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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인 것이 좋다"...복합심리에 주목 요구도
"남자인 것이 좋다"...복합심리에 주목 요구도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5.25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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흐름: 문화인류학회 학술대회 '변화하는 세계 속의 남성성과 남성문화'(5.20-21)

한국문화인류학회(회장 김광억 서울대)가 춘계 학술대회 주제를 ‘남성성’과 ‘남성문화’로 내세웠다. 세계 각국의 남자들의 삶이 어떻게 변화고 있는 지를 살펴볼 수 있는 자리였다.

요즘 한국남자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박수애 연세대 인간행동연구소 연구원의 ‘한국 남성의 남성 성역할 특성’은 남성성의 변화를 세대별로 살폈는데 남자 대학생 1백61명과 40~50대 중장년 1백27명을 대상으로 남성의 성역할과 자아존중감, 우울증, 감정표현성, 삶의 만족도 등을 측정했다. 발표에 따르면, 남성들은 남성으로서의 부담감보다는 ‘만족감’을 더 많이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세대별로는 대학생보다는 중장년 집단이 성적 자부감이 더 높았으며, 부담감은 대학생이 더 많이 갖고 있었다. 나아가 대학생들은 과제지향성과 주도성이 낮을수록 우울수준이 높았고 중장년은 가정에 대한 책임감이 클수록 우울수준이 높았다. 예상을 뛰어넘는 것은 아니지만, 세대별로 내면화 하고 있는 성적 역할은 확연히 달랐다. 

이 외에도 한국남성에 대한 발표로 함한희 전북대 교수의 ‘사회경제적 변화와 한국의 남성문화’, 정유성 서강대 교수의 ‘한국 사회의 남성 만들기’, 채수홍 전북대 선임연구원의 ‘비아그라가 한국남성의 남성성과 남성문화에 미친 영향’ 등이 있었다. 채 연구원의 논문은 페미니즘계에서 비아그라가 성 문화를 ‘성기중심’, ‘공격적 성욕’ 중심으로 만든다고 가하는 비판에 반론을 펼쳤다. 채 연구원이 지난 몇 개월 동안 수많은 남성들을 만나 인터뷰해본 결과, 비아그라를 복용하는 건 성적인 역할과 가장으로서의 역할을 동시에 떠맡기 위한 선택이었다는 것. “남성이 비아그라를 대하는 태도에는 자신의 존재에 대한 심리적 부정, 부끄러움, 수치심, 슬픔들이 섞여 있다“라며 남성문화를 너무 단순하게 본다고 비판했다.

전통적으로 부거제와 가부장제가 중심이었던 중국의 남성들은 어떻게 변해왔을까. ‘중국의 남성성과 양성관계’라는 주제를 발표한 양영균 한국학중앙연구원 교수는 체제변화에 따른 남녀과계의 변화를 짚었다. 첫째 시기는 1910년대 중반. 서구의 침입은 가부장제를 타파해야할 관습으로 지목했고 이에 따라 동반자적 결혼이 강조됐다. 1949년 중화인민공화국의 탄생은 교육의 성불평등도 해소했고, 대약진운동은 경제에서 성역할 불평등을 감소시켰다. 그럼에도 정치분야에선 남성 간부가 주를 이루는 차별적 잔재가 있었다. 1990년대 시장경제체제로의 전환은 여성의 가사부담까지도 감소시키는 혁명을 가져왔다. 중국의 근대화는 가히 ‘남녀평등체제’로의 전환이라 불릴 정도다. 그렇다면 남성상도 변했을까. 양 교수는 전통적으로 강조돼왔던 文과 武의 덕목이 현대적으로 변용되어 고위공직자나 경영자로서의 덕목이 강조되고 있다고 말한다. 남성들의 입지가 왠지 높고 좁아보인다.  

외국인 남성노동자들의 남성성 변화는 엄한진 서울대 사회발전연구소 연구원이 ‘이슬람문화권 남성 이주노동자들의 성규범 변화’를 통해 짚었다. 흥미롭게도 이슬람 남성들은 한국에서 가부장적 남성으로 회귀하고 있었는데, 엄 박사에 따르면 ‘이민’이라는 독특한 상황이 이를 만들어냈다는 것. 상식과는 달리, 이슬람 사회의 일부 국가에서는 한국보다 더 빨리 서구화를 경험했기 때문에 가부장적 제도가 많이 완화돼왔다. 그런데 이민의 불안한 상황이 외국인 노동자들로 하여금 음지의 종족공동체사회를 형성하게 만들었다. “다시금 근본주의적 방식으로 종교적 전통을 중시하며, 결과적으로 가부장제가 심화됐다”라고 한다.

그 동안 여성성에 대해서만 논했던 것에 비해 이번 학술대회의 주제는 신선한 면이 많았다. 남자들의 변화를 살펴보는 것은 곧 여성들의 변화를 살펴보는 간접적인 거울이 되기도 한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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