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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마] 신경제의 미래 - 『인터넷공황』(마이클 만델 지음, 이후 刊) 『디지털 충격과 한국 경제의 선택』(
[테마] 신경제의 미래 - 『인터넷공황』(마이클 만델 지음, 이후 刊) 『디지털 충격과 한국 경제의 선택』(
  • 교수신문
  • 승인 2001.05.3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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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30 16:04:32
강남훈 / 한신대·경제학

흔히 신경제라고 하면 고성장, 저실업, 고생산성, 저물가라는, 과거에는 함께 발생할 수 없었던 현상들이 함께 발생하는 경제를 말한다. 이러한 신경제 현상은 미국에서 1991년 3월부터 10년에 걸친 미국 역사상 가장 긴 장기호황 중에 나타났다. 사람들은 이러한 신경제의 존재를 주식의 폭등에서 확인할 수 있었다. 1971년에 처음 생긴 나스닥(Nasdaq)은 2000년 3월 10일에 나스닥 지수 5,048을 기록하였다. 그리고 사람들은 이러한 현상이 영원히 계속되기를 바랐다. 다우존스(Dow Jones) 지수가 10,000 포인트를 돌파하자, 일부 학자들은 다우존스 지수가 100,000포인트까지 갈 것이라는 등의 환상적인 주장을 제기하였다.

금융시장과 경제변동의 함수관계
이러한 신경제 환상이 여지없이 깨어진 오늘의 시점에서 신경제와 경제변동을 다룬 두 책을 읽어보는 것은 매우 흥미있는 일이다.
‘비즈니스위크’의 수석 편집자로서 신경제의 등장을 예언하여 유명해진 마이클 만델(Michael Mandel)은 예상과는 달리 신경제가 곧 끝이 나고 불황이 닥칠 것을 예언하고 있다. 그리고 그 불황의 정도가 과거보다 더 클 수 있다는 것을 경고하고 있다.
삼성경제연구소는 무려 10명의 연구자가 참여하여 정보혁명으로 인하여 나타난 변화들을 경제 전체 분야에 걸쳐서 추적하는 방대한 실증연구를 행하였다. 그 결과 디지털 혁명으로 인하여 호항과 불황이 주기적으로 반복되는 과거와 같은 극심한 경제변동은 더 이상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전망을 조심스럽게 제시하고 있다.
만델의 주장 중에서 가장 흥미로운 점은 금융시장을 경제변동과 결합시켰다는 점이다. 그는 신경제에서 가장 새로운 것은 벤처 캐피털 즉 위험자본의 등장이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기 때문에 그는 신경제가 1995년 8월 9일, 벤처 캐피털의 투자를 받은 넷스케이프 사가 주식시장에 공개되던 날에 시작되었다고 주장한다. 물론 과거에도 철도의 경우처럼 금융시장은 물적 자본에 대한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였다. 그러나 담보가 없고 위험이 큰 신생 벤처 기업에 대해서는 거의 투자하지 않았다. 따라서 대부분의 기술혁신은 기존의 대기업에 의하여 이루어졌다. 그러나 이제는 “기업가들이 그들의 첫 양복을 사기도 전에 1억 달러를 조달할 수 있는”(18쪽) 시스템이 만들어진 것이다.
이러한 벤처 시스템은 고위험 고수익을 추구하는 벤처 캐피털, 벤처 캐피털에 적극적으로 자금을 지원하는 연기금 등의 기관투자가, 기업공개를 용이하게 하는 잘 발달된 주식시장, 창의적인 노동자들에 대한 새로운 보상 체계인 스톡옵션 등의 요소들로 구성되어 있다. 벤처 캐피털은 수익성을 추구하여 창조적 파괴를 주저하지 않고, 위험 분산을 위하여 여러 사업에 투자함으로써 혁신의 폭을 넓히고, 신생 기업이 성공할 때까지 경영을 도와주고 감시하는 기능을 한다. 만델은 “미국식의 벤처 캐피털은 20세기의 가장 위대한 금융혁신”(35쪽)이라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이와 같은 금융과 기술혁신의 결합으로 인하여 경기순환의 성격이 바뀌게 된다. 과거의 경기순환에서는 기술혁신이 경기를 안정시키는 역할을 하였다. 과거의 기술혁신은 정부기관, 대학, 대기업의 R&D 등으로부터 비교적 경기와 독립적으로 수행되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이제는 점점 더 많은 기술혁신이 벤처기업과 벤처캐피털에 의해서 수행되기 때문에, 경기가 하강해서 주가가 떨어지면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가 급감할 수밖에 없다. 결국 생산성이 정체되고, 인플레이션이 재발하게 된다. 이자율은 상승하고 주가는 더욱 폭락하며, 기술혁신은 더욱 줄어들게 된다. 이와 같이 기술혁신은 경기를 더욱 불안정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만델은 이러한 새로운 경기순환을 기술순환(tech cycle)이라고 부르고 있다.

소비 역할의 증대
삼성경제연구소는 만델과 반대되는 주장을 한다. 그들은 정보를 제공하고 처리하는 데 획기적인 역할을 하는 정보혁명의 본래적인 특성에 더 주목하고 있다. 우선 수요에 따라 생산이 즉각적으로 적응할 수 있게 됨에 따라 재고가 줄어들게 된다. 이에 따라 재고 조정의 과정에서 발생하던 연속적인 경기순환은 사라지고 소비에 따라서 경기가 급변하는 단속적인 경기변동이 일어날 것이라고 주장한다. 생산물과 자본스톡이 소프트화하기 때문에 경기변동에서 투자의 역할이 줄어들고 소비의 역할이 중요해진다는 것이다.
경기변동이 약화되기 위해서는 안정적인 소비가 절대적이다. 그런데 원래부터 소비는 투자에 비해서 안정적이다. 그리고 정보혁명에 의해서 경제가 소프트화되고 서비스화되어가는 경향이 나타나는데, 서비스 지출은 소득에 대해서 비탄력적이다. 서비스의 가격이 매우 신축적으로 변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서비스 지출은 교통, 의료, 통신, 주거비 등과 같이 필수품이다. 이러한 점들을 종합해 보면 소비지출은 안정될 가능성이 많으며, 경기변동은 약화될 것이다.

불황의 통제는 가능한가
삼성경제연구소는 화폐적 측면에서 보아도 안정화 효과가 커진다고 주장한다. 통화주의 이론에 따르면, 화폐 충격은 사람들이 사전에 인지하지 못한 경우에 큰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런데 정보혁명은 화폐에 대한 정보를 구성원들에게 충분하게 전달하기 때문에 이러한 가능성은 줄어든다. 정보혁명은 신용을 확대시킴으로써 경제를 불안정하게 만드는 측면도 있지만, 보다 낳은 정보를 제공함으로써 신용의 이용가능성을 높이기 때문에 안정화 효과가 더 클 것이다.
만델은 결코 비관주의자는 아니다. 그는 확대적인 재정정책을 시행하고 기술혁신에 대한 투자를 계속하고, 금융시장에 대한 규제와 감독을 철저히 한다면 불황은 얼마든지 막을 수 있다고 보고 있다. 그러나 주식시장은 본질적으로 거품 형성과 붕괴가 반복되는 불안정한 시장이므로, 주식시장에 대한 의존도를 낮추지 않는 한 경기변동의 불안정성은 쉽게 조절할 수 없을 것이다. 삼성경제연구소도 주식시장에서 발생하는 문제를 소홀히 하고 있다. 주식시장이 발달하면 자산평가 효과(wealth effect) 때문에 소비가 주가에 민감하게 반응할 것이다. 그러면 소비지출의 변동성은 더욱 커질 가능성이 있다.
만델의 책은 이론적으로 잘 짜여진 이야기를 아주 쉽고 재미있게 들려주고 있다. 뿐만 아니라 역자의 번역을 칭찬하지 않을 수 없다. 최근에 읽은 번역서 중에서 가장 잘 된 것 같다. 다만 불황과 공황이라는 용어를 침체와 불황이라고 번역했으면 더 낫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삼성경제연구소의 책은 경기변동에 국한되지 않는 방대한 실증연구이다. 이 책을 읽으면 여러 권의 책과 자료를 들여다보는 수고를 덜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하나의 이야기가 아니라 여러 연구자들이 들려주는 약간씩 다른 이야기들을 듣게 되는 것이 아쉬운 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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