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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대면 강의와 ‘컴치’ 교수들
비대면 강의와 ‘컴치’ 교수들
  • 김병희
  • 승인 2021.08.31 08:5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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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깍발이_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 서원대 광고홍보학과 교수

 

김병희 편집기획위원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탄생 이전인 기원전(BC)과 서기(AD)로 인류의 역사를 구분해왔는데, 코로나 이전(Before Corona)과 질병 이후(After Disease)라는 표현이 우리 시대를 강타하고 있다. 유발 하라리 교수도 코로나19로 인해 역사의 정상적인 법칙이 중단되고 불가능이 평범함으로 단기간에 자리 잡았다며, 인류가 ‘역사적인 웜홀(wormhole, 서로 다른 두 시공간을 잇는 우주 공간의 지름길)’에 들어섰다고 진단했다.

사회적 거리두기가 계속됨에 따라 한국사회 전체가 혼돈의 시기를 보내고 있지만 대학 사회도 예외가 아니다. 대부분의 대학교에서는 2020년 1학기부터 비대면 강의를 실시해왔다. 강의 계획을 수시로 번복하며 학생들의 기대에 부응하려 했지만 여전히 비대면 상황이 계속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교수들은 강의에 어떻게 임하는 것이 좋을까. 

온라인 강의에는 실시간 온라인 강의와 비실시간 온라인 강의가 있다.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교수가 학생들에게 실시간으로 지식을 ‘전달하는’ 형식이 실시간 강의라면, 비실시간 강의는 녹화한 동영상을 교수가 학습관리시스템에 업로드하면 학생이 아무 때나 ‘찾아보는’ 형식이다. 각각 장단점이 있다. 실시간 강의는 교수와 학생이 상호작용할 수 있지만, 네트워크의 불안정성 때문에 집중하기 어렵다. 비실시간 강의는 학생들이 언제든 접속해 반복 학습을 할 수 있지만, 상호작용이 불가능하다. 두 방법을 비교한 연구 결과에 차이가 많아, 어떤 형식이 낫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온라인 강의의 본질은 학생 스스로 자기 주도적으로 공부하는 자세다. 아무리 교수가 강의에 열중한다 해도 학생의 자기 주도 의지가 낮다면 성과를 기대하기 어렵다. 그래서 교수는 강의하는 도중에 어디까지나 자신은 지식을 전하는 조력자일 뿐 공부는 학생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한다는 말을 자주 강조해야 한다. 공감한 학생들은 비대면 수업의 한계를 깨닫고 자기 주도 학습을 시도하게 될 것이다.

또한 온라인 강의에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강의에 대한 교수들의 열정이다. 가장 나쁜 자세는 ‘떼우는’ 식의 강의다. 교수들이 강의를 자유롭게 운용할 수 있는 여지가 대면 강의 때보다 비대면 강의에서 더 늘어났다. 학생들과 일대일로 마주치지 않기 때문에 자칫하면 ‘떼우는’ 식의 강의가 되기 쉽다. 대면 상담도 할 수 없는 현실에서 학생들과 상호작용할 수 있도록 SNS를 활용한 다양한 소통 전략도 구사해야 한다.

학생들과의 상호작용 접점을 높이기 위해 화상회의 플랫폼에서 소그룹 토의를 하거나 과목별로 단톡방을 개설해 소통해도 좋겠다. 교수들의 ‘다가가는’ 진정성이 절실한 시기다. 코로나19 상황 이후 잠깐 지나갈 것이라 생각했던 온라인 강의가 장기화됐다. 코로나19 사태가 끝나더라도 뉴노멀 시대가 우리 앞에 펼쳐질 것이다. 어쨌든 온라인 학습 방식은 확대될 수밖에 없다. 오랫동안 대면 강의만 해왔던 ‘컴치’ 교수들도 이제는 피해갈 방법이 없다. 온라인 강의에 관련된 정보통신기술(ICT)에 더 깊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시대의 추세에 뒤떨어지는 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학생들의 감각에 뒤떨어지는 것은 교수의 자유가 아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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