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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동향: 사르트르 탄생 1백주년, 재조명 활발
해외동향: 사르트르 탄생 1백주년, 재조명 활발
  • 강충권 아주대 불문학
  • 승인 2005.04.0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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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악에서 회화까지 다양한 지적 편력 다뤄

사르트르 탄생 1백주년을 기념해 올해에는 세계 도처에서 다양한 학술세미나, 저서간행, 전시회, 영화상영 등이 이뤄지고 있다. 올해에 개최되는 학술세미나들의 주제 가운데 비중이 크거나 주목할 만한 것들로 권위있는 정례 세미나인 ‘스리지-라-살 세미나’의 주제들을 살펴보자.

이 주제는 스리지-라-살 세미나를 비롯해 전 세계적으로 가장 많이 다뤄지는 주제다. 사르트르가 자기 시대와 지닌 관계를 정치, 문학, 철학 등의 측면에서 각 지역권 나름대로의 관점에서 재조명하고 있으며, 특히 비중을 두는 것은 현대에서 사르트르가 의미하는 바는 무엇인가 하는 점이다. 기실, 문학의 위기와 철학의 종말이 운위되고 그칠줄 모르는 전쟁과 더불어 또 다른 냉전체제의 출현이 우려되는 현대의 범세계적 현상에서, 궁극적으로 문학적 참여를 강조하던 참여 작가이자 현대의 마지막 철학자로 일컬어지던 사르트르가 지니는 현대성 혹은 시사성은 많은 소주제를 제공하고 있다.

이 주제 또한 위의 세미나를 비롯해 많은 곳에서 다뤄지고 있다. 그 중 위의 세미나에서 발표 예정인 맥브라이드(McBride(W.L.))의 ‘사르트르와 역사의 의미’는 사르트르가 그의 저서 ‘변증법적 이성 비판’에서 전체화(totalisation)를 논할 때 정작 ‘개인’은 충분한 역할을 못한다는 점을 문제 삼을 예정이며, 특히 리즈크(Rizk)의 ‘주체성과 다수’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을 중심으로 사르트르가 개진하는 바, 주체로서의 단독성이 모여 다수를 이루는 무한한 관계에서 빚어지는 투쟁과 권력의 관계를 푸꼬, 들뢰즈 등의 이론과 비교하여 발표할 예정이다. 다른 한편 플린(Flynn(Th.))은 ‘사르트르의 역사 이론에서의 역사와 참여’란 발표에서 사르트르가 ‘변증법적 이성 비판’에서 정초한 실존적 분석이론(정확히 말하면 ‘실존적 정신분석’임)을 역사서술에 적용할 경우 역사분석에 있어서 객관성이 간과되고 주관적인 표현으로 흐르는 것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제시함으로써 사르트르의 이 ‘전진적-후진적’ 분석방법을 두브로브스키가 지지, 원용한 이후 오랜만에 이 이론을 정립해보려는 시도를 보이고 있다.

사르트르와 그의 작품에 관한 많은 분석연구들 가운데 그의 작품 자체의 미학, 그리고 사르트르의 미학관에 대한 연구들은 아직 드문 상태다. 그런 점에서, 사르트르의 틴토레토 작품론을 분석하는 위트만(Wittman)의 발표는 사르트르의 미학을 파악하는 데에 도움을 줄 것으로 예상된다. 회화분야 이외에 다른 지역의 세미나들에서 예컨대 ‘사르트르와 음악’, ‘사르트르와 재즈’ 등 사르트르와 음악의 관계를 조명하고 있다. 그 외에 오는 11월14일 스페인 사라고사 세미나에서 발표하는 콘태트(Contat(M.))의 ‘사르트르 연극의 희극적 기질’도 통상 상황극이나 신화극의 관점에서 접근하던 사르트르 연극의 분석에서 벗어나 그의 연극 특유의 아이러니, 패러디, 대사 문체 등을 분석하리라 예상된다. 실상 사르트르의 문학작품의 문체와 문채, 회화?조각 등에 관한 예술작품론, 아직 자료가 다 밝혀지지 않은 음악론, 현상학적 기술이면서도 시적 서정미가 함축된 기행문 등등에 대한 연구는 사르트르의 미학을 총체적으로 파악하기 위해 앞으로 연구할 과제들이라 하겠다. 그런 점에서 스페인 사라고사 세미나에서 발표할 예정인 타마씨아(Tamassia)의 ‘말, 이미지, 의미’는 모더니티로부터 포스트모더니티에 걸친 사르르르의 작품의 특징을 분석한다는 점에서 참신한 주제라고 하겠다.

사르트르와 함께 하는 이 영원한 주제는 올해에도 세계의 여러 나라에서 다뤄지고 있다. 지식인의 정체성, 지식인의 정치참여, 지식인과 역사 등 주로 지식인의 역할에 초점을 맞춰 재론하고 있다. 사르트르 자신의 지식인으로서의 궤적에 대해서는 이미 작년부터 올해에 걸쳐 그 진정성에 대한 적지 않은 문제제기와 그에 대한 반론들이 오고가는 중이다. 올해에도 그의 지식인으로서의 진정성을 그의 대학 시절, 2차대전 종군, 레지스탕스 참여, 전후의 정치활동, 말년의 행적들에 걸쳐 재조명할 예정이다. 프랑스 ‘사르트르 연구회(GES)’는 큰 주제를 정해 개최하던 예년과 달리 올해에는 연대기적으로 그의 궤적을 연구, 발표하는 세미나를 6월에 개최할 예정으로 있다.

국내 학자로는 스리지-라-살 세미나에 변광배 박사와 윤정임 박사가 참가해 각각 ‘사르트르와 한국전쟁’, ‘한국에서의 사르트르 수용’이란 주제를 발표한다. 한국불어불문학회에서는 오는 6월 하계학술대회에서 ‘사르트르와 현대의 지성’이란 주제 하에 기획발표를 갖는다. 현재 ‘한국 사르트르 연구회’에서는 ‘변증법적 이성 비판’의 번역을 마친 후에 사르트르의 사상과 헤겔?니체?하이데거?푸코?데리다?들뢰즈 등의 사상을 비교 연구한 책을 2007년에 발간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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