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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맥 활용해도 '실력 교수' 희귀
인맥 활용해도 '실력 교수' 희귀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5.04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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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스쿨 유치 위해 뛰는 대학들

“법조 실무 경력자는 임금 수준이 워낙 높아 모시기가 정말 힘들다.” “연구업적 뛰어난 교수들도 바닥났다.” 로스쿨 유치에 한창 열을 올리고 있는 대학의 한 교수의 말이다.

97개의 법학과(부) 가운데 30여개에 달하는 대학들이 로스쿨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기 때문에, 실력 있는 교수를 임용하는 게 간단치 않다는 설명이었다.

자칫 로스쿨 선정에서 탈락되면 법학·법조계의 위상에 치명타를 입기 때문에, 대학들은 실무 경험이 있는 법조인을 스카웃하거나 법학전문대학원 건물 설립을 추진하는 등 로스쿨에 대학의 명운을 건 듯 과열 양상을 보이는 상황이다.

대학가의 자금과 인맥을 총동원해 정·관계 인사를 끌어들이거나, 지자체 차원의 후원회를 결성하는가 하면, 총동문회를 대상으로 발전·장학 기금을 모으고 있기도 하다.

가령, 조선대의 경우 1천명의 법과대학 동문회가 후원회를 결성해 총력을 기울이고 있으며, 전라북도에서는 지난달 25일 도내 정·관계 관계자 60여명의 인사들이 ‘전북도로스쿨유치위원회’를 창립한 상태다.

교수들을 확보하기 위한 대학들의 행보도 눈에 띈다. 이화여대는 14명의 교수를 임용할 예정이며, 연세대는 이번 하반기에 10여명의 교수를 임용할 것이라고 밝혔다.

중앙대는 5∼6명의 법조 실무 경력자를 임용할 방침. 한양대는 올해 5명의 변호사를 교수로 임용하는 등 교수진을 50명 수준으로 높이면서, 실무 법조인 비율을 30%까지 끌어올릴 생각이다. 또 건국대는 5명에 불과한 실무형 교수를 올해 10명까지 확보할 계획인 것으로 나타났다.

로스쿨 전환을 꾀하는 대학들에게 있어 시설 확충 또한 주력하는 부분이었다.

건국대는 전체 1천5백평 규모의 법학도서관을 법과대학 옆에 완공할 예정이었으며, 중앙대는 모의법정, 정보화시설, 국제회의실, 어학실습실 등을 갖춘 7천여평의 법대 건물을 내년까지 완공할 것이라고 밝혔다.

경북대는 기존의 1천8백평 규모의 법대 건물 외에 추가로 1천5백평 규모의 건물을 신축할 계획이며, 동국대는 중앙대로부터 매입한 필동병원을 리모델링하는 방식으로 시설 확충에 나섰다.

시설에 신경쓰고 있는 상황은 고려대, 이화여대, 한양대 등도 마찬가지. 고려대는 법학도서관을 신축할 계획이며, 이화여대는 제2법학관과 법대 전용기숙사를, 한양대는 제3법학관을 신축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65명의 교수가 변호사 자격이 있어 사실상 로스쿨식 수업을 진행하고 있는 영산대는 단독 건물을 확보하는 등의 별도의 준비를 하기보다, 오는 6월 로펌 영산법무법인(가칭)을 설립하는 등 특성화 전략을 구사하고 있는 중이었다.

로스쿨 유치를 위한 자금·인적 투입이 ‘밑빠진 독에 물 붓기’라는 것은 누구나 아는 사실. 로스쿨 운영이 재정적 도움을 주지 않는다는 것을 알면서도 대학들이 너도나도 총력을 기울이는 것은 법조계로 나가는 로스쿨 출신 동문들에 대한 대학가의 기대를 반영하는 듯했다. 로스쿨 출신 인력들의 특권적인 사회적 지위가 대학들을 끌어당기고 있는 것. 대학들이 온 몸을 던지고 있는 만큼 1천2백명이라는 로스쿨 정원 제한은 탈락 대학의 거센 반발 등 향후 큰 후유증을 불러올 것으로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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