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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감시체계로 팬데믹 극복하고 경제도 성장
중국, 감시체계로 팬데믹 극복하고 경제도 성장
  • 유무수
  • 승인 2021.08.27 10:0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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깊이 읽기_『행복한 감시국가, 중국』 가지타니 가이 외 1명 지음 | 박성민 옮김 | 눌와 | 240쪽

중국 기업은 네트워크 안전법에 따라
모든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해야 할 의무 지녀

중국은 데이터 처리에 의한 감시와 통제가 널리 퍼져있다. 중국은 코로나 상황에서 개개인에게 적색·녹색·황색의 ‘건강 코드’를 발행하고 검문소를 설치해 행동을 제한했다. 중국의 감시체제에는 어떤 강점과 한계가 있는가? 이 책에서 중국 전문가인 두 명의 일본인 저자는 속단과 편견을 내려놓고 중국의 감시체제를 분석한다. 

중국에서 공유자전거를 운영하는 회사들은 신용점수를 이용한다. 자전거를 빌려서 정해진 시간 내에 반납하고 지정된 장소에 세워두었다는 기록은 신용평가의 이력이 된다. 신용점수에 따라 사용요금이 내려갈 수도 있고 사용금지 벌칙이 주어지기도 한다. 엉뚱한 곳에 세워진 자전거를 발견해서 보고하면 가산점을 획득할 수 있다. 그리하여 성실한 이용자가 늘어나고 결국 다수 이용자에게 유익하다. 

기업은 이용자가 제공하는 정보가 많을수록 신용점수를 높여준다. 점수가 오르면 이용자는 편리한 서비스를 더 많이 사용할 수 있는 이익을 얻는다. 기업이 수집한 데이터는 비즈니스 차원에서 머무르지 않는다. 중국 정부는 ‘알리바바’와 ‘텐센트’ 등 민간기업의 신용점수를 적극 이용한다. 중국에서 인터넷 서비스를 운영하는 기업은 ‘네트워크 안전법’에 의거하여 모든 정보를 정부기관에 제출할 의무가 있다. ‘마약 소지, 탈세, 벌금 미납, 교통 법규 위반 등’으로 사회신용점수가 낮으면 고속철도와 항공 이용의 제한을 받는다. 

데이터화된 사회신용점수는 융자 등급으로도 연결된다. 사회신용점수를 얻으려면 바른 생활을 해야 한다. 룽청시에서는 길에서 곡물을 말리면 마이너스 5점을 받는다. 도덕적 신용점수로 농촌을 계몽하고 있는 것이다. 중국에서는 어린이 유괴사건이 자주 발생하는데 룽강구에서 유괴사건이 발생했을 때 AI 감시카메라망 덕분에 유괴된 아이를 쉽게 찾아낼 수 있었다. 중국 국민들은 감시와 통제 시스템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인다. 글로벌 여론조사업체 입소스의 2019년 조사에 의하면 조사대상 28개국 국민들의 과반수(58%)가 “자국이 잘못된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느꼈으나 중국은 조사대상자의 94%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래서 저자들은 중국의 현재 상황은 일단 올더스 헉슬리의 『멋진 신세계』(1932)에 가깝다는 견해를 표현했다. 

바른 생활해야 얻는 사회신용점수

이 책은 중국의 데이터화된 사회신용 시스템을 ‘공리주의’ 사상으로 해석했다. 결국 행복의 총량을 높인다고 생각한다면 개인의 자유를 침해하는 듯한 통치를 긍정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나라에서도 거리의 감시카메라는 사회의 안전성을 높인다는 이유로 지지를 받고 있다. 저자들은 신장 위구르의 무슬림계 소수민족에 대한 공산당의 무자비한 통치방식은 도구적 합리성의 폭주이며 조지 오웰의 『1984』(1949) 이미지에 가깝다고 보았다. 신장 위구르의 거리에서 깃발을 흔들면 동작인식 카메라가 그 의미를 경찰에 통보한다. 수용시설에는 지식인과 사업가를 포함하여 100만 명 이상이 갇혀 있는 것으로 추정되며 매일 공산당과 시진핑에 대한 충성맹세를 반복시킨다고 한다. 언론의 자유가 위축되어 한족 지식인들도 이 문제에 대해 ‘진실, 공정, 자유, 인간의 존엄성’을 외치기 어려운 분위기이며 취재의 자유는 없다. 

시진핑 정부의 정치비판에 대한 검열은 매우 엄격하다. 2009년데 등장한 엡, 웨이보가 도입한 신용점수 시스템에서는 “조국을 열애하는 일을 영광으로 여기고, 조국에 해를 끼치는 일을 수치로 여긴다”는 문장을 말하면 점수를 얻는다. 부적절한 발언을 포착, 고발하면 1점을 획득한다. 

서구 사회는 중국을 비판할 때 흔히 “법의 지배, 보편적 인권, 민주주의 등”을 판단의 기준으로 내세운다. 홍콩에서도 중국의 통제방식을 거부하는 움직임이 대세였다. 어쨌든, 코로나 팬데믹 상황에서 개인의 자유를 존중했던 미국은 큰 혼란에 부딪치는 시행착오를 겪었다. 반면, 중국은 개인의 자유를 강력하게 통제함으로써 비교적 효과적인 결과를 도출할 수 있었다. 게다가 이런 혼란의 와중에 세계 모든 나라들이 2020년 GDP에서 마이너스 성장률을 기록할 때 중국은 전년 대비 2.1% 성장했다. 코로나 팬데믹의 위기상황은 ‘개인의 자유’와 ‘사회전체의 편리성’에 얽힌 함수를 더욱 복잡하게 만들었다.

유무수 객원기자 wisetao@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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