대해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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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입수 • 사개추위 실무위원회 회의 문건

법제처와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가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의 로스쿨안에 대해 사전에 법리적 문제를 제기했는데도 불구하고, 하나도 반영되지 않은 것으로 드러났다.

교수신문이 단독 입수한 사개추위 기획추진단 자료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제4차 실무위원회 경과’에 따르면, 법제처는 지난 9일 의견서 ‘법학전문대학원 설치·운영에 관한 법률안 쟁점 검토’를 제출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국무회의에 상정되는 모든 법령안을 심사·조정하는 법제처마저도 사개추위의 로스쿨 법안에 문제점을 지적했는데도 전혀 수용되지 않았다는 점.

이에 따라 로스쿨 법안은 법제처의 국무회의 상정에서부터 정부안 확정에 이르기까지 정부 부처내에서의 논란이 불가피해질 것으로 보인다.

□ 법제처 “인가기준 추상적·다의적” = 법제처에 따르면, 이번 사개추위 안은 △설치인가 기준 및 총 입학정원 △총입학정원의 협의절차 △교원 △법학전문대학원 평가결과 제재조치의 건의 △시정명령. 제재조치 등에서 상당한 법리상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 법제처에 따르면, 이번 사개추위 안은 △설치인가 기준 및 총 입학정원 △총입학정원의 협의절차 △교원 △법학전문대학원 평가결과 제재조치의 건의 △시정명령. 제재조치 등에서 상당한 법리상 문제를 포함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가령, 법제처는 인가 기준을 명시한 제6조 “설치기준의 충족 여부 및 제2조의 취지를 고려해 인가할 수 있다”라는 조항이 지나치게 추상적이고 다의적인 개념을 사용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제2조가 “자유·평등·정의를 지향하는 가치관을 바탕으로 … 전문적·효율적으로 해결할 수 있는 지식과 능력을 갖춘 법조인을 양성함을 목적으로 한다”라는 내용으로 구성돼, 인가기준이 되기에는 전혀 명확치 않다는 것.

법제처는 “교육이념이라는 추상적 기준을 들어 얼마든지 인가를 거부할 수 있게 될 것이므로 인가 관청은 재량권을 자의적으로 행사할 가능성이 클 것”이라며 “재량권 행사를 투명하게 하려는 정부의 방침에 어긋난다”라고 피력했다.

□ 총정원 협의 대상 ‘부적절’ 지적 = 총정원의 협의절차를 담은 제7조에 대해서는 의대·한의대의 정원을 결정하는 입법례를 들며 사개추위 로스쿨 법안에 난색을 표했다.

법제처는 “대한변호사협회장 및 한국법학교수회는 행정기관이 아닌 이해관계단체이므로 행정기관과의 관계에서 적용되는 ‘협의’라는 개념이 적용되기 어렵다”라고 지적했다. 법리적으로 교육부 장관이 대한변호사협회장 등과 협의하는 것이 부적절하다는 지적이었다. 또 법제처는 “교육부와 이해당사자간의 협의가 성립되지 않을 경우에 교육부 장관이 정책 결정을 하기 곤란하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평가위원회가 필요하다고 인정하는 경우 교육부 장관에게 시정명령, 정원감축 또는 인가취소 등의 제재조치를 행할 것을 건의할 수 있다는 내용의 제35조도 문제 삼았다. 법령위반을 하지 않더라도 시정명령 등을 건의할 수 있게 하는 등 평가위원회에 지나친 권한을 부여했기 때문. 법제처는 “평가 기준 등이 객관화되어 있지 않아 다툼의 소지가 많다”라면서 “교육부 장관이 평가위원회의 건의를 바탕으로 시정 명령 등의 제재조치를 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라고 밝혔다. 

□ 교육부, “정원은 법무부장관과 협의해야” = 한편, 교육부도 지난 9일 실무위원회에 문서 ‘법학전문대학원 제도 도입방안 의견 제출’을 통해 입장을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문제는 법제처 의견과 마찬가지로 사실상 의결 과정에서 무시됐다는 점.

교육부는 의견서를 통해 “입학정원에 대해 법원행정처장, 변협회장, 법학교수회장과 함께 법률 수요자인 시민단체 등으로부터 의견청취가 필요하겠지만, 협의는 법무부 장관과 해야 한다”라고 밝혔다. 또 법학교육위원회 구성과 관련 “법률 서비스의 직접적인 수요자인 경제계, 시민단체 의견을 보다 적극적으로 반영하기 위해 일반시민 대표를 4명 이상으로 보강하는 게 필요하다”라는 의견을 제시했다.

평가기구 설치에 대해서는 “사회로부터 권위와 신뢰를 인정받으려면 평가의 전문성과 함께 중립성·공정성 확보가 관건”이라면서 “독립된 민간 전문평가기관으로부터 인증을 받은 평가기구 운용이 타당하다”라고 주장했다.

결국 사개추위의 로스쿨 법안은 정부입법계획을 총괄·조정하는 법제처와 주무부처인 교육부의 반대 의견에도 불구하고 9일 실무위원회와 16일 본위원회를 통과한 것이다. 밀어붙이기식으로 의결이 진행되지 않고서는 일어나기 힘든 일.

형사소송법의 경우 검찰의 의견을 수렴해 개정안 확정을 7월로 연기했던 것을 비춰보더라도, 이번 로스쿨안 의결은 의견수렴 미비, 법리적 오류 등 논쟁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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