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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로칼럼] : 현재는 미래를 아는 열쇠
[원로칼럼] : 현재는 미래를 아는 열쇠
  • 교수신문
  • 승인 2001.05.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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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05-29 09:45:17
1950년대 대학을 갓 졸업하고 지질연구소에 근무한 후, 1960년대 중반 전남대에 단 한 명의 지질학 교수로 부임한지 35년 만에 정년을 맞았다. 지금은 지질학 분야 교수가 10여명에 이르고 관련학과가 4개로 세분화돼 여러 분야에서 연구가 진행되고 있다. 지질학은 기초과학 분야 중에서도 인기가 없고 취업의 경쟁조차 거의 없는 분야이지만 상당수의 제자들이 전공분야 또는 인접분야에서 괄목할만한 역할을 하고 있다.

돌이켜보면 학습환경은 돌짝밭이었으며 사회의 취업여건도 매우 열악했지만 제자들이 열과 성을 다해주었다. 무엇보다도 중요한 것은 강의실과 연구실에서 제자와 교수간에 존경과 감사, 사랑과 정열로 어우러진 분위기에서 단지 백묵으로 이 돌짝밭을 극복했다는 점이다. 그때 그때마다 교육장의 어수선한 때를 극복하고 귀한 열매를 보게 됐으며, 그 열매들은 새로운 열매를 맺기 위해 지금도 도전하고 있다. 교육현장은 여러 면에서 상당한 진보를 보이고, 나름대로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기 위해 몸부림치고 있다. 전공과 대학에 따라 다르겠지만 대부분의 지방대는 조무원 1명, 교수 6~7명으로 교과학습이 운영되고 있다. 실험기기 등은 외국의 경우에 비교하면 너무 부족하다.더욱 안타까운 것은 우수한 인력들이 시간강사로 이 대학 저 대학으로 옮겨 다니고 있어 시간과 능력이 낭비되고 있는 점이다. 35년이 지나도록 별반 변화가 없이 거의 동일한 현실이다.

‘내일이 있다’고 ‘밝은 미래가 있다’고 열심히 하라는 격려의 말이 무색할 지경이다. 현재는 미래를 아는 열쇠인데 과감한 변화로부터 발전적인 개혁이 요구된다고 하겠다. 대학교 1, 2학년생을 만나는 경우가 있다. 요즈음 2학년생들이 많이 달라진 것을 볼 수 있다. 대뜸 취직타령이다. 열심히 하라고 격려의 말을 하지만, 학습태도와 자질, 인성은 과거보다 떨어진다는 것이 일반적인 교수들의 의견이다. 고등학교 교육장에서 지도력이 상실되고 학습 분위기가 무너지고 있는 결과가 아닌가. 미래가 염려되고 문득문득 답답한 마음마저 든다.

누군가 교육은 생명교육이고 농사와 같은 것으로 비유했는데 계절의 변화로 농사를 한번 그르치면 한해 농사는 폐농이 되고 말아 다시 돌이킬 수가 없다. 개혁과 변화를 추구하는데 몰두한 나머지 개혁의 힘을 가한 결과가 그 한계를 넘어 깨져버린 것이 아닌지. 작용에 의하여 나타나는 반작용을 어떻게 회복할 것인지 미래를 위해 현실을 직시하는 지혜가 필요할 때이다.

정년 퇴임 시, 스승의 말이 생각난다. 물론 지질학을 하는 제자들에게 한 말이지만 오늘의 현실에서 다시 생각해 볼 대목이다. “전통적인 야외답사와 현장관찰이 중요하다”, “현재는 과거를 아는 열쇠지만 동시에 현재는 미래를 알 수 있는 열쇠이다.” 교육정책을 입안하고 수행할 때 현재 이루어지고 있는 교육현장을 방문해 현실을 직시할 것을 강조하고 싶다. 실내에서 이론과 논리에만 치우침은 반작용으로 큰 오류를 범할 수 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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