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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맞춤형 교육 도입되면 '專攻' 수정하겠다" 74%
"맞춤형 교육 도입되면 '專攻' 수정하겠다" 74%
  • 김조영혜 기자
  • 승인 2005.04.06 00:00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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분석: 이공계 교수 154명 설문조사, '맞춤형 교육' 이렇게 본다

최근 카이스트가 현대자동차와 협의해 자동차 공학관련 맞춤형 인재 양성 교육과정을 도입한 데 이어, 현재 43개 대학의 학과에서 맞춤형 교육과정을 이미 도입했거나 도입을 준비 중이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과정의 방향과 방법에 대해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교수신문과 사단법인 대학산업기술지원단은 공동으로 맞춤형 교육과정에 대한 전국 이공계 교수들의 의견을 조사하기 위해 지난 3월 21일부터 27일까지 이메일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총 1백54부를 수거, 이 중 활용할 수 없는 3부를 제외한 1백51부를 분석했다. 이번 설문조사는 한양대의 협찬을 통해 이뤄졌으며 한양대 배영찬 교수(화학공학과)와 대학원생 이명호 씨가 도와줬다. /편집자주

전국 이공계 교수의 70.7%가 맞춤형 교육의 도입을 찬성하고 있으며, 73.5%가 맞춤형 교육 도입을 위해 “본인의 전공도 수정할 의향이 있다”라고 답했다.

또 응답자 중 66.2%가 맞춤형 교육과정을 통해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를 양성”할 수 있으며 71.5%는 “학생 취업에도 도움이 될 것”이라고 생각했다. 특히 신입생 미충원과 졸업생 취업난으로 고민하던 지방대 교수와 2년제 대학 교수들은 맞춤형 교육과정의 도입을 적극적으로 찬성했다. 반면, 4년제 대학의 경우 맞춤형 교육은 본질적으로 학생이나 대학을 위한 제도가 아니라 기업을 위한 제도로 여기고 있었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단기적으로 학생 취업률이 높아질 수 있지만, “창의력 없는 획일적 인재가 양성돼 급변하는 산업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고 도태될 것”이라는 우려도 있었다.

지방대·2년제 대학은 적극적
△ 맞춤형 교육위해 교수 연구분야도 수정할까 =
교수들은 맞춤형 교육 도입을 위해 본인이 연구분야를 수정할 의향이 있을까. 73.5%의 교수들이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특히 19.9%의 교수는 ‘전적으로 동의한다’라고 답했는데, 특히 대학의 특성화가 가능해져서 교수들의 연구활동도 증가할 것이라는 점에 대한 기대가 많았다. 반면, ‘동의하지 않는 편’은 12.6%, ‘전혀 동의하지 않는다’는 7.9%에 그쳤다.

나이별로 연구분야 수정에 ‘동의한다’라고 응답한 30대는 87.5%였으며, 40대는 73%, 50대는 64.7%, 60대는 66.9%의 비율을 보였다. 젊은 교수일수록 연구분야 수정 가능성을 열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또 연구분야를 수정하겠다는 경향은 지방대일수록, 2년제 대학일수록 강했다. 이처럼 교수들이 “맞춤형 교육을 도입하기 위해 연구분야를 수정하겠다”라고 답한 것은, “대학 경쟁력의 잣대를 학생 취업수준으로 정하는 현 대학사회의 풍토에서 맞춤형 교육이 거역할 수 없는 대세”라는 인식에서 비롯된 것으로 보인다.

또, 맞춤형 교육 정책이 얼마나 지속될 것인가에 대한 질문에 5년 이하라고 답한 교수가 54.3%로 이 가운데 9.3%의 교수들은 2년 이내에 맞춤형 교육이 사라질 것이라고 전망했다. 그러나 5~10년간 지속된다는 의견도 27.2% 였으며, 10년 이상 지속될 것이라고 전망한 교수도 18.5%로 맞춤형 교육의 지속 유무를 두고 교수들의 의견이 엇갈리기도 했다.

△ 맞춤형 교육, 학생 취업에 도움될까 = 설문에 참여한 71.5%의 교수들은 ‘맞춤형 교육이 학생 취업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답했다. 또, 맞춤형 교육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인재가 양성될 것인가의 질문에도 66.2%의 교수들이 ‘동의한다’라고 답했다. 맞춤형 교육을 통해 세계적 추세나 국내기업의 관심사를 교육에 반영할 수 있고, 조기적으로 기술자를 능력입증하거나 육성할 수 있기 때문에 특정기업의 인력난 해소, 보다 발전적인 미래지향적 기술개발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들 내다봤다.

그러나 맞춤형 교육의 장점을 열거하라는 개방형 질문에 대해 ‘기업 경쟁력 강화 등 기업에 도움이 된다’가 47.8%의 의견을 차지했고 ‘학생 취업에 도움이 된다’ 23.9%, ‘교과과정이 충실화돼 학업에 도움이 된다’ 19%, ‘산학협력이 확대된다’ 3.7% 순으로 답해, 맞춤형 교육은 학생들의 취업을 위한 제도라기보다는 기업을 위한 제도라는 의견이 우세했다.

실제로 ‘맞춤형 교육의 최대 수혜자’에 대해서는 기업이 63.3%로 가장 많았으며, 다음으로 학생 28.6%, 기타 6.1%, 학교 2.0% 순이었다. 특이한 점은 ‘교수’라고 응답한 사례가 없었다는 것. 맞춤형 교육에 우호적이면서도 정작 교수에게는 실익이 없다는 인식을 드러냈다. 

맞춤형 교육의 단점에 대해서는 ‘기초교육과 심화교육의 부실화’가 40.6%, ‘대학 교육운영상 혼란’ 16.3%, ‘산업변화에 적응 못해 취업이 어려움’이 13.7%, 창의력 없는 인재 양성 11.9%, 인성교육의 부실화 8.8% 순으로 꼽아, 맞춤형 교육이 장기적으로 기업이 요구하는 창의적 인재양성과 학생취업에 도움이 될 것인지에 대해 의문을 제기하는 교수들도 많았다.

설문에 참여한 한 교수는 “기초지식을 탄탄히 배워야 급변하는 산업환경에 적용가능하고 장기적으로 사용할 수 있다”라며 “맞춤형 교육은 단순 기술자에게는 알맞겠지만, 고급 인재 양성에는 맞지 않다”라고 우려하기도 했다.
또 다른 교수는 “논문과 관련없는 분야에서 교수들의 부담이 크다”라는 부분도 지적했다.

교수들의 이중적 태도도 엿보여
교수들의 이같은 관점은 이공계 교육의 교과과정을 바라보는 시각과도 맞물려 있었다. 4년제 대학 소속 교수의 82.5%는 이공계 교육이 ‘기초교육과 응용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고 대답했고, ‘맞춤형 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라고 답한 교수는 3.2%에 불과했다. 2년제 소속 교수들도 ‘기초교육과 응용교육’에 초점을 맞춰야 한다는 교수가 58.3%로 가장 많았으며 맞춤형 교육이라고 답한 교수는 25%였다. 이런 결과는 교수들이 맞춤형 교육에 대해서 이중적 입장을 갖고 있다는 점, 맞춤형 교육의 현실화 단계까지 고려해서 이 문제를 생각하고 있지 않는 측면이 있음을 드러내기도 한다.

△ 맞춤형 교육, 어디서 어떻게 해야 할까 = 맞춤형 교육과정이 도입된다면 어디에서 해야 할까. ‘기업과 대학, 둘 다 적합하다’라고 답한 교수가 과반수를 넘은 56.4% 였으며 ‘기업’이라고 답한 교수가 22.1%, ‘대학’이라고 답한 교수가 17.4%였다. 4년제 대학 교수는 기업이, 2년제 대학 교수는 대학이 적합하다는 경향을 보이기도 했다.

또, 대학이 맞춤형 교육에 적합하지 않은 이유에 대해서는 ‘대학의 연구시설이 낙후해서’라는 의견이 26.4%로 가장 많았으며, ‘기업이 요구하는 과목을 가르칠 교수가 부족해서’ 17.4%, ‘학생정원이 많아서’ 15.7% 순으로 나타났다. 그러나 ‘대학이 맞춤형 교육을 시행할 이유가 없어서’라고 답한 교수도 16.5%나 돼 기업 이관을 바라는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2학기 정도의 기간이 적당” 48%
맞춤형 교육이 적합한 학제와 관련해서는 4년제라고 답한 교수가 10.1%, 2년제라고 답한 교수가 35.3%로 ‘맞춤형 교육은 2년제 대학에서 실시하는 것이 적합하다’는 의견이 3배나 많았다. 그러나 ‘둘 다 적합하다’, ‘학과 특성에 따라 다르다’라고 답한 교수들도 각각 27.3%, 26.6%로 유동적인 답변이 많았다.

학부와 대학원 중 어느 쪽이 적합한가에 대해서는, ‘학부’라고 답한 교수가 35%로 가장 많았으며 ‘학과 특성에 따라 다르다’와 ‘둘 다 적합하다’는 답변이 각각 22.9%와 19.3%였다.

‘대학원에 적합하다’라는 답변은 17.1%가 나왔는데, 첨단분야 연구에서 기업과의 협력이 필요한 현실을 반영한 것이었다. 또, 맞춤형 교육과정의 운영기간에 대해서는 2학기가 적합하다는 의견이 42.3%, 4학기 28.2%, 1학기와 3학기는 각각 12.1%였으며 5학기 이상이라고 답한 교수도 5.4%였다.

초기 단계인데도 맞춤형 교육을 도입하거나 준비하는 대학은 전체의 40.6%로 도입에 적극적인 것으로 나타났다. 대학 학제별로는 4년제 대학(36.5%)에 비해 2년제 대학(57.1%)이 더 많이 도입하거나 도입을 준비하고 있었다. 
 김조영혜 기자 kimjoe@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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