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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구흐름: 사상가.문학가 전집번역 현황
연구흐름: 사상가.문학가 전집번역 현황
  • 이은혜 기자
  • 승인 2005.04.04 00:00
  • 댓글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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學會 차원에서 활발...올해 니체.카프카 완간

전집은 분량이 방대해 번역하는 데 길게는 수십년도 걸린다. 여러 전공자가 달라붙어 몇 년만에 완간을 눈앞에 두고 있는 게 ‘니체전집’과 ‘카프카전집’이다. 지난 1998년 ‘니체서거 1백주년’을 맞아 정동호 충북대 교수, 박찬국 서울대 교수, 백승영 박사 등 니체·하이데거 전공자들이 ‘니체편집위원회’를 꾸려, ‘책세상’이라는 ‘독한’ 출판사와 호흡을 맞춘 ‘니체전집’은 올해 8년의 산물로 총 21권 완간을 앞두고 있다.

카프카는 까다롭기로 소문난 작가인데, 카프카학회가 발벗고 나서자 일이 착착 진행됐다. 올해 나올 4권을 합치면 총 10권 완간이다. 이주동 서강대 교수를 비롯해 한석종(경북대)·오용록(강원대)·편영수(전주대) 교수 등이 각각 한권씩 맡았는데, 평균 3년을 쏟아부었다. 사실 카프카 번역 1세대는 박환덕 서울대 명예교수다. 선배 교수가 이뤄놓은 업적은 ‘대단한’ 것이었지만, 청출어람은 당연한 일이다. 이젠 2세대들이 나서서 번역상 오류도 바로 잡고, 새로운 견해도 내놓고 있는 참이다.
지난 2003년부터 현재까지 8권까지 나왔고 6권분량을 남겨두고 있는 ‘버지니아울프전집’ 역시 ‘버지니아울프학회’가 주도해서 이뤄낸 산물이다. 박희진 서울대 교수 등 6명의 학자들이 매달 모여 공부도 번역도 하는 중이다. 특히 ‘파도’는 국내에 최초로 소개된 울프의 저서다.

괴테와 셰익스피어만큼 널리 알려진 문학가도 없을 것이다. ‘괴테전집’은 번역진들이 번역원고 를 마무리 지어 출판사에 넘겼지만, ‘시장성’이 없는 탓에 출간이 몇년째 밀리고 있는 상황이다. ‘셰익스피어전집’은 신정옥 명지대 명예교수가 혼자서 한창 작업중이다. 총40권 중 29권이 나왔고 현재 3권이 진행중이다. 홀로 하는 작업이라 대단한 장정이라는 주위의 평을 듣고 있다. 그러나 그런 만큼 언제 완간될 지 장담할 수 없다는 게 출판사측 설명이다.

‘나홀로 번역가’라면 김화영 고려대 교수와 김재혁 고려대 교수도 빼놓을 수 없다. 김화영 교수만한 카뮈 전문가도 없을텐데, 지난 1987년부터 꾸준히 내놓은 ‘까뮈전집’이 현재 총 16권에 이른다. 아직 8권이 남아있다.

김재혁 교수는 원래 릴케전공자로 지난 2001년 독문학자 14명과 함께 ‘릴케전집’을 낸 장본인이다. 그런데 그가 이번엔 ‘쇼펜하우어전집’ 번역에 도전장을 내밀었다. 문학자인데 쇼펜하우어의 ‘논쟁에서 이기는 38가지 방법’(고려대출판부 刊)을 펴냈던 것을 계기로 아예 철학전집 번역에 뛰어든 것이다. 그간 국내에 소개된 쇼펜하우어저서는 ‘의지와 표상으로서의 세계’를 부분 번역한 것들이 대부분이었다. 단독번역을 계획한 것에 대해 박 교수는 “혼자서 천천히 문체를 살리고 음미하면서 해보고 싶었다”라고 답한다.

중남미문학중에선 ‘세르반테스전집’ 발간이 눈에 띈다. ‘돈키호테’ 제1부 번역을 마친 박철 한국외대 교수는 2부 번역에 들어갔다. 세르반테스전집은 모범소설 12권, 돈키호테 1~2부, 막간극 8편, 희극 8편, ‘뻬르실레스’라는 유고소설집, ‘도르떼아’, 그 외 몇편의 연극작품으로 구성됐다. ‘모범소설’과 ‘막간극’을 스페인전공자 10명과 19개월 꼬박 걸려 번역했던 박 교수가 이번엔 돈키호테와 나머지 저작물에 뛰어든 것.

전집번역이 불가피하게 체계적으로 진행되지 못하고 있는 예가 ‘하이데거전집’과 ‘칸트전집’이다. 하이데거는 1백여권에 달한다. 지금은 각개약진으로 번역되고 있는데, 사실 10여년 전 이기상 한국외대 교수를 중심으로 번역팀이 꾸려졌다가 내줄 곳이 없어 와해됐다. 개개인이 번역 하다보니, 용어사용을 둘러싼 논쟁도 만만찮다.

칸트전집 역시 출판사 비용부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해 개별적으로 번역되고 있다. 백종현 서울대 교수가 ‘실천이성비판’을 냈고 현재 ‘순수이성비판’번역에 착수했으며, 김상봉 문예아카데미 대표가 ‘판단력비판’을, 김양현 전남대 교수와 김석수 경북대 교수가 ‘도덕형이상학’을 번역하고 있다. 특히 ‘도덕형이상학’은 국내에 소개된 바가 없는 말기 저서다. 이들 번역의 목적은 선배번역자인 故 최재희 교수의 번역을 넘어서는 것. 상당수의(첨가구절) 번역자들이 핵심용어인 ‘trancedental’을 ‘선험적’에서 ‘초월적’으로 바꾸는 등 학계의 반발도 만만찮다.

이 외에도 희곡에선 ‘헨리입센전집’이 2권 나왔다. 하지만 독자층이 너무 협소해 나머지 2권은 보류되고 있다.

전집 번역자들은 첫째, 최소한 출판비용은 누군가가 감당해 줬으면 하는 것, 둘째, 노력에 상응하는 업적평가를 해줘야 한다는 것을 주문한다. 이제 연구자들의 역량은 충분하다는 게 학계의 의견이지만, 전집번역이 갖는 가치, 해당 사상·문학가에 대한 현대적 재해석의 과정도 동반된다면 더욱 그 업적이 빛날 것이다.
 이은혜 기자 thirteen@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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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ditor 2005-04-04 14:24:39
바로 잡았습니다

독자 2005-04-04 13:39:25
- trancedental이 아니라 transzendental입니다.

- 언급하신 번역자들이 모두 위의 번역어를 '초월적'이라고 옮기는 건 아닌데, 마치 모두가 그렇게 옮기는 것처럼 쓰셨네요.

- 김상봉 선생은 '철학아카데미 대표'가 아니라 '문예아카데미 교장'입니다.


흥미있는 기사 잘 읽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