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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76] 물고기 '성대'에 대해 알아보자
[권오길의 생물읽기 세상읽기 276] 물고기 '성대'에 대해 알아보자
  •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 승인 2021.08.09 09: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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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위키피디아
사진=위키피디아

“더위는 병”이라고 하니 이번 여름도 무사히 지나갔으면 좋으련만 장담 못 하겠다. 늙어가니 어쩐지 하루를 보내는 것이 힘이 들고 부담스럽다. 하루라는 ‘시간을 죽이는 것’이 쉽지 않다는 말씀. 아침 시간은 신문 두 가지 읽기로 충분하다. 낮에는 글방에서 긁적거리다가(한더위에는 산책을 생략하고) 미국야구 중계를 즐긴다. 류현진, 김광현, 최지만, 김하성 선수들이 고맙고 예쁘다. 5시가 되면 귀가할 준비를 한다. 집에 가 목욕하고 또 티브이 앞에 앉는다. 오늘도 이리저리 틀다가 ‘6시 내 고향’을 만났다. 이름도 모르는 ‘성대’라는 뽀얀 바다 생선회를 소개하고 있었다. 궁금증이 동하여 ‘성대’라는 바닷고기를 찾아보았다.

성대(Chelidonichthys spinosus)는 쏨뱅이목 성대과의 바닷물고기다. 성대 몸은 원통형이고, 머리는 납작한 편이며, 몸은 단단한 골판으로 덮여 있다. 꼬리 쪽으로 갈수록 심하게 가늘어지고, 배 쪽은 편평하여 바닥에 앉기 쉽다. 성대(gurnard) 물고기는 주둥이가 길고 입이 크며, 길이는 20~60cm, 몸무게는 100g-1.2kg 정도이다. 보통 27cm 정도이나 최대 40cm까지 자라는데 겉모습이 희한하게 생겼다. 붉은색에 파란 날개같이 생긴 지느러미를 지닌 데다가 울음소리까지 내며, 아래에는 곤충 다리같이 생긴 부속기관이 달려있으니 말이다. 생김새를 보면 마치 어류에 벌레를 합쳐놓은 느낌이 난다. 물론 다리같이 생긴 부분은 가슴지느러미가 변형된 것으로 먹이를 감지하고, 푸른 날개 같은 지느러미는 활짝 펴서 천적을 쫓는다.

성대(spiny red gurnard)는 눈이 머리 위에 있어 위쪽과 앞쪽밖에 보지 못하며, 콧구멍은 두 쌍이다. 몸은 매우 작은 둥근비늘(원린, 圓鱗)로 덮여 있으며, 몸의 등 쪽 정중선을 중심으로 등지느러미의 기부(基部)에 날카로운 한 줄의 가시가 나 있다. 몸 등 쪽은 붉은빛이 나는 남청색(藍靑色)을 띠며 몸의 중앙에서부터 밝아진다. 그리고 죽은 뒤에는 진한 적색으로 바뀐다.

그리고 종에 따라 다르고, 보통은 몸은 회갈색 바탕에 붉은색이고, 가슴지느러미 안쪽은 진한 녹색을 띠며, 꼬리지느러미는 수직에 가까운 오목형이다. 배에 난 가슴지느러미 안쪽은 연한 녹색, 바깥쪽은 선명한 청색을 띠며, 안쪽의 뒤쪽 절반에는 10~20개의 담청색의 둥근 반점이 난다. 가슴지느러미는 매우 크고 길어서 둥그런 큰 날개처럼 보이는데, 가슴지느러미 아래 3개의 기조(鰭條, 지느러미살)는 서로 떨어져 있어서 손가락 모양이다. 그래서 가슴지느러미 아래쪽은 크고 두꺼워 바다 밑바닥을 걸어 다니거나 먹이를 찾는 촉각으로 이용된다.

수심 20~30m의 모랫바닥이나 개흙에 주로 생활하며, 우리나라 전국에 서식하고 있다. 생후 4년이 지나면 성숙하여 산란을 시작하고, 연 1회 산란하니, 동중국해에서는 겨울에서 봄 사이에, 제주도 근해에서는 여름에 산란한다고 알려져 있다. 먹이는 주로 새우 등의 저서성 갑각류와 작은 물고기들이다. 해가 질 무렵에서 밤 동안 가끔 부레를 압축하여 큰 소리를 내고, 물고기를 물 밖으로 꺼냈을 때도 꾹꾹 소리를 낸다. 위협을 느끼면 소리를 내는데, 그냥 풍선처럼 생긴 다른 복어의 부레(air bladder)와는 다르게 성대는 질기며 근육질인 부레를 진동시켜 소리를 낸다.

물고기가 계절에 따라 생활에 적당한 온도의 물을 좇아 이동하는 계절회유(季節回遊)를 한다. 살은 희고 기름기가 적어 담백하고, 식감은 탱탱한 것이 생선회로는 최고급으로 치며, 냄비 요리 외에 찜·생선구이 등으로 인기가 좋다. 한마디로 성대는 붉은빛의 몸과 지느러미 안쪽의 푸른빛이 어우러져 매우 아름다우며, 흰 살은 담백하여 인기가 있다.

한국 연근해, 일본 남부, 동중국해, 타이완 등지에 분포하고, 전남에서는 ‘숭대’, 포항에서는 ‘달갱이’라 부르며 보령·홍청에서는 ‘싱대’라 부른다. 소금구이, 찜, 튀김, 탕으로 이용하는데 특히 탕 맛이 정말로 좋다. 많진 않지만 1년 내내 꾸준히 어획되는데 이마저도 잡어 취급을 받아서 인기는 적은 어종이다. 비린내가 없으며 회를 먹어보면 단맛을 나는데 이 때문에 달갱이라는 방언도 있으며, 육질이 광어 뺨칠 정도로 쫄깃하다. 회도 맛있긴 하지만 이 생선의 진가는 바로 반건조 구이로, 꾸덕꾸덕하게 말려서 구우면 독특한 풍미가 생기는데, 껍질도 쫄깃하며 비린내도 적어 그만이다. 성대는 아직도 널리 알려지지 않아서 맛이 좋아도 그 맛을 모르는 경우가 많다 한다. 이름도 낯선 물고기 성대이니 그럴만하다 하겠다.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권오길 강원대 생물학과 명예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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