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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로다르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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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이지원
  • 승인 2021.09.16 1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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릭 핸슨 지음 | 김윤종 옮김 | 불광출판사 | 440쪽

우주, 바다와 함께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3대 미지의 영역인 뇌를 탐색하던

과학자들이 맞닥트리게 된 것은 바로 명상!

 

생물학의 일대전환을 이룬 단 하나의 사건을 꼽으라면 바로 현미경의 개발이다. 17세기 네덜란드인 안토니 반 레벤후크에 의해 최초로 개발된 현미경은 ‘미생물’을 발견해 냈다. 이후 ‘생명의 기원’에 대한 새로운 이론이 정립되었고 질병의 원인도 하나씩 찾아나가며 인류를 새로운 단계로 진입시켰다. 발전의 발전을 거듭한 현미경은 이제 가시광선보다 훨씬 작은 원자와 분자의 세계를 관찰할 수 있다. 코로나바이러스를 이루는 단백질 구조도 현미경으로 들여다볼 수 있다. 현미경이 없었다면 백신은 꿈도 꿀 수 없었을지 모른다.

현미경이 생물학에 혁명을 불러 왔듯이, 신경과학(뇌과학)에 일대전환을 이룬 하나의 발명이 있었으니 바로 자기공명영상(MRI) 장치의 개발이다. 개발된 지 이제 불과 수십 년에 불과하지만 이 장치를 이용해 우주, 바다와 함께 인류가 정복하지 못한 ‘3대 미지의 영역’이라 불리는 뇌에 대해 인간은 본격적인 탐구를 시작했다. 

자기공명영상을 통해 증명된 지견 중에 가장 빛나는 것이 바로 신경가소성이다. 런던의 택시기사들은 공간감각력을 관장하는 뇌 부위가 유달리 발달되어 있다. 좁고 복잡하고 런던 시내를 이리저리 달리다 보니 자연스레 해당 부위가 발달된 것이다. 경험들은 신경 활동의 패턴이 되고 신경 활동의 패턴은 (특히 그것이 반복될 때) 지속되는 물질적 흔적을 남긴다. 신경가소성이 기반하고 있는 이론이다. 신경가소성 원리에 따르면 이렇게 ‘학습’에 따라 인간은 뇌 구조를 스스로 바꿔나갈 수 있다. 이 이론이 처음 제기되었을 때만 해도 주류 과학계에서는 얼토당토않은 얘기로 치부했지만 자기공명영상은 이걸 증명해 내었고 이제는 모두가 인정하는 학설이 되었다. 특히나 어린아이뿐 아니라 노인에게도 이러한 과정은 지속됨 또한 밝혀냈다. 인간의 뇌는 죽을 때까지 진화하는 것이다. 자연스레 뇌과학자들은 ‘마음이 뇌를 바꾼다’는 정의에 대해 긍정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이 과정에서 의외의 분야가 주목을 받게 된다. 바로 명상이다. 자기공명영상 발명 직후 거의 비슷한 시기에 명상과 뇌의 관계에 대한 연구가 싹트기 시작했다. 그리고 지난 10년 사이 이 분야는 눈부신 발전을 이뤘다. 뇌를 바꾸는 획기적인 ‘기술’로 신경과학자들이 ‘명상’에 주목을 하게 된 것이다. 명상을 할 때 행복감을 주는 세로토닌이라는 신경전달 물질이 분비된다는 사실도 알게 되었고, 불안이나 우울 또는 긴장과 같은 스트레스에 사로잡혔을 때 전두엽이라는 뇌피질 부위와 편도체라는 뇌 부위에서 과다한 흥분파를 보내는 것을 확인했으며 명상은 이에 대한 ‘치료제’로서의 역할을 함도 밝혀냈다. 이밖에 명상은 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부터 부교감신경계의 작용으로 전환을 시도하며 혈압을 낮추고 심장병 발병 위험률을 낮춘다는 사실, 그리고 각종 통증의 경감이나 중독성 물질에 대한 ‘의존성’을 줄이게 만든다는 걸 밝혀냈다. 

자연스레 신경과학(뇌과학)의 연구 결과물들은 의학 분야로 옮겨가게 되었다. 통계에 따르면 (미국의 경우) 이제 심리치료 분야에서는 명상을 활용하는 치료자들은 5할을 넘는다. 비단 ‘정신’과 관련된 의료 분야뿐 아니다. 이제는 통증 경감을 비롯한 여타 의료 분야로까지 명상 치료가 확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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