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폼나지 않는 잡일이 중요한 업무로 변하려면
폼나지 않는 잡일이 중요한 업무로 변하려면
  • 유무수
  • 승인 2021.10.01 09:31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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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 『오늘의 백일몽 내일은 일상이 되다』 김기호 지음 | 한스컨텐츠 | 456쪽

늘 배우려고 하는 겸허함이 성장의 토대
허드렛일 하면서 조직 배우고 발전 가능

김기호 저자는 전자공학자이며 성균관대 정보통신대학에서 ‘기술혁신과 사업경영’을 강의하고 있다. 그는 삼성전자연구소의 연구개발과 에스프린팅솔루션의 CEO 경험을 바탕으로 혁신적인 제품의 연구개발과 성공을 이루어가는 경영의 노하우를 이 책에 담았다. 책의 부제는 ‘혁신을 위한 연구개발 지침서’이다.   

연구개발은 시대의 흐름과 변화에 대한 통찰에서 시작한다. 제3의 물결인 ICT(정보통신기술) 혁명 이후 관련 제품의 ‘초기출시-성능만족-시장성숙-지배적 디자인의 등장에 따라 시장에서 위축, 퇴출’의 주기는 더욱 빨라졌다. 그래서 저자의 표현에 의하면 시대의 빠른 변화를 주시하고 활용하고 버리는 방법을 모색하는 ‘효시낭고(梟示狼顧, 부엉이처럼 눈 크게 뜨고, 이리처럼 자주 되돌아보다)’가 요청된다. 

사업은 가성비 있는 고객 가치를 만들어 고객이 가격을 지불할 수 있게 해야 한다. 제공하고자 하는 기술, 제품, 솔루션에 부가 가치가 있는가? 그 가치에 희소성이 있어서 독점할 수 있는가? 유사한 역량을 보유한 후발 기업이 모방하기 어려운가? 관련된 전문 인력으로 조직을 구축하여 운영할 수 있는가? 여기에 긍정적인 답을 할 수 있을 때 비전이 있다.

연구개발은 ‘SMART’해야 한다. 첫째, 달성하기 쉽거나 구체적이지 않은 목표는 오류다. 오직 최고·최초가 되겠다는 목표를 구체적으로(Specific) 세우고 도전해야 한다. 둘째, 각 구체적인 목표의 성과를 평가할 수 있는 계량기준을 설정해야 한다(Measurable). 셋째, 경쟁전략을 바탕으로 목표와 과제의 올바름, 중간결과 등을 효시낭고하며 변화에 민첩하게 대응해야 한다. 외부적인 환경에 대해서는 기회와 위협을 재빨리 파악하여 효과적인 SWOT전략을 수립해야 한다(Adaptive). 넷째, 팀 구성원의 역할과 책임(Role and Responsibility), 팀장의 총괄책임(Accountability), 누구로부터 의견을 들을 것인가(Consulted)와 업무의 진행 현황을 누구에게 알릴 것인가(Informed)를 차트로 명백히 정리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미래전략을 담은 로드맵도 필수이다. 시장에서 원하고 고객이 원하는 시기에 기술과 솔루션을 공급해야 한다(Time Based). 

성공하는 연구개발팀에서 리더십을 갖춘 팀장과 전문성을 갖춘 팀원은 필수조건이며, 이들을 효과적이고 효율적으로 통합하고 기획, 관리, 소통의 종합적인 조직역량을 구축하는 것은 충분조건이다. 대개 사람들이 회사를 떠나지 않는 이유는 더 나은 내일이 보장될 것 같아서(天), 하는 일에 만족해서(地), 함께 일하는 동료가 좋아서(人)였다. 팀장은 객관·공정의 중심(中心, 忠)을 잡고 소통과 화합을 촉진하고, 조직의 시너지를 파괴하는 이기적 팀원은 경계해야 한다. 
김기호 저자는 CEO에게 “왜 이런 일이 일어날까? 이것은 내게 어떤 교훈을 던지나? 우리는 기업의 가치와 원칙에 충실한가?”라는 질문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늘 배우려고 노력하는 겸허함은 성장과 발전의 토대이며 실패로 떠내려가게 하는 오만과 실족을 방지한다. 성찰하고 배우기는 CEO뿐만 아니라 팀장과 팀원, 신입사원에게 권장할 수 있는 삶의 지혜다. 

저자에게 대기업 입사 초기에 커피심부름과 회의자료 복사 등의 허드렛일도 성실하게 수행했던 친구가 있었다. 커피 심부름에서 회사 상급자들의 관계를 이해했고, 회의자료 복사에서는 한 부 더 복사해서 읽음으로써 가치 있는 정보를 파악하여 조직에 빠르게 적응했다. 스티브 잡스가 표현한 것처럼 “끊임없이 배우고 전진하라(Stay Hungry, Stay Foolish)”의 태도가 폼 나지 않는 잡일을 중요한 업무로 변형시킨 것이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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