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PDATED. 2021-12-03 19:10 (금)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
정치인의 ‘새빨간 거짓말’
  • 한명숙
  • 승인 2021.08.23 09: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대학정론_ 한명숙 논설위원 / 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한명숙 논설위원/공주교대

언어는 나고, 자라고, 죽는 생명체와 같다. 필요에 따라 생성하고, 사용 요구에 부응하면서 성장 및 변화하며, 언어 대중의 외면으로 소멸하여 사어가 된다. 코로나 시대에 생겨난 새 말이나 뉴노멀 시대의 신조어도 언어의 생명성을 반영한다. ‘틀딱’이나 ‘관종’과 같은 젊은이들의 신어에는 새로운 인식과 문화가 배어있다. 언어 순환의 모습도 보인다.

아리스토텔레스로부터 인간은 사고 체계가 언어를 결정한다고 보았다. 그렇게 언어와 사고의 긴밀성을 바탕으로 상호 소통하고, 생각하고, 학습하는 데에 언어를 사용하면서 문명과 문화를 이루었다. 이처럼 언어를 정교하게 부려 쓴 생명체가 없어 인류는 태양계 유일의 문명인이 되었다. 언어의 소중함과 위대함은 지구가 가진 물이며 공기와 같다.

최근 들어 언어의 소용돌이가 잦다. 언어에 생각이 담기므로, 언어의 혼탁과 오염은 사용자의 사고와 타락에서 비롯한다. 손을 들어 힘주어 내뿜던 ‘새빨간 거짓말’이 두드러진 예다. 하얀색 윗옷으로 국민의 카메라 앞에서 ‘완전히 엮은 것’이라 말하던 혀가 그 뒤를 따른다. 언어의 추락으로 정치인의 말을 믿을 수 없다는 인식을 낳았다. 국가의 상처다. 여기에 거친 말과 추한 표현을 얹어 사회정신을 좀먹으니 언어 생태계 훼손까지 근심하게 한다. 

정치인도 언어처럼 나고, 자라고, 죽는다. 살아남으려고 언어를 휘몰아 넘실대면 언중이 숨 막혀 속을 태운다. 신언서판이 떨어지고 나뒹굴면 볼품이 딱해진다. 인류 최강 도구의 존엄을 오용하면 편견과 분열을 낳아 불신과 불안을 기른다. 도구는 사용의 예측 가능성과 일관된 원칙의 작동으로 효용과 가치를 획득하는데, 이를 거스르는 편향과 부당의 언어 사용이 시대를 흐린다. 말의 얼룩과 타락으로 인격과 품성이 추락하니 헛웃음을 일으킨다.

자극을 원하는 대중이 있어도 퍼뜨리는 언어가 거칠고 추하면 난감하다. 이데올로기의 말이 왜곡과 억압으로 사람을 망치듯, 못된 말과 헛된 말로는 사회가 망가진다. 언어를 혹세무민의 도구 삼아 마구 부리면 안 되듯이, 선동의 언어를 함부로 날릴 때 사회는 걱정한다. 『상징 폭력』으로부터 언어의 아비투스를 경계하듯, 언어와 사용자의 편향과 타락이 문화와 품격을 무너뜨려서는 안 된다. 정치가 권투라 해도 무질서한 다툼으로 언어 환경을 해칠 수 없다.

다행히 언어 대중이 진화한다. 언중의 슬기가 거짓말과 참말을 구별한다. 어떤 말이 진실로 남고, 어떤 말이 거짓의 오명을 쓴 채 역사 속으로 사라질지를 가린다. 학생들은 더 똑똑하다. 시대와 거리가 멀거나 현실과 동떨어진 지식 앞에서, 이걸, 지금, 우리가, 왜, 배우느냐고 묻는 힘으로 세상에 난무하는 말 중에 참과 거짓을 따지는 힘을 가졌다. 삶에 필요한 지식을 배우기도 버거운 세상에서 사느라 애쓰듯, 시들고 상할 언어를 걸러 솎아낸다. 사회 일부의 확증 편향 사고를 맹종하지 않는다. 건강한 가치를 가린다. 자정의 시공이다.

인간은 언어를 도구로 가져 만물의 영장이다. 언어는 약속이라 정의롭다. 내가 말해서 공정하고 네가 말해서 부정한 언어는 없다. 규약이 밝고 맑아 너의 말이 우리의 뜻으로 통한다. 젊은 진화가 거짓말의 진화를 알아차린다. 언어 생태 지킴이, 언론의 언어도 살필 줄 안다. 말글 외의 상징 기호로도 의미를 만든다. 서로가 똑똑하고 지혜로워지는 중이다. 

소중한 도구의 탁류를 정화할 소망의 물길을 기대한다. 말에 생각이 담겨도 모든 생각이 말일 수 없으니, ‘나라 말씀’과 같은 진언을 이루고 ‘나의 소원’처럼 역사에 아로새길 이 시대의 존엄을 바란다. 큰 정신일수록 언어가 깊고 깨끗하다. 참으로 말하고 진실로 표현하며 성심으로 소통한다. 실어 펴는 뜻이 즐겁고 산뜻하여 세상을 사로잡는다. 위대한 진화!
신선 신명의 소리로 한반도 문화 대국을 우렁차게 울릴 수 있을까?

한명숙 논설위원
공주교대 국어교육과 교수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