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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대, '로스쿨 해일' 닥칠듯…정원확대 유일책
법대, '로스쿨 해일' 닥칠듯…정원확대 유일책
  • 허영수 기자
  • 승인 2005.05.04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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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 로스쿨안, 대학가 어떤 파장 부를까

“총 입학정원을 1천2백명으로 제한하면 로스쿨을 도입 안 하는 게 낫다.” 사법제도개혁추진위원회(이하 사개추위)가 지난달 21일 ‘법학전문대학원(이하 로스쿨) 제도 도입방안’ 공청회를 연 이후, 로스쿨에 대한 여론이 급격히 악화되기 시작했다. 사개추위가 명시적으로 표명하지는 않았지만 총입학정원을 1천2백명 선으로 제한하는 것이 기정사실화됨에 따른 것.

교수·대학사회에서는 정원이 지금과 같이 소수로 제한된다면 로스쿨 도입에 따른 폐해는 가히 상상하기 어려울 정도라고 내다봤다. 전국의 97개 법학과(부) 중에서 로스쿨에 선정된 몇몇 소수 대학을 제외하면 모든 대학이 ‘로스쿨 쓰나미’를 경험할 것이라는 게 전문가들의 의견이었다.

□ 1천2백명 제한하면 어떻게 되나 = 사개추위의 방안의 가장 큰 문제는 정원이 1천2백명으로 제한돼 로스쿨이 전국에 불과 8∼12곳만 설치된다는 점에 있다.

현재 전국 97개 법학과(부)의 한해 입학정원이 총 1만1천4백58명에 달하는 것을 감안한다면, 로스쿨로 가는 대학은 전체의 10% 정도에 불과한 셈이다. 나머지 90%에 달하는 대학들은 학과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상황에 놓이게 된다는 것.

사개추위에서는 교원의 규모나 시설 면에서 우수하더라도 로스쿨 도입에 실패하는 대학들이 상당수에 달할 것이라고 예측하고 있었다.

유수의 대학들이 로스쿨에 선정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2∼3류 대학으로 전락하게 되는 웃지 못할 상황이 조만간 대학가를 강타한다는 얘기다.

□ 법조계와 법학과(부)의 불투명한 미래 = 로스쿨로 전환되지 못한 법과대학의 미래는 불투명하기만 한 상황. 법학과(부)를 다닌 학생들에게 메리트가 전혀 없기 때문에, 로스쿨이 아닌 4년제 대학의 법과대학은 끝간 데 모를 추락을 경험하리라는 게 정설로 받아들여지고 있다.

사개추위안에 따르면, 로스쿨은 비법학 전공자와 타 대학생이 전체의 1/3 이상이 되도록 반드시 뽑도록 돼 있어, 1천2백여 명 가운데 적어도 4백여 명 이상을 비법학 전공자에서 선발할 예정이다. 법학과 출신은 1만2백여명 중 많아야 8백여 명 만이 로스쿨에 진학하게 되는 것. 비법학 전공자 선발에 대한 제한도 없어서 로스쿨은 오히려 명문대 출신의 비법학 전공자들을 대거 선발할 것이라는 예측도 나오고 있다.

이에 따라 법조인이 되기 위해 4년제 대학의 법학과(부)에 진학하는 학생들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 학생이 오지 않는 법학과(부)는 자연 도태의 길을 걷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 법과대학들의 교육이 공무원, 법무사, 사법서사, 변리사, 관세사 양성으로 성격이 크게 변모할 것이라는 전망도 이 같은 상황과 무관치 않다.

□ 어떤 부작용 생기나 = 입학정원을 제한하는 것으로 인해 생기는 문제점들은 한 두 가지가 아니다. 크게는 ‘전문 지식을 갖춘 실무 법조인을 다수 양성시킨다’라는 로스쿨의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한다는 점이 꼽힌다. 국민에게 양질의 다양한 법률 서비스를 제공할 리는 만무한 일. 변호사 수가 증가하지 않기 때문에 서비스의 다양화는 기대하기 힘든 상황이다. 법률시장이 개방됐을 때 외국 법률 서비스에 의해 시장이 점령될 것이라는 우려도 높다. 지금의 로스쿨안이 법조인의 경쟁력을 높이기보다는 법조계의 밥그릇만을 챙기는 안이라는 것.

이상수 민주주의법학연구회 회장(한남대)은 “사개추위안대로라면 법학교육이 큰 위기를 맞게 될 것”이라면서 “입학정원이 제한돼 있어 특정 소수대학 출신의 학생들이 로스쿨에 진학하게 될 뿐 아니라, 법조계는 소수 로스쿨대학의 학연에 의해 더욱 특권화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박종보 한양대 교수(법학)는 “총정원을 정한 것은 다른 직업군에서는 유례가 없으며, 로스쿨 도입 취지를 전혀 살리지 못했다”라며 사개추위의 로스쿨안을 강하게 비판했다. 또 박 교수는 “충실한 교육과정을 운영할 수 있고 요건을 갖춘 대학에 교육 기회를 줘야 한다”라고 주장했다.

실제 대부분의 교수들이 지금의 방안을 사법고시가 로스쿨입학시험으로 변하고, 사법연수원의 업무가 소수 대학으로 민영화되는 것과 다름 없다고 지적했다. 공통적으로는 로스쿨이 도입되더라도 왜곡된 법조인 양성구조가 더욱 심화될 것이라는 주장이 많았다.

사개추위의 안이 △소수 대학에 의한 특권화된 법조인을 양성하는 것을 비롯해 △학연의 고착화 △교육기회의 제한 △로스쿨 도입에 실패한 유수 법학과의 붕괴 △로스쿨입학시험의 고시화 등의 문제를 한꺼번에 몰고 온다는 것이다. 총체적인 난맥상을 보여줄 것이라는 진단이었다. 

□시민단체 반발 전면화될 듯 = 사개추위의 로스쿨안에 교수들이 반대하는 것은 당연한 일. ‘법학교육개혁을 위한 전국교수연합’(이하 법교연)은 1백여개의 시민단체들과 연대해 사개추위의 로스쿨 법안에 전면 대응할 예정인 것으로 나타났다. 법교연의 이승호 건국대 교수(법학)는 “국민에게 양질의 법률 서비스를 제공하기 위해서는 변호사 배출수가 3천명이 돼야 한다”라면서 “1천 2백명으로 정원을 제한하고자 하는 법조계의 집단 이기주의 등을 국민대토론회 등을 통해 공론화할 예정”이라고 주장했다.

참여연대 측은 지난달 21일 사개추위에 “10∼20여개의 로스쿨을 설립하도록 해 다양한 학문적 배경을 가진 로스쿨간의 경쟁을 유도하고, 변호사수를 늘려야 한다”라며 로스쿨 정원 확대를 강력히 요청한 상태다.

그러나 대학·교수·시민사회의 여론이 로스쿨안에 시의적절히 반영되게 될지는 미지수다. 로스쿨법안 개정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기 때문.

사개추위 관계자에 따르면, 로스쿨 도입방안과 관련법률안은 오는 9일 실무위원회를 거쳐, 16일 본위원회에서 의결될 예정이다. 의결된 안은 곧 대통령에게 보고되고, 교육부에 전달될 것으로 보인다. 여론이 채 수렴되기 전에, 국민의 기대와 상반된 방향으로 로스쿨 도입이 빠르게 진행되고 있는 것.

사개추위의 로스쿨 도입법안이 어떤 식으로 확정될지 섣불리 단정지을 수 없지만, 지금의 안대로 통과될 경우 대학가가 회복 불가능한 폭풍에 휩쓸리게 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허영수 기자 ysheo@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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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학자 2005-05-06 10:48:34
답글 올린 분의 의견에 동의합니다. 지금 지구과학 분야의 학계에서도 그런 용어는 가급적 사용하지 않으려고 합니다. 사용하지 마세요.

일본어 청산! 2005-05-05 06:08:20
허영수 기자는 꼭 쓰나미란 말을 표제어로 사용해야 했는지 의문이다. 다른 말도 얼마나 많은데...로스쿨 파장, 로스쿨 폭풍, 로스쿨 해일, 로스쿨 회오리등등....아무런 생각없이 생각없는 방송인들이 사용하니까 기자도 사용했나보다. 기자의 자질을 다시금 생각하게 한다. 외국과 우리의 사정은 다르다는 것을 잊지 말았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