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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서울대 등 논술•면접 위주 입시계획 파문
분석: 서울대 등 논술•면접 위주 입시계획 파문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5.09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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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고사•사교육 조장 논란…"일류대 우르르 따라가서야"

서울대와 일부 대학들이 논술 강화 입시정책을 발표하자 교육인적자원부(이하 교육부)는 ‘본고사 금지’ 등 3불원칙을 재확인했다. 대학별 고사가 국영수 중심의 심화학습을 평가하는 본고사로 변질되지 않겠냐는 우려 때문이다.

지난 4월 29일, 서울대가 2008학년도부터 논술과 면접 위주의 입시전형을 실시하겠다고 발표함에 따라 고려대, 연세대 등 주요 대학들이 ‘논술 강화’에 동조하고 나섰다. 서울대는 ‘논술 40%+면접 20%+내신 40%’를 반영하겠다고 밝혔으나 내신 실질 반영 비율이 사실상 10% 내외에 불과해 논술과 심층면접 등 ‘대학별 고사’로 학생을 선발하겠다는 얘기다.

서울대가 이 같이 논술강화를 선언한 것은 “고등학교의 내신 부풀리기와 수능등급화로 우수학생을 선발할 변별력이 없다”라는 이유 때문. 상대적으로 내신 비중이 강화돼 고등학생들로서는 ‘자살 소동’을 일으킬 만큼 내신이 심각한 부담으로 다가오지만 대학으로서는 고등학교 내신성적을 믿을 수 없다는 것이 저변의 확고한 입장이다. 지난해 고려대, 연세대, 이화여대, 성균관대 등에서 불거졌던 고교등급제 논란도 내신 부풀리기가 원인이었다.

서울대는 언어논술과 수리논술을 기본으로 인문계열은 사회, 자연계열은 과학을 평가하는 ‘교과논술’ 형식을 검토 중이다. 교과논술은 고려대가 ‘수리논술’이라는 형식으로 도입했으나 지난해 교육부로부터 본고사로 지적되기도 해 본고사 논란은 계속될 듯 하다.

▷ 논술강화, 본고사 부활인가= 대학들이 논술 강화에 따른, 새로운 논술고사 유형을 발표하지 않은 상황이어서 교수들은 “일단 구체적인 방식이 발표될 때까지 기다려보자”는 입장이지만 본고사 실시를 둘러싼 해묵은 논란이 되풀이되고 있기도 하다.

장영수 고려대 교수(법학과)는 “대학의 자율성은 헌법적인 기본권의 하나로 보장되고 있다. 특별한 공익상 이유가 없다면 대학의 입학 정책도 최대한 보장돼야 한다”라며 “현재 교육부의 본고사 금지입장이 얼마나 공익적 실효성이 있는 것인지 설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홍종배 서울대 교수(물리학부)도 “무조건 막기보다 왜 대학들이 자체 전형을 실시하려고 하는지 대학의 현실을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대학들이 시행할 논술전형이, 일부과목에 편중된 공부 및 이에 기반한 과열경쟁으로 나타날 경우에 대해서는 각 대학당국과 교수들의 책임감이 부족하다는 목소리도 높다.

▷ 사교육 조장, 우려뿐인가= 본고사 여부를 떠나서 대학들의 논술 강화 정책이 사교육을 조장할 지에 대해서도 의견이 분분하다.

김도균 서울대 교수(법학부)는 “내신을 강화하든 논술을 강화하든 사교육 시장의 크기는 변하지 않을 것이다. 다만 가르치는 과목이 달라질 뿐이라면, 한 권이라도 책을 많이 읽은 학생을 뽑는게 낫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실제 논술 채점에 나선 교수들은, “천편일률적인 논술 답안들을 보면, 논술 강화가 독서 기회를 주고 사고력을 높이는 방안이 될 수 있을 지 의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김인걸 서울대 교수(국사학과)는 이에 대해 “지금까지 실시된 논술의 효과에 대한 전면적인 분석과 연구가 필요하다”라고 지적했다.

또, “어차피 사교육이 성행하고 있는 현실에서 내신 준비를 위한 사교육이 논술 준비로 바뀌었을 뿐이라고 말하는 것은 대학교육을 담당하는 교육자로서 무책임한 발언”라며 “중고등학교 교육 정상화와 사교육을 방지할 수 있는 입시정책을 개발하는 것도 대학과 교수의 책임”이라고 꼬집었다.

▷ 다양한 입시정책 개발해야= ‘우수학생 선발’이라는 목표가 대학에게 있는 한, 이에 걸맞은 입시정책 개발도 대학의 몫이다. 그러나 다양한 입시방법으로 사교육 조장을 막아야 한다는 의견이 많음에도 대학은 기존의 방법을 고수하고 있다.

오현석 서울대 교수(교육학과)는 “선발방법에 대한 개발 비용을 고려해야겠지만, 정교한 검사도구 개발이 필요하다”라며 “단과대학별로 전공에 맞는 학생 선발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라고 지적했다. 김태일 고려대 교수(행정학과)는 “선도대학이 어떤 식의 문제를 내느냐, 문제 개발이 관건”이라며 “인터넷 학습 등을 통해 대학교수가 직접 학생들에게 가이드 라인을 잡아줘서 학생들의 혼란을 막아야 한다”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하종호 고려대 교수(철학과)는 “대학마다 다양한 학생선발 방식을 취함으로써 하나의 입시방법에 따르는 사교육이 불가능하게 해야 한다”라며 “새로운 입시과정 개발은 대학의 몫이며, 못 해내는 대학은 입시경쟁에서 지게 될 것”이라고 강조했다.

교육부는 새 대입제도 시행에 따른 혼란을 막기 위해 6월 말까지 대학별로 2008학년도 전형계획 주요사항을 확정하도록 요청했지만, 학생들의 혼란을 잠재우고 본고사 논란, 사교육 조장 등의 우려를 잠식시킬 만한 입시정책을 단시일내에 대학들이 내놓을 수 있을 지는 미지수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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