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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거부하는 성명서 발표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거부하는 성명서 발표
  • 김재호
  • 승인 2021.08.09 10: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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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5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국가연구개발혁신법」(법률 제17343호. 이하 혁신법)의 적용을 전면 거부하는 성명서를 발표했다. 학계와 국회 교육위원회와의 협의가 의견수렴이 완전히 배제된 혁신법의 제정 과정을 비판하면서 이에 대한 사과를 요구한 것이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혁신법 제정을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학문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학술연구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로 비판했다. 

특히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혁신법을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획일화를 ‘혁신’으로 포장한 결과물로 규정하면서 법안 수용의 전면적 거부를 천명한다"라며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술연구’ 지원에 적용할 별도의 법령과 제도 그리고 기구 마련을 요구한다"고 밝혔다. 즉, 기초학문 전반을 진흥시킬 ‘학술연구’ 예산을 ‘연구개발’ 예산과는 별도로 책정할 것을 요구한다는 것이다. 

아래는 성명서 전문이다.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거부한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학계와의 어떠한 협의도 거치지 않고 제정된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을 거부한다.  

현 정부의 국정과제 제35호 “자율과 책임의 과학기술 혁신 생태계 조성”은 애초부터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와는 관련이 없는 사항이었을 뿐만 아니라,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은 과기정통부 산하의 과학기술혁신본부에서 주도했다. 그리고 학술연구와 직접 관련된 당사자들을 배제한 의원입법이라는 경로를 선택해 발의되었으며, 발의 후에도 최소한의 설명이나 의견 수렴 절차조차 없었다. 법안의 심의과정에서도 교육위원회는 배제되었고 보건복지위원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기획재정위원회에만 심사를 회부했다. 
인문사회문화예술 학계는 물론이요 관련 기관들과의 협의와 의견수렴이 배제된 졸속 과정을 거쳐 법령이 통과된 것이다. 이와 같은 절차상의 오류는 인문사회문화예술 학문분야를 전적으로 무시한 데서 비롯된 것이다.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이른바 ‘혁신법’이 제정된 과정의 정당성을 인정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독단적이고 강압적인 획일화를 ‘혁신’으로 포장한 결과물로 규정하며, 이 법안의 수용을 전면 거부한다.   
학문 분야와 관계없이 학술연구에의 일괄 적용을 시도하고 있는 ‘혁신법’은 모든 분야의 학문 연구를 R&D로 규정함으로써 본 학문 분야에 대한 몰이해를 고스란히 드러냈다. 이는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 학문의 고유성과 독자성을 무시할 뿐만 아니라 학술연구의 자주성을 인정하지 않는 처사로서, 이 분야의 학술연구까지를 과기정통부 통제 아래 두려는 의도를 명확히 드러냈다. 이공계 분야 학문과는 연구의 지향점과 목표 그리고 방법이 전혀 다른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문이 이공계 학문을 기준으로 한 ‘혁신법’의 적용을 받을 수도 없고, 받아서도 안 된다. 
이미 현 정부의 학술정책이 이공계 학문에 집중되어 학술 지원 예산액으로도 비교가 안 되는 상황에서 법령에서조차 이공계 기준으로 제정된 혁신법의 일괄 적용을 받는 일은 불합리하며 불공평하다. 이는 학술연구의 미래를 열어갈 제도와 기구가 전무하다시피한 상황에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가 방치되고 있기 때문에 발생한 일이다. 이에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연구자들을 대표하여 본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는 조속한 학문생태계 복원과 지속가능한 학문발전의 토대 구축을 강력히 촉구한다. 

하나,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의견수렴이 완전히 배제된 입법절차를 사과하라.
하나, 「국가연구개발혁신법」의 이름에서 ‘국가’를 삭제하고 법령의 적용 대상을 과학기술 분야의 ‘연구개발’ 과제로 제한하라.
하나,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고유성과 자주성을 보장할 학술정책을 수립하라.
하나, 인문사회문화예술 분야의 ‘학술연구’ 지원에 적용할 별도의 법령과 제도 그리고 기구를 조속히 마련하라.
하나, 기초학문 전반을 진흥시킬 ‘학술연구’ 예산을 ‘연구개발’ 예산과는 별도로 책정하라.

2021년 8월 5일
한국인문사회총연합회

 

김재호 기자 kimyital@kyosu.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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