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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르네상스인 석주명
한국의 르네상스인 석주명
  • 이지원
  • 승인 2021.09.16 09:4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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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용택 지음 | 궁리 | 332쪽

천재성과 성실성을 겸비한 나비박사로만 알려졌던 석주명.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제주학의 선구자이자 

에스페란토 운동가였던 그의 생애와 폭넓은 학문세계를 조명한다! 

 

 

 

나비박사 석주명(石宙明, 1908. 10. 17~1950. 10. 6)에 대한 이야기는 초등 국어 교과서에 소개되어 있고, 한국과학기술원 한림원에서 ‘과학기술인 명예의 전당’에 헌정되었으며, 한국조폐공사와 우정사업본부에서 그를 기념하는 메달과 우표를 발행했고, 그를 기리는 오페라 <부활: 더 골든 데이즈>까지도 공연되었다. 이처럼 오늘날 석주명을 모르는 이는 거의 없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에 대해서 자세히 아는 이는 그리 많지 않다. 

저자인 제주대 철학과 윤용택 교수는 이병철의 『석주명 평전』을 읽고, 석주명의 초인적 성실성과 자연과학, 인문학, 사회과학을 아우르고, 지역, 민족, 세계를 넘나드는 열린 정신에 감명받았다. 그는 평소 자연과학자도 인문학을 알아야 하고, 인문학자도 자연과학을 알아야 한다는 생각을 하고 있었는데, 계간 <과학사상> 일을 하면서 더욱 과학기술과 인문학이 만나야 된다는 생각이 굳어졌다. 석주명을 연구하면 할수록 그를 나비박사로만 묶어두기엔 아쉬운 생각이 들었다. 그가 인문·사회·자연 분야를 넘나들면서 지역, 민족, 세계를 아우르는 열린 생각을 가진 인물이었다는 걸 알게 되면서, 그의 삶과 사상을 세상과 공유하고 싶어 이 책을 펴내게 되었다. 

석주명은 42년이라는 짧은 생을 살았지만 나비, 제주도, 에스페란토 등과 관련해서 불후의 업적을 남겼다. 그는 우리나라 나비 75만 마리를 수집하고 20여만 마리를 정밀 관찰하여 분류하고, 이름 짓고, 분포도를 만들어 우리 나비의 모든 것을 보여주었다. 

그는 나비채집을 위해 전국을 여행하는 과정에서 자연환경이 달라지면 동식물 분포뿐만 아니라 인간의 삶의 방식도 달라지는 것을 알았다. 그는 우리 문화의 본 모습을 알려면 그 원형이 남아 있는 제주를 알아야 한다는 것을 깨닫고, 제주의 언어, 문화, 사회, 자연을 연구하여 『제주도 방언집』, 『제주도의 생명조사서-제주도 인구론』 등 여섯 권의 제주도 총서를 남겼으며, 제주도의 가치를 잘 알고 사랑한 나머지 스스로 반(半)제주인이라 하였다. 

그는 일제강점기와 해방 이후 정국혼란기를 살면서 당대의 지식인으로서 우리 민족이 세계시민국가의 당당한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노심초사하면서 국학운동을 펼쳤던 민족주의자였다. 그리고 그는 자국민과는 모국어로, 외국인과는 세계평화의 언어이자 세계공통어인 에스페란토로 소통할 것을 주장하면서 교재를 만들고 보급한 에스페란토 초기 운동가이자 세계주의자였다. 

그는 자신의 전문인 나비 분야에서 일가를 이루었을 뿐만 아니라, 자연과 인문사회 분야까지도 아우르는 폭넓은 학문세계를 구축하였고, 지역주의.민족주의.세계주의 어느 한쪽에 매몰되거나 배척하지 않고 서로 받아들여 잘 조화를 이뤘다. 그는 다양한 분야에 두루 능통할 뿐만 아니라 서로 다른 이념이나 관점을 녹여내어 화합하려 하였다. 그러한 그의 학문태도는 학문 융복합의 시대이자 지역과 세계를 아우르며 살아가야 하는 우리에게 많은 메시지를 던져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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